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전화벨이 울린다.
이 시간 전화할 사람은 분명 엄마일 것이다.
역시나 엄마였다.
"여보세요? 엄마?"
답이 없다.
엄마는 주저하였을까.
"8시나 되어야 전화해야지. 갸가 늦게 일어난당게."
"7시니까 괜찬여."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엄마 아빠의 대화. 딸이 갱년기라 하루 걸러 밤을 새는 날이 반복되고 날밤을 새다 아침 무렵에나 잠이 드는 날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런 말이 없이 끊어버리고, 또 끊어버리고 세 번째 다시 걸려온 전화.
"엄마? 말씀하세요."
"나 인자 센터 안 다닐란다. 이번 달에 일곱 번 갔으닝께 그냥 그만침만 돈 계산혀라."
"왜요?"
"내가 다니기 싫어서 그려. 센터서 옆자리 앉은 이가 자꾸 기침하니께 껄적지근혀. 그만 다닐랑게 그런 줄 알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여야 한다고, 센터는 꼭 가야 한다고, 집에만 있으면 안 된다고, 자식들이 걱정한다고.... 여느 때 같으면 늘어놓았을 잔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오늘 나의 기상 시간은 새벽 3시. 어제 아침 마신 투샷 커피 때문에 두 시간밖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침 7시까지 그대로 요 위에 누워 설교를 듣고, 기도를 하고, 바득바득 잠자면서 이를 가는 아들의 얼굴을 바로 잡아주면서, 기도하다 믿음이란 무엇일까 생각하다 아직 구원이 이르지 않은 엄마 아빠를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을까. 엄마! 나는 엄마에게 어떤 딸이어야 할까. 그런 마음 때문이었을까. 엄마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
"봄 되면 복지관이나 다닐랑게. 겨울에는 집안일 좀 히야쓰겄다. 콩나물도 시루에 앉혀 키우고 고추씨도 봐야허고 떡도 빼서 썰어서 보낼랑게. 센터 그만 다닐거여. 재미없다."
아빠가 건강이 다시 좋아져서 그런 걸까. 센터 다시 나가겠다던 엄마 마음이 한 달 새 또 바뀌었다.
시간이 나의 재산, 내 경작지는 시간
오늘과 내일 사이에는 아직 긴 시간이 있다. -괴테 괴테 《서·동 시집》
전화를 끊고 엄마를 위해 작은 목표 하나를 세웠다.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녹음하는 것. 작년 봄, 엄마가 병원에서 있을 때였다. 종일 침상에서만 지내는 것이 무료할 것 같아 내 핸드폰에 저장된 노래 한 곡을 틀었다.
"엄마, 이거 내가 요즘 합창단에서 연습하는 노래야. 한 번 들어봐."
합창 시간에 박자 익힐 겸 녹음한 노래였다.
"야, 다 같이 부르는 거 말고 너 혼자 하는 거 없냐?"
독창을 잘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데... 성악 레슨을 중단한 지 4년이나 지났는데 혼자 부르는 노래라니.
엄마는 참 욕심도 많다. 속으로 그러고만 말았다.
'평화, 평화로다. 하늘 위에서 내려오네.'
교회에도 나가지 않고 기도도 하지 않는 엄마가 좋아하는 찬송가 한 구절이다.
엄마를 위해 이제부터 열심히 노래 공부를 하여 이 곡을 녹음해볼까?
엄마! 그때까지 집안일하면서 소일거리 하면서 건강하게 계세요.
콩나물도 키우고, 고추씨도 싹 틔우고, 떡국떡도 썰면서 엄마 하고픈 일하세요.
엄마와 나 사이에 남아있는 시간, 좋은 기억이 될만한 일을 만들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