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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동희 Dec 03. 2023

아직도 한국영화를 좋아하시나요?

프롤로그 _ 꼬일 대로 꼬인 시선


마피아의 세계에 천착한 마틴 스콜세지의 작품 중 가장 현실적인 톤의 ‘마피아'를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  ‘좋은 친구들'에서 로버트 드리노가 연기하는 ‘지미'라는 인물을 소개하는 내레이션에 이런 표현이 담겨있다. ‘지미는 영화를 볼 때도 악당을 응원하는 사람이다.’ 경박스러운 협박이나 욕지거리를 내뱉지 않고서도 능글맞은 회유로 택배화물을 강탈해내는 성향과 운전수를 돈을 매수해 자기 편으로 만드는 수완마저 가지고 있는 이 생활밀착형 마피아는 물론 극의 말미에는 그 웃음으로 자신의 친구에게 살해함정을 파는 냉혈한의 모습을 드러낸다.


피차 마피아 영화로 이 글을 소개하는 이유는 영화를 대하는 몰입의 조건에 꽤나 다양한 전제가 산재해 있다는 인상을 받아서다. 어떤 이는 작품감상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 어떤 이는 자신의 기준에 걸맞은 작품의 완성도를 즐기기 위해 영화를 선택한다. 작품이 대하는 소재의 톤이나, 과장된 배우의 연기, 허점이 많은 시나리오 모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지만 고질적으로 이어져온 매너리즘의 진부함이 기어이 각자의 대중들 모두에게 그나마 남아있던 애정마저 보편적으로 떨어뜨렸다는 것은 비단 극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한국영화의 암흑기라고 불리는 현재 개봉되는 영화가 만족스러운 즐거움도 지적 쾌락도 선사해주지 못한다는 건, 비단 만원 후반대로 높아진 티켓값으로 인한 기대심리가 무너져서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웃는 얼굴로 홍보와 마케팅에 열을 올린 영화의 꾐에 넘어가 극장을 방문하다 기어이 냉혈한 가득한 얼굴로 폐부를 찌르는 자격미달의 작품으로 인해 불쾌감을 가지고 극장문을 나서는 사람이 많다.


나 조차도 ‘왜 한국영화를 보냐?’는 친구가 많다.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는 일에 낭만을 느끼는 소수의 사람만이 비싼 돈을 지불하며 극장으로 향한다. 한국영화판에서 먹고사는 일을 택하지 않았다면 날림으로 만든 기획영화에 지갑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꼰대같은 말로 불리기는 하지만, 화를 내는 이유는 애정이 있어서라는 풍문이 있다.

정 떨어진 사람에겐 입술이 닫히고 시선이 돌아간다.

하루에 5편이 넘는 영화를 보며 관람을 즐겼던 나름 무비키드였던 나는

K팝 K드라마 K소설 마저 자리를 잡아가는 지금, 영화에 대한 무관심과 괄시에는 마음이 쓰려온다.

어쩌다 가격 뻥튀기와 바가지로 신뢰를 잃은 소도시 시장상인 취급을 받게 된 걸까?

‘꼬일대로 꼬인 시선'이란 에세이는 그 일말의 애정이 담긴 불평불만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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