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식욕

by 조이스랑

못 말리는 식욕


매일 마시는 커피, 나는 라테 마니아다. 하루 두 잔, 석 잔, 의식적으로 제어하지 않으면 물 마시듯 후루룩 원 샷이다. 작년에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커피를 끊었다. 두 번의 시도 끝에 성공했는데, 올해 친구들을 만나면서 다시 홀짝홀짝, 한 잔, 두 잔, 석 잔까지 늘고 말았다. 잠만 잘 잘 수 있었으면 야밤에도 마셨을 거다. 그런데....

원인을 알 수 없는 두드러기가 한 개 두 개 피어오른다. 가렵다. 첨엔 모기인 줄 알았다. 식구들에게 왜 모기가 나만 무는 거냐고 억울하다고 했다. 또 다른 의심은 체지방이었다. 체지방이 8% 평균보다 미달로 나왔다. 이렇게 살이 빠져본 적 없으니 체지방 때문에 이상해진 줄 알았다. 아무리 다시 살을 찌워도 두드러기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알고 보니 알레르기였다. 이건 분명 식품 알레르기인데 뭣 때문에 생기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아몬드? 우유? 호두? 초콜릿? 뭐야 뭐? 하나하나 먹지 말고 체크하면 되는데 내 식욕은 못 말린다. 가렵다고 하면서도 먹는 걸 중단할 수 없다.


식탁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다 이것저것 냠냠거린다. 식탁을 떠나야 하는데... 하면서도 떠나지 못한다. 나는 식탁이 책상이고 아지트다. 식탁을 떠나지 않으면 식욕 때문에 다이어트 완패라는 걸 알면서도 못 떠난다.

코로나라 아이들이 다 집에 있으니 점심을 챙겨줘야 한다. 내가 없으면 책 대신 라면이 식탁에 오른다. 아이들에겐 라면이 주식이다. 먹방이나 예능을 틀어놓고 쩝쩝거리며 잘도 먹는다. 내 책은 아이패드 밑받침이 된다. 라면 대신 책을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점령한 식탁은 책이 오르는데 한창 공부할 시기의 아이들은 책과는 거리가 멀다.


“이게 식탁이야, 책상이야? 저기 저 책상으로 가서 하면 되지, 왜 식탁에 책을 쌓아놓고 그래?”


그러면서 내 주식을 못 마땅해한다. 만날 아이들 잔소리를 듣는다.


책상? 그건 남편 아지트이다. 거실 한쪽을 자리한 넓은 책상 위에는 컴퓨터가 있다. 남편은 퇴근만 하면 첫 번째로 하는 일이 컴퓨터 전원을 켜는 일이다. 글을 쓰냐고? 아니다. 스포츠를 본다. 남편의 주식이다. 하루 종일 피곤했던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에서 마지막 일과를 한다. 쉼을 위한 일과. 스포츠는 남편의 에너지다.


우리 가족은 이렇게 다르다. 한 지붕 딴 가족! 처음엔 내가 결혼을 잘못하고 아이를 잘못 키운 줄 알았다. 지금은 이게 인생이란 걸 받아들인다. 각자 먹고 싶은 걸 먹어야 한다. 물가에 끌고 갈 수 있어도 억지로 말에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 독서 토론하는 가족? 그건 내가 갖고 싶은 식탁 풍경이었다. 먹으면서 토론하는 가족! 토론은 없고 일방통행만 있었던 식탁, 고함지르는 엄마였다. 잔소리 많은 나였다. 세월이 지나 깨달았다.

그렇다. 안 싸우려면 먹고 싶은 걸 먹어야 해.

우리 집 식욕이 다 다르다는 걸 지금은 받아들인다. 아이들은 핸드폰과 라면, 남편은 스포츠와 달달한 과자 한 봉지, 옛날 고구마 과자, 오징어 땅콩 한 봉지면 헤헤거린다. 나는 여전히 라테와 책이다. 책 읽으면서 라테 한 잔, 상상만 해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