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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빵이 Dec 29. 2023

우리는 결혼보다 신혼 여행을 먼저가기로 했다

장거리 부부의 우리 멋대로 결혼하기 프로젝트

장거리 예비부부는,

신혼여행을 먼저 가기로 했다

부제는 결혼하기 전에 여행을 같이 가봐야 하는 이유 이다 .


우리가 신혼 여행을 먼저 가게된 이유

    우리는 서울-부산 장거리 예비 부부이다. 우리는 내후년에 결혼을 하기로 했지만, 내가 내년부터 대학원을 갈 예정이라,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갈 여유가 안되었다. 그래서 내가 직장을 그만 두기 전에, 연말까지 소진해야 되는 연차들을 모아모아서 이번에 여행을 가기로 했다. 이참에 우리 멋대로 이번 여행은 신혼여행으로 하기로 했다.


신혼여행의 정의는 무엇인가

    남들이 "흔히들" 가는 신혼여행이라고 함은,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짐을 챙겨서 바로 공항으로 갔다가, 회사에 나눠줄 선물, 가족들 나눠줄 선물 바리바리 챙겨서 돌아오고, 그리고 그 다음날 회사에 출근해 아직도 피곤해 하는 모습들. 그게 내가 여태까지 봐온 신혼여행의 모습들이었다.


    이번 여행을 생각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신혼여행의 정의는, 우리의 이런 풋풋한 감정을 가지고, 연애할 때처럼 여행할 수 있는 순간들을 기억하고 기록하자 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이번여행을 신혼여행으로 정의한 이유다.


근데 여행지는 어디로 갈건데?

    여행지는 베트남 나트랑. 요즘 대한민국 나트랑시고 할 정도로 한국인들 여행객 천지라고 하는 나트랑으로 선택했다.  우선 나트랑을 선택한 이유는 나름 세심한 이유들이 있었다.


    첫번째로, 내가 나트랑을 가족여행으로 가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연애를 한지 3년이 넘었지만, 같이 해외 여행을 가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변수를 없애 다툼이 없기를 바랬다. 그래서 내가 가본적이 있는 도시로 선택해서 “스무스”한 여행을 하고 싶었다.


    두번째로, 너무 멀지는 안되, 여행의 기분은 내고 싶었다.  처음에는 일본을 갈까도 싶었지만, 일본은 나의 대학원 휴가를 틈타서도 언제든지 갈 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에  그래도 조금은 휴양의 느낌이 나는 베트남으로 당첨!


그냥 비행기랑 숙소만 예매하자

   우리는 둘다 ISTJ, ESTJ 의 성향의 사람이다. 근데 이번 여행에는 숙소와 비행기 예약만을 한채로 무작정 떠나보기로 했다.


    이 예약까지 순탄했다. 일단 남자친구는 내가 선택하는 것에 별로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이게 바로 내가 이 사람과 잘 맞다고 생각하는 이유였다. 나는 조금 주도적인 편이고, 남자친구는 그런 내 의견을 매우 존중해 주는 편이기 때문이었다.


    (남자친구는 본인이 참아주는거라고 주장하지만 말이다)


여행을 가봐야 결혼할 사람인지 안다던데

    이전에 김창옥 강사님이 나와서 강연을 했던 것을 본 기억이 있다.


    그 내용의 주된 주장은, 결혼할 사람인지를 알아보는 가장 확실하고도 빠른 방법은 같이 여행을 가보면 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이 여행을 가는 김에, 이 사람과 결혼을 해도 되는 것인지. 그리고 결혼을 한다고 했을때 예상되는 빡침 포인트(?)가 무엇인지 미리 점검해 보기로 했다.


우리 절대로 싸우지 말자 ?^^*

     여행을 출발할 때, 남자친구가 나에게 손을 내밀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남자친구: 우리 여행동안 절대로 싸우지 말자??^^*


    나: 당연하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야.


       이렇게 서로 다짐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우리가 진짜 해외 여행을 왔구나 하는 것이 실감이 났다. 그래서 너무 기쁜 마음이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사이가 좋았다 ! 하하

    하지만 진짜 남자친구 탐색기는 이제 시작이었다.


    나는 우선 비행기에서 물이 너무 먹고 싶었다. 비행 내내 물을 못먹어서 조금 컨디션이 난조인 상태였다. 그리고는 택시를 Grab으로 부르려고 시도를 하는 순간, 남자친구의 카드가 뭔가 결제오류가 생겼었다.


    나는 그때부터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냥 현금을 내고 호텔에 가서 재시도를 해봤으면 좋겠는데.. 그걸 굳이굳이 붙들고 있는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니 답답했다. 그리고 나는 일단 목이 말라 죽겠다고 지금!!


    남자친구는 나에게 약간 어금니를 앙 다문(?) 말투로 물어봤다.


남자친구: 어떻게 하면 좋겠는데 지금? ^^*


나: 나는 현금 내고 호텔에 우선 가면 좋겠어! 아니면 물을 사먹고 올래!!!!!!


    협상은 타결되었다. 일단 나는 호다닥 물을 사먹고 왔고, 남자친구는 그 사이에 어플을 계속 주물럭 주물럭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잘 되지는 않았고, 내 요청대로 현금을 내고 호텔로 가게 되었다.


   남자친구는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면서 나지막히 말했다.


남자친구: 다음부터는 너의 요구를 확실하게 말해줘!
성별을 나누는건 아니지만,
남자답게! 확실하게! 말해달라는 거야!


   그리고 나는 바로 납득을 했다. 오케이!


    다음부터는 쿨하게 현금 내고 호텔가자 우선! 나 목말라 죽겠다고! 라고 말하기로 했다.


  오케이… 남자친구는 헤메는 순간이 온다면, 이런 스타일이구나. 접수. 남자답게 말해주기!


우리 꽤 단순한 사람이구나?

    호텔에 도착해서 우리는 시내로 향했다.


    근데 이게 웬걸. 너무나도 더웠다. 남자친구가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인건 알았지만, 이렇게 땀을 많이 흘리고 정신을 못차릴 줄은 몰랐다. 근데 이건 남자친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도 너무나도 더웠다.


    대한민국 나트랑시에 걸맞게 한국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서, 여행 기분을 제대로 느낄겸 우리는 현지 사람들만 있는 카페를 찾아 나섰다. 근데 거기까지 걸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진짜 지옥을 만났다.


   처음에는 팔짱을 끼다가, 나중에는 손을 잡다가, 그 다음에는 새끼손가락만 걸다가. 그 다음에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걸었다.


    서로의 열기에 서로가 더워지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근데 이제 딱 카페에 도착해서 베트남식 코코넛 커피를 먹는 순간. 우리는 똑같이 이야기 했다.


우리를 살려준 오아시스와 같았던 카페
나, 남자친구: 와. 이제 좀 살것 같다



    그리고는 언제 더웠냐는 듯이 깔깔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오케이. 남자친구도, 나도, 꽤 단순한 사람이구나. 아이스 커피 한잔으로 세상을 얻었네. 접수!


우리 꽤 활동적인 사람이었구나?

     우리 커플은 평일에 일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스타일이다. 일에 기쁨도 많이 얻고, 반대로 일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편이다.


    그렇게 평일을 보내고 주말에 만나면, 거의 누워서 넷플릭스를 보거나, 멀리 나가봤자 영화관, 바다 구경 정도로 주말을 보냈다.

헬스장에 가기도 하고, 테니스 장에도 갔다 !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수영장 풍경 ! 

   근데 이번 여행에서는 조금 달랐다. 나는 당연히도 남자친구도, 나도, 침대에 누워서 망고나 까먹는 호캉스를 보낼 줄 알았는데,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남자친구랑 나는 바로 다음 플랜을 짰다.


나,남자친구: 바로 수영하러 가자!!


    나는 수영을 하러 가고 싶었지만, 혹시나 남자친구가 지쳐있을까봐 걱정했는데, 그 사람도 바로 가고 싶어했다.


   우리는 두마리의 커다란 골든 리트리버처럼 수영장에 풍덩 들어갔다.


    베트남은 12월이 상대적으로 추운 시기에 속해, 수영하기에는 조금 추운 날씨였다. 그래서 수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굴하지 않았다.


나, 남자친구: 사람들이 없다고? 오히려 좋아!


     수영 내기도 하고, 잠수 내기도 하고, 누가누가 평영 잘하나. 내가 못하는 접영도 남자친구에게 하루 속성 강습도 받았다.


  



    그 다음날 아침은 더하면 더하지, 부족한 활동량은 아니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헬스장에 가고. 배를 충분히 고프게 만든 다음에, 조식을 먹었다. 그러고는 바-로 수영장에 풍덩. 그러고는 샤워를 하고. 점심을 먹고. 다시 테니스장으로 향했다.


    나는 아직 테니스 초짜이고, 남자친구는 조금은 더 잘하는 편이었는데, 남자친구가 많이 나를 봐주면서 테니스를 쳤다.


   솔직히 내가 잘 칠수 있는 곳으로 알맞게 보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자친구에게 네트 넘어로 들리게 큰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나: 내가 잘 칠수 있는 위치에 보내야지!
코치님은 알아서 잘 보내주시는데!


   남자친구는 곧바로 반격했다.


남자친구: 나도 그정도로 잘하지는 않아!


   아 맞네. 하하…. ㅋㅋㅋㅋㅋㅋㅋ 둘이 또한번 우하하하 웃어 넘겼다. 또 한번 싸울만한 고비를 이렇게 넘겼다.


   오늘 하루도 또 남자친구에 대해서 배웠다.


   오케이. 우리는 여행스타일이 활동적이구나! 수영, 헬스, 테니스. 이런 액티비티가 많아야 겠네!



내말 듣고 있어? 어? 오빠?

     우리 여행의 두번째 고비가 왔다.


    둘다 너무 많은 활동량을 소비한 탓인지, 저녁을 먹으로 식당에 갔을때 헤롱헤롱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 그러고는 메뉴판을 딱 받아들었는데, 이게 무슨일이야.


    메뉴판에는 그림이 하나도 없었고, 메뉴판은 무슨 책과 같았다. 베트남 음식이 북베트남, 중베트남, 남베트남에 나눠서 장황하게 적혀있었다.

문제의 베트남 현지 음식

    나는 최대한 맛있는거, 남자친구도 싫어하지 않을 만한것을 고르느라 골똘히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남자친구를 딱 봤다.


나: 오빠는 뭐먹고 싶어?


남자친구: …. 응?


    남자친구는 메뉴판을 보고 있는게 아니라, 말그대로 “쳐다보고” 있었다.


    당연히 내가 고르겠거니 하면서 말이다.


나: 오빠 아무것도 안보고 있었어?


남자친구: 응…


나: 오빠도 하나는 꼭 골라 (화나지만 참는 목소리로)



    그러고는 결국 하나의 메뉴를 제안했다. 속으로는 화가 엄청 끓어올랐다. 이 여행은 무슨 나만 왔나. 나만 다 찾고 나만 고민하네 흥칫뿡이다.


    결국 밥먹는 내내 중얼중얼 불만이 쏟아져나왔다. 남자친구도 처음에는 계속 들어주다가 나중에는 한계치에 도달해 버렸다.


    오늘 여행 일정에서도 또 깨달아 버렸다.


  오케이. 우리집 가장은 나다. 접수!.. 그런 마음으로 살자. 자기주장 과도한 남자들은 또 나랑 안맞아. 남자친구가 수동적이어서 좋을때도 많잖아?


    근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시도를 해봤다. 


 나: 오늘 저녁 식당은 오빠가 골라줘!


     오늘 저녁 식당은 남자친구에게 맡기기로 한거다.  사실 내가 모든 것을 도맡게 된데에는 내가 결정한 것을 잘 따라주는 남자친구의 덕도 있지만, 남자친구가 골랐을 때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과거의 기억들이 쌓이고 쌓여 자연스럽게 거의 대부분를 내가 고르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남자친구에게 저녁 식사 고르기 당번을  부여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남자친구에게 역할을 부여했다.


   그리고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남자친구의 선택을 무조건 존중하기. 무조건 맛있다고 하기. 완전 내스타일이라고 하기 등등이 남아 있다!


   식당에 도착하니, 식당의 냄새가 내스타일은 아니었다. 오빠도 내 눈치를 살짝 봤다.


남자친구: 여기 향이 우리 스타일은 아니지? 그치?

나: 응 .. 조금 그렇기는 하네. 야외에 앉을까?


     휴우. 한 고비는 넘겼다.


    그리고는 식사가 나왔는데, 솔직히 그렇게는 맛있지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오늘의 목표가 있지.


나: 오빠, 너무 맛있어! 내가 먹어본 화덕피자 중에 최고야!
이 식당 고르기 너무 잘한거 같아!
문제의 화덕피자

      

너, 고집 좀 그만 부려

    이제 기나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날이 되었다.


    한국 유심을 다시 끼우려고 하는데, 어떤게 내 유심인지 남자친구가 물었다.


   나는 당당히 대답했다. 빨간색 유심이 내꺼야!


   근데 남자친구가 한국에 내려서 계속 그 유심이 내거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고는 나도 반박을 하기 시작했다. 빨간색 유심이 내거 맞았는데? 왜 아니라고 하는거야?


  속으로는 너무 답답했다. 내 성격상 남자친구가 그렇게 생각하는 증거를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계속 아니라는 말만 반복하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남자친구: 내가 그렇다고 하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어?


나: 그러니까 그 이유를 말해주면 바로 납득을 하잖아!


남자친구: 너 번호가 내 핸드폰에 뜨고!
너한테만 올 법한 문자들이 온다고!!

    

나: 그래? 그럼 그게 내거네!


    나는 바로 납득이 되었다.


    나도 남자친구에 대한 그러려니 하는 정신이 부족했다. 반대로 이번 에피소드를 계기로 남자친구도 나에 대한 이해를 했기를! 아! 영하는 이유를 말해주어야만 이해를 하는구나 하고 말이다.


 


  


    요즘도 이 여행을 다시 되돌아보면서, 둘다 까르르 웃어버릴때가 많다.  딱 4박 5일의 여행이었지만, 우리의 3년의 연애기간 보다도 이 4박 5일동안 서로에 대한 이해가 더 높아진거 같다.


    처음 이 글에서, 이 글의 부제가 결혼하기 전에 꼭 여행을 가봐야한다고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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