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주권을 손에 넣었다. 그동안 취업비자 3년씩으로 연명하며 지금까지 살았는데 이제 매년 비자의 남은 날짜와 여길 때려치우고 싶다는 마음속에서 싸우지 않아도 되고 비자 유효기간이 다가오는데 이직처가 못 구해져서 불안감에 잠 못 드는 일도 없고 그냥 때려치우고 다른 해외로 갈 수 있을까 괜히 해외취업이라는 단어를 구글에 검색해 보지 않아도 된다.(근데 구글 검색은 앞으로도 종종 할 거 같다.) 일본에 처음 발을 들이고 장장 19년이 걸렸다.
아빠 주제원 발령으로 딸려와 중학생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는 가족비자로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일본에 살고 공부를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당연하게 그렇게 살다가 문득 내가 외국인이라고 느낀 건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아직 취업을 못한 상태일 때였다. 아무리 그래도 난 비자도 없는 외국인이었고 당시엔 케이팝의 힘도 전혀 없던 때라 그냥 나는 취업 못하는 애가 됐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가족을 두고 한국으로 가 취업을 하고 난 10년이 살짝 못 미치는 체류기간을 날려버렸다. 나를 제외하고 일본에 남은 가족들은 일본에 10년 이상 살았다는 이유로 영주권을 얻었다. 내 인생은 그때 정말 혼자가 됐다.
한국에서 문화차이로 고생하다 호주를 겪고 돌아온 일본에서 운 좋게 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내 외노자 생활은 시작됐다.
수많은 회사들을 지났고 수많은 사람들과 스쳤다. 그 안에 미안하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오늘 나는 영주권을 받았다. 제류 자격 영주권자. 취업 제한 없음. 이 문구를 받으려고 19년을 일본에서 살고 다섯 번의 이직을 하고 7번의 이사를 했다. 길었다. 이 플라스틱 카드 하나로 나는 일본에서 일을 안 하고 잠시 쉬어도 되는 자격을 얻었다. 공장에서 일해도 되는 자격이 생겼다. 그나마 힘들어가던 인생에 조금의 위안이 생긴 느낌이다. 취업비자의 굴레에서 벗어났으니까 이제 그만큼 조금 더 낭만으로 채우고 싶다. 나는 이제 일본에서 영주 하며 낭만을 찾아도 되는 사람이 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