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고달프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이 말이 뼛속으로 사무치더라. 그 와중에 나는 낭만을 찾아 헤매는 가엾은 하이에나였다.
어릴 때 노래방에서 체리필터의 낭만 고양이나 부를 줄 알았지. 이제 와서 낭만이란 무엇인가 외치며 구질구질 매달리게 될 줄 몰랐다.
문득 오늘 낭만이 영어로 뭘까 찾아보니 그냥 romance란다. 타일러 씨한테 이게 진짜 맞는지 묻고 싶다. 내가 아는 '낭만'이라는 단어의 느낌과 영어 단어 'romance'는 뭔가 다른데. 이게 아닌 거 같은데...
일단 내가 어쩌다 낭만낭만 거리냐면, 인생이 꼬이기 시작해서다. 겨우 들어간 회사에서 또 잘릴 위기다. 변명할 여지도 없이 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일을 너무도 못한 내 탓이오.
실수하고 까먹고 남한테 민폐 끼치고 또 까먹고 그렇게 평판만 안 좋아지고 나는 여전히 일을 못하고 또 실수하고의 연속으로 드디어 회사 쪽에서도 한계라고 느꼈나 보다. 그래도 참 좋은 회사지. 유효기간을 6개월이나 더 주고.
내년이 오기 전에 난 해고 통보를 받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먼저 이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일단 예상 기간은 12월까지 모든 준비를 끝내고 1월쯤 퇴사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 날 되짚어보니 난 운이 좋았을 뿐 스펙도 뭐도 없는 쓰레기였다.
뒤늦게 토익책을 사고 자격증 준비를 시작했다. 무려 저번주부터. 벌써 마음만은 자격증을 손에 쥐고 있다. 그런데 나의 제일 단점이 바로 끈기가 없다는 거다. 분명 다음 주만 해도 반쯤 정신을 놓고 있을 것 같다. 내가 이건 장담한다. 왜냐면 나는 내가 제일 잘 아니까. 그래서 생각한 최선책이 공부를 그 대단한 단어 '낭만'으로 포장하기로 한 거다.
오케이. 이제 나는 독립영화 주인공이다. 상업영화 따위 가당치도 않다 난 상영관이 1개도 있을까 말까 한 독립영화다. A24 배급사도 사치다. 난 국내 아주 작은 배급사가 겨우 기회를 준 신인감독의 첫 독립영화이자 그 주인공이다. 지금 발단-전개 과정에서 일머리 없고 회피성격으로 이대로 가면 함께 하지 못한다는 상사의 면담 장면인 거다. 홀로 어두운 집에서 괜히 할 것도 없으면서 스마트폰을 보고 또 보며 잠 못 들고 끝내 한숨을 쉰다.
페이드아웃.
검은 화면에 흰색으로 제목 등장.
그렇게 이 영화는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