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마을활동가를 위하여

by 조이스랑

어쩌다 마을활동가를 위하여

어쩌면 누군가 이웃을 향해 열린 마음으로, 마을공동체 활동이란 시도를 해볼 때,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공용 공간 없는 곳에서 어떻게 마을을 운영할 수 있는지, 또 무급에서 유급 마을활동가가 될 수도 있는 가능성도 내다보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 나에게도 이 마을기록은 선물이다. 빗방울 머금은 잎새 위에 반짝이는 햇살처럼. 지나온 마을공동체에 대한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그리운 이도 있다. 몇 발자국만 가면 만날 수 있었는데 바다 건너 먼 곳으로 떠난 이웃, 인도의 어느 마을에 어떻게 정착하여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마을활동가로서 힘든 일이 너무 많아 이제 더는 못하겠다고 했지만..., 떠돌이 보따리 장사처럼 마을 공간 찾아 그렇게 애먹지 않아도 되었으면, 그놈의 회계처리만 안 해도 되었으면 다시 태어나도 마을활동가? 그런 엉뚱한 상상을 한다.

나 혼자서는 안 된다고, 함께 품을 팔아주었던 당신이 보고 싶다. 옆에 있었더라면 같이 글을 읽고 수정해보자고 했을 텐데.... 나는 작정하고 마을활동가가 되었지만 당신은 아니었다. 아이 때문에 어쩌다 마을에 발을 들여놓고 마을활동을 돕게 되었다. 그리고 학습마을 코디네이터가 되었다. 몇 년이 지나, 당신이 더 이상 못하겠다고 했을 때 못 들은 척할 수 없었다. 힘들어하는 당신에게 다 안다고, 그만두어도 괜찮다고, 나 혼자 하겠다고 했었다. 물리적 시간으로 따져 봐도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분량의 일이라는 걸 너무 뻔히 다 아는데, 어떻게 혼자 하려고? 그래서였을 것이다. 당신은 차마 떠나지 못했다. 그랬던 당신인데.... 나는 사명감에 불타올라 이 마을을 당신에게 맡기고 또 다른 마을을 찾아 떠나갔다. 월급 제대로 받는 최초의 유급 마을활동가로서 사례가 되겠다고. 그래서 나와 같은 유급 마을활동가가 계속 늘어나도록 씨앗이 되겠다고. 민간임대아파트에서 마을활동을 제대로 하겠다고. 밤낮없이 혼자 일하며 당신 같은 꼼꼼한 사람이 유급 직원이 되어 옆에 있기를 얼마나 갈망했던가. 코흘리개였던 아이가 변성기를 거쳐 멋진 청년이 된 시기, 이제 몇 년은 볼 수 없는 곳으로 확실하게 마을을 떠난 당신이 보고 싶다. 그대가 떠난 빈자리에서 마을의 추억을 더듬는다. 그래도 참 다행이다. 당신의 인생 로망, 첼로를 우리 마을에서 원 없이 배울 수 있었으니까. 언제나 당신의 기도를 들어주는 멋진 분을 만났으니까.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참 고마웠다. 어디서라도 꼭 건강하고 행복하길...

마을활동가나 학습매니저, 학습 코디네이터... 프로젝트 이름은 다르지만 하는 일은 다 비슷하다. 나처럼 사명감으로 작정하고 시작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어쩌다 코가 꿰어 마을활동을 뒷바라지하게 되었을 것이다. 당신 안에 있는 그 선함이 마을을 행복하게 했을 것이다. ‘나만 조금 고생하면 다른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니까 이 정도야 내가 하지 뭐.’ 돈을 벌었어도 한창 벌어들일 수 있는 시기에 마을에서 열심을 나눠주었던 이름 모를 당신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작가의 이전글신도시 젊은 세대, 소통하는 마을 문화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