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장애 등록을 신청하며 나도 묻고 싶은 질문, 왜 꼭 하게 만들어요?
왜 이제야? 여태 멀쩡하게 살았는데 이제 와서 장애 신청은 왜 하냐고 묻는 듯, 서류를 보완하라는 회신을 받았다. 아이가 어렸을 적 장애진단을 받았지만, 장애 등록을 신청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제 중학교 1학년이 되었고, 한 번 받으면 장애 재판정이 필요 없는 연령이다. 같이 재활 치료를 받는 아이들 중 미등록으로 치료받는 아이는 우리 아이뿐이었다. 비슷한 자폐 성향을 가진 아이들은 다 장애등록을 했는데, 왜 나는 안 했을까.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10년 넘게 살았는데 왜 이제 와서?
소통이 될 듯하면서도 불통이 되어버리는 순간을 매일 맞닥 뜨리며 살았는데...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말다툼을 하면 늘 큰 아이 야단치고 끝났는데... 그동안 큰 아이만 억울했음을 인정한 건가. 좋은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길길이 날뛰며 삼천포로 빠져버리는 자폐증 아이의 일상을 한 두 번 겪은 것도 아닌데... 왜?
발달장애를 둔 엄마들과 자조모임을 하면서 대화를 나눌수록 나는 등록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나만 이러고 사는 게 한심하기도 했지만, 장애 등록이 아니면 낄 수 없는 구조랄까. 미등록이면 아무것도 참여할 수 없는 구조랄까. 장애인부모회에서도 떳떳하지 못하다고 할까. 재활기관을 이용하면서도 엉성한 대접을 받는다고 해야 할까. 마음이 복잡하다.
"장애 등록도 안 할 만큼 아이가 괜찮은가 봐요!"
"멀쩡한 애를 왜 데리고 와서 재활시켜 달래? 등록한 아이들도 대기하느라 바쁘고만!"
"우리 애도 그 정도 되었으면 좋겠어요. 부러워요!"
장애 밖 시선이 두려워 미등록이었는데, 이제 재활하는 장애 안 시선이 더 힘든 걸까.
"어머니! 이 아이는 가르칠 게 없어요! 여기서는 그만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아이 수준에 맞춰 개별 치료 부탁드려요."
"대기자가 많아서요! 종결하시는 게 좋겠어요."
중학생 아이를 유아 수준에 맞춰 지도하는 선생님께 맞춤 교육해달라고 요청하기도 이젠 지친 걸까.
항상 가지고 있었던 서류였기에 보완 서류를 준비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래도 가장 최근 치료일지는 첨부하는 게 나은 것 같아 아이가 이용했던 기관에 치료일지를 달라고 요청했다. 치료 일지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선생님께서 바쁘셨나. 매주 작성한 치료 일지가 편집하여 작성하다 만 것 같다. 앞뒤 문맥이 하나도 안 맞는데 글자 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다. 아무도 꼼꼼하게 검사하는 감독자가 없었나? 이걸 검토하는 장애등록 심사자가 아이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기나 하겠어? 뒤늦게 진작 살펴 볼 걸. 속상해 한다.
자폐 스펙트럼! 자폐라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그 애매한 말에 나도 아닐 거야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었다. 어쩌면 치료에 기대어 자폐증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헛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모른다. 미등록이면 좀 더 정상 세계에서 받아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렇다. 정상인처럼 좀 더 편하게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장애에 대한 아무 언급 없이 일반 학교를 다니는 동안 사회성 때문에 수도 없이 문제 아이가 되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짝꿍도 없이 맨 뒷자리에 혼자 앉게 했던 1학년 때 담임 선생님! 큰 아이를 지도했으니 둘째 아이 정보를 주면 더 잘해줄 거라 믿었는데, 오히려 정반대였다.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아예 없는 아이처럼 소통도 못하게 혼자 두었다. 분했지만 아이에게 더 피해가 갈까 제대로 항의조차 못했다. 학년이 올라가서도 1학년 때의 경험으로 나는 함묵하는 쪽을 택했다. 아이가 벌 받고 야단 맞고 무시당했지만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아무 말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안 가고 온라인으로 수업하니, 더 집중이 잘 된단다. 방해하는 아이들도 없고 좋다고 하니 시비가 붙을 아이가 없어 좋다는 말인가. 사회성이 정상이었다면 친구들 보고 싶고, 같이 놀고 싶을 텐데, 그런 아쉬움이 하나도 없었다. 사회적 교류가 없어도 전혀 심심하지 않은 아이! 어쩌면 오프라인 시절 학교에 다녔어도 혼자 노는데 익숙해서 그럴 수도 있다. 현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미등록으로 산다고 장애가 없어지지 않는데, 왜 여태 등록을 안 한 걸까.
장애 등록 안 하고 살아도 괜찮았으면 이번에도 안 하기로 마음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 재활은 계속되어야 하고, 아이 자라는데 필요한 정보는 계속 얻어야 하는데... 등록하지 않으면 갈수록 점점 아이에게 그런 필요한 기회조차 오지 않는다. 이번에는 꼭 장애등록을 해야 한다. 그래야 떳떳하게 조금이라도 배우며 살 길이 열린다. 내 마음은 그렇게 장애 등록으로 기울었다.
"왜 맘이 바뀌었냐고요? 왜 꼭 등록하게 만들어요? 안 해도 살 수 있게 해 주었으면 안 했을 거라고요!"
미등록 아이를 키우는 현실에 대해 들어주는 사람도 없으니, 허공에 외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