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여 다시 돌아와 나를 깨워다오

고장 난생체 시계를 한방에 고쳐 주는 시계방이 있었으면

by 조이스랑

코로나 이전까지 운동은 내 삶에 그렇게 중요한 일부분이 아니었다.

전업 엄마들이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를 보내 놓고 PT 받으러 갈 때 의아했다.

마음껏 먹고 싶어서 하루 세 시간씩 운동한다는 말도 공감하지 못했다.

50대에 아프지 않으려면 40대에 투자해야 한다는 언니들의 말도 그냥 흘려 들었다.

그러던 내가 코로나 때문에 걷기와 달리기를 시작하더니, 21년에 들어서는 걷기 예찬론자가 되었다.

마음껏 땀을 흘리며 걸을 때 행복했다. 푸른 하늘이 나를 위해 방긋방긋 웃었다.

걷기에도 러너스 하이의 순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걷다가 행복에 빠졌다. 워커스 하이(Walker's High)! 내가 붙인 기쁨의 순간이다.


10시에 잠이 든다는 걸 목표로 해 본 적이 없었다. 늘 새벽에 잠들었다. 갱년기 증상이 심해지니 12시에 잠들어도 2시면 깨었다. 그리고 6시까지 잠 못 들다가 간신히 잠들면 9시에 비몽사몽. 이런 패턴이 계속 반복되었다. 몸이 피곤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 목표는 11시 이전에 잠드는 것이었다. 그러자면 나만의 방이 필요했다. 남편도 아이들도 모두 12시가 넘겨 놀다가 12시 30분, 1시쯤 되어서야 잠 잘 준비를 했다. 일이 있으면 2시 넘어서도 일하는 남편이었다. 내가 10시부터 잠잘 준비를 하려면 둘 중 하나다. 다 같이 10시부터 취침 준비를 하든지, 나만 방해받지 않는 방에서 따로 자든지. 10시에 귀가하기도 힘든데 잠이라고? 말해봤자 통하지도 않을 터, 10시가 되면 나만의 방으로 들어갔다. 남편도 가까이 와서는 안 되는 나만의 방. 발끝 치기를 천 번하고, 세븐라이너에 종아리를 올려놓으면 마사지 시간 15분이 끝나기 전에 스르륵 잠이 들었다. 새벽 4시나 5시가 되면 눈이 저절로 떠졌다. 알람 같은 건 필요 없었다. 생체 시계가 아침을 알려왔다. 꿈만 같았다. 11시 이전에 취침이라니... 말할 수 없이 몸이 가벼웠다.


단 몇 주 만에 11시 이전에 취침한다는 나의 꿈은 깨졌다. 고딩 1학년 딸이 스터디 카페 한 달 권을 끊고 새벽 1시 30분에 픽업하러 오라고 했다. 공부도 안 하는 애가 낮에 실컷 놀고 왜 멍한 눈으로 새벽에 공부를 한다고 하는지... 딱 공부 못하는 아이들 습성이라고 무시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이가 마음이 허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배려를 해주고 싶었다. 남편이 가면 되지만 그렇잖아도 들쑥 날쑥한 수면 시간 때문에 아토피가 더 심해질까 봐 내가 간다고 했다. 아이에게 엄마가 데리러 가겠다고 해놓고 끊었던 커피를 마셨다. 카페인이 있으면 잠을 설치는 나였기에 커피와 헤어지려고 그토록 노력했는데... 공부 못하는 아이가 공부 때문에 방황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열심히 커피를 마시고 픽업을 갔다. 생체 시계가 완전히 고장 났다. 카페인 중독도 다시 돌아왔다.

시험이 끝나고 아이 픽업도 끝났지만 나의 잠 못 드는 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름이 지나야 가능해지려나. 무더위에 Walker's High도 끝났다. 가뿐하게 일어나던 아침 기상시간은 다시 로망일 뿐. 날마다 알람에 기대어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생각한다. 다시 11시 이전 취침에 도전해볼까. 아침 일찍 일어나 걸으려면 커피 먼저 끊어야 하는데... 몸을 깨우기 위해 커피 한 잔을 들이켜고, 그래도 모자라 두 잔을 들이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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