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활동가, 힘든 이유
마을활동가는 사회적 연결망이 너무 많다. 학식 있는 사람부터 가방끈 짧은 사람까지, 정치인부터 정치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까지, 사업을 결정하는 실무자부터 사업에 참가해서 실적을 내줘야 하는 평범한 사람까지, 탁월한 강사부터 보조해 주어야 하는 강사까지,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 다양하다. 화를 냈다가는 다 그르친다. 큰소리쳤다가는 소문 난다. 아주 크게, 아주 나쁘게. 실적은 다 도둑맞는다. 저 높은 직책에 있는 사람들 것으로 둔갑한다. 마을활동가는 감정 서비스직에 속한다.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사람에 대한 이해, 감각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마을활동가의 기본적인 직무는 상시적으로 마을 사람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응대하면서, 마을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과 마을활동 참가 기회를 만들어 내야 한다. 감정을 최대한 사람들에게 맞추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점차 현실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번 아웃 증상인가?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을 실행하기 전에 쉬어야 하나? 마을활동가 번 아웃 체크리스트도 만들고 싶었다. 카톡과 전화는 언제든지 받을 것인가. 주말에도? 저녁에도? 이른 아침에도? 제한 시간은 별도로 있는가?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마을 사람들이 관심이 있는 것과 관심이 없는 것은 무엇인가? 관심 있는 것만 쉽게 할까? 관심 없어도 해야 하는 일을 할까?
마을활동가는 상향식 작업과 하향식 작업에서 줄다리기하며 살아간다. 마을활동은 기본적으로 주민 주도이기 때문에 상향식으로 이루어진다. 아래서부터의 사업(bottom-up)이다. 하지만 보조금 사업을 진행할 때 마을 사업은 하향식(top-down)이 되기 쉽다. 행정이 결정하고, 마을은 따라야 한다. 행정적 절차라는 이유로. 보조금 사업에서 보조금 사용에 대한 규정을 늘 숙지하고 있어서 이를 맞추어야 한다.
직업으로 삼은 마을활동과 봉사로 하는 활동은 다르다. 돈을 벌지도 않는데 봉사로 하는 마을활동 때문에 곤혹한 일을 맡기도 한다. 아무리 보람을 느끼더라도 치명적인 갈등을 맞게 되면, 그만 둘 생각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 봉사로 하는 마을활동이다.
나도 활동 1-3년 차까지는 정말 열정 페이 자체였다. ‘올인’ 한지 한참을 지나서야 나는 결국 정직하게 인정하고 말았다. 앞으로의 10년도 그렇게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어찌 보면 지난 10년은 마을활동가로 마을 현장에서 끝까지 버틴 셈이었다. 하지만 마을공동체를 내 인생에서 지워버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나다운 삶, 행복한 삶을 위한 마을공동체’였고 자연스럽게 나의 마을공동체 강의 내용도 바뀌게 되었다. 마을활동에 참여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익명의 ‘모두’를 위한 ‘마을공동체의 의미와 가치’보다는 참가하는 실명의 마을 사람들이 행복한 활동을 하는 것이 좋겠다. 참가자의 행복지수가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주변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입소문을 듣고 올 수밖에... 그래서 개인의 소망을 중심으로 마을공동체의 방향을 진행하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을 모두 다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을을 이끌어가는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면서 조금은 행복을 부풀리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 타인 중심의 삶을 살다 보니 나는 없고 마을만 있는 듯한 때를 만난다. 확실한 번 아웃 증상이다.
회사에서 제대로 된 급여를 받았지만 나는 일 욕심이 많았다. 각종 보조급 사업과 자체 사업에 밤낮, 주말 없이 일했다. 에너지 충전을 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빠지지 않고 일주일 한 번은 서울로 다녔던 학습 활동도 끊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 지나치게 마을 일을 하다 충전을 놓친 전기자동차가 되었다. 회사에 처우 개선을 요청했다. 교육을 받고 싶다고 했다. 좋은 강의를 듣고 싶었다. 또 다른 나의 에너지 충전 방법이었으니까. 회사에서는 내 제안을 받아들여 1년 동안 10개의 강좌를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교육비를 지원해주었다.
나는 중간지원조직에게 제안하고 싶다. 기관에서 모집해 벤치마킹 형식으로 떠나는 마을 여행도 좋지만, 개별로 떠날 수 있는 자유 여행이나 전문 교육비 지원이다. 일괄이 아니라 활동가 연차에 따라 차등 지원해주면 좋겠다. 너무 큰 바람인가? 나라면, 내가 중간지원조직에서 관여해 일한다면, 나는 애써 발굴된 마을활동가를 잃고 싶지 않다.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열악한 환경에서, 사무실도 없이, 작은 도서관도 없이, 자기 집을 사무실 삼아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고생하는데 왜 못해주겠나. 행정을 설득해서라도 필요하다면 마을활동가 자유 선택 교육비, 평생학습 교육비도 지원해주고 싶다. 의무적으로 오라는 지루한 교육 말고. 힐링 여행을 못 보내주면 힐링 기회라도 마음껏 만들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