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 대한 좋은 기억 만들기

by 조이스랑

엄마와 나의 관계는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 같다. 평생 걸려도 풀 수 없을 거라 생각한 지 오래이다. 언제나 일방통행, 닦달하는 엄마, 혼자만 말하고 끊어버리는 전화... 이게 모두 엄마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이미지이다. 거의 필사적으로 나는 엄마에 대한 좋은 기억을 만들고 싶어 애가 탄다. 속이 끓는다. 그러면서도 화들짝 놀란다. 혹시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딱 우리 엄마처럼 굴지 않는지. 그런 생각이 스치면 아이들 눈치를 본다. 들어주면 안 되는데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승복하고 만다. 라면, 아이스크림, 과자, 부대찌개, 음료수... 야채 좀 먹으라고 잔소리하는 걸 주저한다. 엄마 맞을까 싶다.


엄마에 대한 좋은 기억 만들기

엄마, 왜 나에게 못생긴 고구마와 못난이 콩만 주세요? 다 흠 있고 자잘한 것만 주시니 여태 나도 그런 못생기고 흠 있는 것만 사 먹었어요.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어요. 마트에서 마지막 떨이할 때 가장 싼 가격에 할인할 때까지 기다려서... 좋아하는 복숭아도 알이 굵고 좋은 것을 먹어본 기억이 없어요. 그래서 새언니가 엄청 비싼 황도 복숭아를 고민도 안 하고 바로 살 때 깜짝 놀랐어요. 나는 늘 무더기로 쌓여있는 과일 코너에서 골라 골라 담아 제일 싼 가격에 그나마 괜찮은 거라도 건져보려고 무지 애썼는데... 임대 아파트 사는 우리 시어머니도 과일은 굵고 맛나고 싱싱한 것만 사시더라고요.

왜 내가 만든 반찬이 맛이 없나 생각해봤더니 싱싱하지 않은 재료 때문이었어요. 요리는 재료가 싱싱하면 다 맛있다고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제 가격 주고 제대로 사야 하는 거래요. 특히 생선은... 그런데도 여전히 저는 정가대로 싱싱한 생선을 사지 못하고 있어요. 내일은 마트 가서 싱싱한 생선 살래요. 큰맘 먹고. 엄마가 어렸을 적 만들어 준 찬거리는 하나같이 다 맛이 없었는데, 그게 다 양념을 너무 아껴서 그런 거였어요. 그러니까 이제 양념도 팍팍 넣어서 생선 요리해야겠어요.

이제 나는 더 이상 내가 실패했다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요. 벗어날 거예요. 그래서 더 이상 실패하지도 않을 거예요. 내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실패하지 않은 거니까. 더 이상 내 인생에 실패라는 단어는 쓰고 싶지 않아요. 그냥 이번에는 생각만큼 결과가 안 나왔지만, 이번 경험이 다음에 좋은 바탕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는 걸로 할래요.

엄마가 보내 준 고구마에서 좋은 것만 골라 팔았어요. 저 먹으라고 보내준 건 다 크고, 여기저기 찍혀서 상처나 흠 있는 고구마였어요. 그래도 현관문을 자리 잡고 있는 것보다 정리하는 게 나을 듯했어요. 가장 못난 것만 남기고 나눠주고 팔았어요. 못난 걸 줬다가 욕먹을까 그냥 내가 먹기로 한 거예요.

다음에는 중간 사이즈에 먹기 좋고, 예쁜 것만 골라 보내주세요. 나도 예쁜 것 먹으면서 감탄 한 번 하고 싶어요.

엄마에게 차마 하지 못할 말들이 속에서 버벅거리다 사라진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면 엄마 전화와 동시에 다시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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