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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동화 아틀리에

상상력과 창의력을 뿜뿜 발산하며 서로 소통하는 시간

by 조이스랑

나는 중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A, B, C를 배운 세대이다. 1980년대 면 단위 시골 중학교 영어시간은 주로 단어를 외우고, 시험을 보고, 선생을 따라 읽고 해석하는 방식이었다. 교과서 앞쪽에는 항상 주고받는 대화지문이 있었다.

어느 날 영어 선생이 "읽어볼 사람?" 하고 말했다.

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앞으로 나와. 역할극을 해보자." 영어 선생과 같이 영어책 없이 주고받는 역할극이라니, 깜짝 놀랐다.

'역할극 해볼 사람'을 '읽어볼 사람'으로 잘못 들었던 탓이었다.

나는 어쭙잖게 역할극을 해냈다. 외우지 않았는데, 어떻게 저절로 외워졌는지 아직도 미스터리다.

박수를 받고, 내 자리로 돌아갔는데 백묵을 들고 칠판에 글씨를 쓰던 선생이 뒤돌아서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정말 잘했어. 이렇게 공부하면 넌 앞으로 영어를 잘하는 학생이 될 거야."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나는 정말로 영어를 좋아하고, 잘하게 되었다. 영어 시간이 가장 스트레스가 없는 시간이 되었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건 그날의 칭찬이 맺은 열매였다.


화성시 태안도서관에는 독서 프로그램으로 주 1회 초등 저학년을 위한 <영어동화 아틀리에> 시간이 있다. 초등 1-2학년 어린이들이 영어 동화책을 만나는 시간, 영어동화 아틀리에이다.

아틀리에는 화가와 같은 예술가를 위한 창작공간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어린이에게 영어 동화 시간이 충분히 멋진 아틀리에가 될 수 있을까? 방과후 아이가 원해서라기 보다 엄마가 보내어 왔을 도서관,

단순히 영어를 학습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 듣는 시간을 넘어, 아이들이 자신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마음껏 펼치고,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며,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데서 즐거움을 얻는 시간이 될 수 있을까?


동화 속 이야기를 상상해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거나, 이야기를 만들거나, 등장인물을 흉내 내는 역할극을 할 수 있다.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동화를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결말을 바꾸거나, 새로운 인물로 바꿔가며 창의적인 확장 활동으로 작가, 연출가도 될 수 있다.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몸짓, 표정, 소리 등 다양한 비언어적 표현을 덧붙이면 이야기에 몰입하기 쉬울 수 있다. 영어 단어나 문장을 따라 말해보는 활동은 언어적인 표현 능력 뿐 아니라, 자신감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역할극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다른 아이에게 설명하고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통 능력이 발달한다. 때로는 함께 영어 동화책을 읽고 내용을 토론하는 것도 좋은 협력 활동이 될 수 있다.


핵심은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격려하는 데 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창작 활동에 몰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조력자로서 역할한다. 예를 들어, 'I am the music man'을 읽고 나서 음악가로서 자유롭게 악기를 연주하거나, 'The Wheels on the Bus'를 읽고 나서 각자 자기가 사는 마을에 대해 표현하며 마을 골목 탐방 활동 등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영어 동화 시간을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샘솟는 아틀리에로 만들어준다면, 영어 활동은 더욱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나처럼 어떤 어린이가 훗날 영어선생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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