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학습 그리고 마을공동체
다시, 행복한 마을공동체 이야기
함께 나누는 기쁨을 배우다, 서로를 알아가는 기쁨, 함께 하는 기쁨, 함께 사는 기쁨...
마을공동체 활동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구처럼,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면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마을활동가까지 포함해서 모두가. 행복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안녕 subjective wellbeing’이다. 다음엔 마을활동가의 행복까지 설득할 수 있도록 확실한 연구 지표로 보여 주기를 희망한다.
연말이면 마을공동체 사업을 진행했던 마을들이 모여서 성과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제법 근사한 곳에서 파티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많은 마을이 행복을 이야기한다. 공동체 활동 덕택에 마을이 정말 행복했다고. 전국단위나 광역 자지단체 수준에서 마을공동체 활동 사례를 공유하는 곳에서는 정말이지 대한민국에는 ‘행복한 마을’만 있는 듯하다.
또 정반대의 이야기가 있다. 연말 성과 공유 시간이 아니라 개별 마을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교육이나 컨설팅을 할 때 꼭 나오는 이야기이다. 마을에 ‘돈’이 들어가면 갈등으로 결국 마을이 갈라진다는 얘기다. 여기서 ‘돈’이란 공동체 활동을 위한 ‘보조금’ 사업을 말한다. 종합해보면 마을공동체 활동을 위해 지원받은 보조금은 ‘행복’과 ‘갈등’을 가져온다.
그러면 궁금해진다. 마을이 행복하다는 근거는 무엇일까.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한 연구 결과로 종단연구를 해서 얻어진 마을의 행복 보고서는 없을까. 과거에 한 연구자가 사적인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마을공동체 활동과 행복’에 대한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다. 예측한 대로 마을공동체에 참여하면 행복해진다로 나와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서 당황했다는 것이다.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행복하지 않다고 결과가 나와서, 데이터를 바꾸기 위해 고생했다는 것이다. 연구조사 결과는 표본집단을 어떻게 선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수혜자가 아닌 고생만 하는 봉사자가 활동가가 응답한 설문일 수 있다. 지루한 설문에 답할 일반 마을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걸 보면 말이다. 그래도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면 행복하다’고 우기고 싶을 만큼 연구자는 행복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국민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보여주듯 사업명 자체가 ‘행복마을 만들기’인 경우도 있다. 행복주택이란 이름도 임대주택에 쓰이는 용어로 자리잡기 시작한 지 한참이다. ‘행복학습센터’도 평생학습을 통해 행복을 국민에게 주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나 또한 마을공동체 활동으로 마을 사람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싶은 사람이다. 마을의 행복을 책임지는 마을활동가에게도 행복을 주자. 열정 페이 말고, 제대로 된 월급을 주자. 이런 합의가 있으면 된다고? 유급 마을활동가 이야기를 행정에서 들은 지 벌써 수년이 지났다. 법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그날이 속히 오기를.
아파트 단위로 마을이 지어질 때 건설사가 의무적으로 1년은 마을공동체 활동을 지원해주면 좋겠다. 마을활동가가 전문적으로 평생학습 프로그램, 마을공동체 프로그램을 짜면 된다. 1년 동안 시범적으로 시행하면 얼마든지 사람들은 쉽게 이웃을 만날 수 있다. 평생학습으로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입주 초기에 이웃을 사귀어야 하니, 마을이 가장 많이 열린 시기이다. 하자 이야기도 하지만, 마음에 맞는 이웃을 찾고 싶을 것이다. 이때가 마을공동체를 시작할 가장 좋은 시기이다.
2009년 동탄 1 신도시 시범단지 아파트 입주 후 3년 차였다. 마을 공간은 있었지만 지난 2년 동안 닫혀 있던 공간을 주민강사들이 모여서 마을학습모임을 시작했다. 재능기부자들이었다. 2년 동안 청소 안 해도 되었는데, 관리 안 해도 되었는데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기 시작하니, 청소는 기본이고, 냉난방이며 신발장 비품 등 필요한 일이 늘어났다. 관리소 입장에서는 그동안 안 해도 되었던 일이었다. 그러니 싫어했다. 전혀 협조적이지 않았다. 왜 특정 사람들만 공간을 쓰냐면서 비용을 내라고 했다. 홍보를 해주기는 커녕 가장 쉬운 대응, 재능기부라도 전기세 들어가니 공간 사용비를 내라고 했다. 주민들에게 나눠줄 인쇄물을 복사하기도 눈치 보였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아예 없었다. 잡비는 모두 쓰레기봉투나 식용유 같은 걸 명절 때 나눠주는 것으로 썼다. 환영받지 못하는데 어느 누가 봉사를 지속할 수 있을까. 불친절한 관리소를 보고 재능기부자들은 안 하는 게 낫겠다고 알아서 그만뒀다.
그때 알았다. 관리소가 협조하지 않으면 마을사업은 어렵다는 것을. 사람 드나들지 않았던 공간에 사람들이 북적대면 관리소가 싫어한다는 것을. 비어있던 공간을 청소하는 미화원이 싫어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모이면 민원도 늘어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처음부터 마을 공간이 모두 활용되었다면 다르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협택단지로 이사 가서 입주 초기 1년차 때부터 마을공동체 활동을 시작했다. 가만 보니, 다른 단지들도 1년차에는 활발히 하자 건에 대한 모임을 했다. 하자처리가 끝나니 조용해졌다. 2년차에는 이어지지 않았다. 입주를 시작하는 단지마다 비슷했다. 자원봉사 하던 사람들이 그만 두고 나면 공간은 닫힌다. 마을사업을 운영할 사람이 핵심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마을과 관리소가 친해지면 민원도 줄어든다. 아니, 민원을 넣더라도 부드럽다. 마을공동체를 지원해주는 직원들에게 친절해진다. 얼굴도 알고 이름도 알면, 실명이라 더 친절해진다. 민간임대아파트는 주거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마을활동가를 채용하고 있다. 채용 사례가 계속 늘어가고 있다. 이제 분양아파트도 이런 주거서비스가 실행되길 바란다. 우리 모두의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위해서. 멀리 가지 않아도 마음 맞는 이웃과 평생 학습하며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