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정확히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못했는 데
작가의 덕목인 성실함을 잃어버린 까닭은
아무래도 나에게 글쓰기의 욕망이 강박으로 다가와 서였다.
정제되고 안정적인 글을 쓰겠단 욕망은 체력을 요하는 데
체력 하나만큼은 뒤에서 1등 하는 데 자신 있던 나에겐
그런 욕망은 추진력이 아닌 욕심으로 읽혔다.
무엇보다 브런치에 당선시켜 준 가족사가 양심의 가책을 두드렸다.
이 놈 자식 언제 부모 이야기를 허락도 없이 주절거리느냐!
부모의 아픔은 나의 아픔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당사자가 아니다.
‘자식’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소재거리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조금 뻔뻔해지기로 했다.
작가님 이런 건 저희가 원한 글이 아닙니다. 해도 어쩔 수 없다.
뽑아놨으니 책임지쇼!라고 굴 수밖에
그럴싸한 말을 지어내느라 골머리를 앓느니
속에 있는 말을 내뱉겠노라 다짐한다.
이 주절주절 머릿속을 긁어대는 글쓰기의 욕망이
날 것 그대로 적혀나가길 원한다.
옛 고수의 말마따나 초보는 힘이 과해 경직된다.
프로의 자질이란 자연스러움에 있다 하지 않던가
완벽해야 한다. 글 한번 기깔나게 써서 나도 성공 한번 해보자
베스트셀러 한번 만들어보자. 브런치 대상 한번 받아보자
북토크 열어서 부러움 좀 받아보자
이런 욕심은 물론 없어지지 않겠지만
그보다 원초적인 초심에 즐거움을 느껴보기로 했다.
대학 시절 처음 만난 교수님의 조언이
창작이란 건 힘든 거죠. 그만두고 싶고 왜 하나 싶죠.
그런데 계속하려면 만드는 사람이 하면서 즐거워야 해요.
1년이나 걸렸다.
글쓰기에 즐거움이 생기기까지
다시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