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먹는 인도네시아 요리
4월 27일은 네덜란드 국왕인 빌럼 알렉산더르(Willem-Alexander) 왕의 생일을 기념하는 국가적인 축제인 킹스데이이다. 온 나라가 주황색(왕실 색깔) 옷을 입고 거리 축제, 벼룩시장, 콘서트 등을 열기도 한다. 엄청 자유로운 분위기고, 술과 음악이 넘치는 국민 대축제라고 해서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헤이그의 중심 거리를 가보기로 했다.
원래 암스테르담이 훨씬 중심 축제 지역이라고 들었지만, 거기에 잘못가면 사람들 인파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조금 잔잔하게 즐겁다고 하는 헤이그로 갔다.
정말 상상했던 대로 아이 어른 할것 없이 모두들 주황색 옷을 입고 맥주와 음식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사실 장신의 국가라고 했지만, 한번도 정말 장신의 국가라고 느낀적이 없었는데, 이번 축제에 오니 정말 앞이 잘 안보이는 걸 느끼고 깨달았다.
나는 오늘을 기념하기 위해서 외식을 하기로 했다. 먹기로 한 요리는 다름 아닌 인도네시아 요리. 네덜란드에서 왜 인도네시아 요리를 먹느냐고? 그건 네덜란드의 역사를 조금 더 알면 답변이 될 것 같다.
17세기 초부터 네덜란드는 동인도회사(VOC)를 통해 인도네시아(당시 ‘동인도’) 지역에서 무역과 정치적 영향력을 확장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이 인도네시아를 점령하면서 네덜란드의 통치가 사실상 중단됐다. 전쟁이 끝난 후 1945년, 인도네시아는 수카르노와 하타 주도로 독립을 선언했지만, 네덜란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재식민지화를 시도했다. 결국 여러 차례 무력 충돌과 국제 압박(특히 미국과 유엔의 중재) 끝에, 1949년 네덜란드는 공식적으로 인도네시아의 독립을 승인했다고 한다.
다시 음식 이야기로 돌아와서, 나시고랭이나 미고랭은 많이 들어봤으니까 나시 파당이라고 하는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봤다. 나시 파당(Nasi Padang)은 인도네시아 특히 수마트라 섬의 파당(Padang) 지역에서 유래한 전통 음식 스타일이라고 한다. 나시(Nasi)는 밥, 파당(Padang)은 지역 이름이다.
나시 파당의 특징으로는, 기본 구성이 흰 쌀밥 + 다양한 반찬(고기, 해산물, 야채, 커리 등)이 된다. 렌당(Rendang), 부드럽고 매콤한 코코넛 밀크 소스 소고기 조림. 사유르 나시(Sayur Nangka), 코코넛 밀크에 끓인 어린 잭프루트. 삼발(Sambal), 매운 고추 소스. 뗌뻭(Tempeh), 또후(Tofu), 튀긴 발효 콩 제품 정도만 기억이 난다.
근데 정말 신기했던건 먹는 순간 인도네시아 요리라기 보다는 한식에 가까운 맛이 났다. 된장의 맛이 나기도 하고, 고추 장아찌 같은 맛도 났다.
나도 사실 네덜란드와 인도네시아의 관계를 가볍게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음식 탐방을 통해서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그리고 몸에 가깝게 느끼게 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