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목숨 걸지 마라. 안 해도 된다

엄마의 지속가능한 다이어트 노하우

by 조이스랑


고등학교를 다닐 때 나는 BMI 지수가 26이 넘는 비만에 가까운 과체중이었다.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으니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까지 걷는 것 말고 운동은 일절 없었어.


20대 때 혼자서 떠난 유럽 여행을 빡세게 한 후 살이 잠깐 빠지긴 했다. 호캉스가 아닌 배낭여행이었으니까. 젊어서는 고생도 사서 한다지만 문자 그대로 나는 가난한 대학생이었지. 경비를 아끼기 위해 식비를 최대한 아끼면서 교통비까지 절약하기 위해 시내 대부분을 걸어 다녔다. 40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거의 10키로가 빠져있었지.


결혼 후 항상 통통한 엄마였고, 네가 보듯 엄마는 갱년기인 지금 이 시간이 가장 살이 많이 빠진 상태다. BMI 19. 내 기억 속에 전혀 없는 50키로 미만. 내가 언제 50키로도 안 나갔는지 모르겠다. 중학생 때나 되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네가 보는 엄마의 모습은 과거에는 없었다. 처음엔 나도 어색하여 내 눈 바디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다이어트에 불을 지른 건 너와 네 아빠였다. 네가 코로나 방콕으로 점점 살이 쪄서 스트레스 받길래 너를 돕기 위해 시작한 다이어트.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 올챙이 배가 되어가는 아빠는 자기 배 생각은 안 하고 나보고 뭐라 하더라. 퇴근 후 같이 걷자 했더니 하다 말다 하기를 반복하더니 한 달도 못 갔다. 워낙 바쁜 양반이라 뭐든 진득하게 하는 법이 드물 수 밖에.


그래도 너는 생각보다 상당히 독하더라. 하루 1식으로 아주 끝장을 보려는 듯. 갸름해지는 너의 얼굴에 깜짝 놀란 것은 아빠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굶고는 못 사는 법. 처음엔 네가 이겼지만 하루 1식이 끝나니 다시 턱 두 개 시절로 되돌아가고 있다.


1년이 지난 지금 승자는 나다. 하지만 나의 승리가 그리 유쾌하진 않다. 간헐적 단식이 아닌 너의 간헐적 폭식이 걱정이다. 운동하고 먹으면서 뺄 생각을 해야 하는데 말야. 초단기 굶식은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길 바란다.


정말 네 나이에는 다이어트 안 해도 된다. 대한민국 전 국민이 다이어트에 열광하더라도 너는 한창 클 시기라 잘 먹고 잘 움직여서 튼튼하길 바란다. "내일부터 다이어트 해야지." 그러면서 오늘도 속에서 불이 나는 닭복음 면을 먹잖아. "그냥 어차피 먹는 거 편하게 먹어.” 이렇게 말하고 싶다만, 양심상 그렇게 말할 수 없어. 허구헌날 라면 먹으면서 다이어트라니! 말도 안 되지.


내가 요즘 만나는 엄마들도 날마다 다이어트를 외치면서, 약을 먹는다고 하더라. 나는 여태껏 듣도 보도 못한 그 놈의 약이 입맛을 싹 없애준다니! 엄마들이랑 맛집 투어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정말이지 처음 듣는 말이었어. 나만 딴 세상에서 온 기분이었지. 다이어트약과 달리 라면은 먹을수록 입맛을 당기잖아. 라면으로는 네가 원하는 체중에 가까이 가기도 어렵지만 건강까지 헤칠 수 있어. 그러니 닭복음 면을 멀리해라. 내 속에서 천불이 난다.

코로나로 모든 마을 활동이 중단 되었을 때 너는 내게 비수를 꽂았지. “엄마는 친구도 없잖아.” 그래. 내 핸드폰에 천 명도 넘는 그 많은 연락처 중 조건 없이 통화하고 만날 사람이 그렇게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놀랐다. 그나마 걸려오는 전화는 다들 회의 참석해 달라는 것뿐이었다.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만 궁금해 오는 전화는 손에 꼽더라. 나도 허탈했어.


덕분에 마을활동가로서 누군가를 위한 조직 만들기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제는 진짜 나를 위한 모임을 생각하게 되었지. 그리고 운동 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완전히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어. 정말 그 어떤 조건도 없는 친구들이었지.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건 이 친구들이 살을 빼기 위해 운동하러 왔다는데, 운동이 끝나자마자 맛 집에 가더구나. 가성비를 생각하니 배부르게 먹을 수 밖에. 엄마들은 그 맛에 운동을 한다는 걸 또 처음 알게 되었어. 특히 엄마들에게 가성비는 참으로 무서운 존재였어. 식욕과 한 판 붙을 필요도 없었단다. 우린 완패였다. 내가 그토록 가진 노력 끝에 줄여놓은 위까지 결국 위大함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내가 화성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는 게 참 많았다. 그래도 다이어트 약은 네게 할 소리가 아닌 것 같아. 약이랑은 꿈도 꾸지 마라. 약보다 더 쉬운 게 있으니까. 다만 딱 2주만은 노력이 필요하다. 네 식욕을 다스려봐. 2주면 입맛이 달라질 수 있어. 내 이야기가 아니고 믿을만한 전문가들이 하는 얘기다.


1년 전을 생각해봐. 넌 저녁 한 끼만 안 먹는 것으로도 금새 몸무게를 확 줄였잖아. 난 3개월을 밤마다 걸었어도 변동 없었지. 네가 방콕하며 꼼짝 않는 동안 난 밤마다 동네를 네 바퀴 돌면서 매일 만 보를 걸었다. 그래도 몸무게는 끄떡도 안 하더라. 나의 긴 한숨을 너도 들었잖니. 몸무게 조절도 갱년기와 사춘기는 참 다르더구나. 결국 난 8천 보 정도를 걷고 마지막 동네 한 바퀴는 달리기를 했지. 저녁을 가볍게 먹고 거의 매일 밤 달리기를 하고 나서야 매달 2키로씩 몸무게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겨울이 되고 추운 날씨에 달리기를 멈추니 감쪽같이 몸무게는 줄어들지 않았어. 걷기도 중단하니 조금만 배불리 먹어도 바로 몸무게가 늘더구나. 갱년기는 참으로 야속했다. 하지만 어쩌겠니.


별수 없이 나는 돌파구를 찾아 열심히 건강한 식생활에 관한 책을 빌려다 읽었다. 엄청나게 많은 똑똑한 저자들이 참으로 다양한 주장을 펼치고 있었지. 하지만, 그 어떤 책도 특정 채소와 과일에 대해 딴지를 걸지 않더라. 브로콜리나 양배추, 치커리, 버섯, 사과, 토마토, 자몽 같은 거 말야. 감자와 고구마를 딴지 걸어도 ‘현미’에 대해 딴지 거는 건 찾아보기 힘들거야. 그래서 난 콩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는 네 아우성을 뒤로한 채 잡곡밥을 짓기 시작했지. 물론 일부 저자들은 고혈압이면 자몽을 먹으면 안 된다는 둥 사과는 당뇨환자에게 좋지 않다는 둥 얘기를 한다만, 블루베리나 아보카도 딴지 글은 만나기 힘들지.


어찌 되었든 짤막한 글이나 영상을 만날 때 그 주장의 근거를 살펴보렴. 난 오렌지보다는 자몽이 낫다고 생각해. 포도보다는 사과가 좋다고 생각하고. 그 기준은 과일의 당도 때문이야. 서양 사람들도 ‘입에 쓴 게 좋은 거’라는 동양 옛 말과 똑같이 말하더구나. 장 전문가 얘기란다. 어쨌든 질병과 연관되면 이 모든 지식들은 다 적용점이 달라진다. 특별히 아픈 곳이 없는 나는 바나나는 쓴 야채랑 먹고, 토마토는 살짝 익혀 먹고 사과는 그냥 가능하면 자주 먹기로 했다. 물론 블루베리, 아보카도를 가까이 두고 먹고 싶다만 아직까지는 친해지지 못했다. 브로콜리는 씹어 먹고, 당근은 익혀 먹고. 시간이 없으면 그냥 생으로도 먹어. 갈아먹으면 안 좋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허구헌날 갈아먹는 것도 질리지 않겠니?


갈아먹든 삶아먹든 채소와 과일은 안 먹는 거보다 낫다고 생각해. 채소는 무제한 먹으라 해도 먹기 힘들다. 나처럼 많이 먹는 사람이 몸에 좋다고 당도 높은 과일을 마음껏 먹으면? 당연히 살이 찌더라. 과일은 적당히 조절하는게 좋아.


첨가물을 잔뜩 넣은 가공식품은 말할 것이 없다. 먹방 아닌 모든 책이 말하길, 건강을 생각한다면 먹지 말라고 한다.


고기와 생선, 유산균, 영양제에 대해서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각각 다른 주장을 만나게 될 거야. 견과류나 생선 중 연어, 다크 초콜릿(카카오 함량 72% 이상)에 대해서도 사람들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좋은 지방이니 배불리 먹으라고 하지만, 반대로 몸에 쌓이는 지방이니 먹지 말라 한다. 비타민C에 대해서도 의견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결국 코로나 방콕으로 사람들과의 모임이 없는 1년 간 여러 시도 끝에 나의 몸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채소와 과일, 잡곡밥을 적당히 먹고 물을 많이 마시면 어김없이 살이 빠지더라. 고기와 가공식품, 밀가루를 먹지 않으면, 살은 안 쪄서 좋고 몸은 가벼워져. 시간이 흐를수록 네 몸이 점점 알아갈 거야. 속에서 불이 나는 닭볶음 면을 비롯해 가공치즈, 스파게티, 청년들이 운영한다는 그 다방 떡볶이, 족발, 삼겹살을 좋아하는 너는 ‘다른 애들도 다 그렇게 산다며 그만하라.’지만 어쩔 수 없다. 네가 독립해서 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난 계속 말할 거다.


네 식생활을 바꾸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다. 특히 떡볶이와 라면을 현미와 같은 급의 ‘탄수화물’로 오해하면 안 된다. 그건 무늬만 탄수화물이지, 인슐린 폭탄이야. 그걸 좋아하면 다이어트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네가 아무리 ‘내일부터는 다이어트’라고 외쳐도 살 빼기는 어렵다.


자연에서 나오는 그대로를 먹고, 가공해서 나오는 식품은 멀리해라. 삼겹살은 삼겹 지방이라 불릴 만큼 포화지방이 많다.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잊어라. 너도 물을 잘 마시지 않으니 그렇게 하다가는 신장 망가진다. 저탄고지를 안 했어도 물을 잘 마시지 않아 나도 신장이 썩 좋지는 않았다. 화장실을 그렇게 자주 들락거리며 20년을 살았어도 무식할 정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잘 긴장해서 화장실에 자주 가는 줄 알았다. 결국 잠을 설칠 만큼 밤에도 화장실을 들락거리다 비뇨기과와 항문외과를 찾아가게 되었지. 말 못 할 고민이었던 치질 수술과 항문가려움증이 나의 식생활 전반을 바꾸었다는 것을 너도 보았다. 수술 후부터 섬유소를 하루 20g 이상 먹기 위해, 물을 1.5리터 이상 마시기 위해 노력했음을 너도 안다.


“나의 식생활을 바꾼 건, 치질 수술이야. 똥 쌀 때마다 항문에서 칼이 나오거든.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채소와 과일, 물을 가까이 하렴.” 너는 오늘도 나의 개소리를 듣는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너도 언젠가 내 풍월을 읊을 날이 올 것이다.


섬유소와 장내 세균에 관한 책을 보면서 시큼하고 쓴 맛이 살짝 도는 식재료를 가까이 하게 되었다. 머위나 치커리 같은 쓴 채소를 먹고 나면 다른 음식들이 달게 느껴져. 당도가 높은 과일은 장내 유익균에 좋은 먹잇감이 되지 않는다. 섬유소 20g을 채우기 위해서는 앱을 활용하렴. 사과 1개는 섬유소 4g, 바나나 1개는 1.8g. 이렇게 계산해 주니 알기 쉽다. 네가 좋아하는 라면에는 섬유소가 0g이다.


나도 한 때 생협 마니아였어. 아토피와 비염 가족이라 생협의 주장에 팔랑귀가 되어서 수입과일은 쳐다보지도 않았지. 바나나를 사 오는 할머니가 싫었다. 하지만, 바나나가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의 분비를 도와주는 트립토판을 가진 중요한 영양공급원이 라는 것을 알고 바나나에 대한 나의 편견을 후회했단다. 어쩌면 그토록 길었던 나의 우울증은 바나나를 안 먹어서 세로토닌 분비가 안 되었던 것은 아닐까. 바나나를 안 먹은 것에 대해, 생협의 주장에 대해 내가 맹신했구나 반성했지. 결국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나는 바나나를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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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를 어느 책에서 찍었는지 출처가 생각나지 않는다.ㅠㅠ. 이시형 박사님 책일 가능성 약간.>



이제 유기농 같은 건 안 따진다. 일부 저자들이 연구데이타를 근거로 유기농으로 키운 농작물이나 유기농이 아닌 농작물이나 영양 성분 차이가 그다지 없다고 말해주었거든. 또 햇빛 한 번 안 보고 자랐어도 유기농 채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었거든. 햇빛 한 번 안 쐬어 주고 채소와 과일을 키워놓고 유기농 딱지를 붙여 비싼 값에 팔다니. 난 정말 속은 기분이 들었단다. 그래. 직접 키워서 보내주시는 시골 외갓집에서 오는 야채를 더 이상 귀찮다고 말하지 않게 되었어.


나는 너처럼 친정 부모님께 반성문을 쓴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 그 동안 보내주신 채소를 썩혀서 버린 적이 많아요. 용서해주세요. 앞으로는 썩히지 않고 잘 먹을게요."


개소리 선문선답

Q. 허구헌날 다이어트 아닌 평상시에도 살 안 찌고 싶다면?

A. 생활 속에서 올바른 식단과 운동을 습관화시켜야 할 거야.


1년 넘도록 나도 이 노력을 하고 있다. 다이어트 3.3.3이라고 들어봤니? 3주부터 효과가 보이고, 조금 적응하는데 3개월 걸리고 완전히 정착하는데 3년은 걸린다고 하더라. 아직 나도 습관화가 완전히 되지 않았다. 채소와 과일을 중심으로 먹고, 물을 많이 마시렴. 확실한 것은 식단에서 이 비율이 높아질수록 살은 안 찌더라. 못 믿겠으면, 한 번 해 봐! 1주일만 해봐도 금방 알거야!


20분이라도 생활 속에서 매일 운동하는 습관을 키우렴. 먼 길이 아니라면 일단 걷고 자전거 타는 것이 좋다. 신호등에서 기다릴 때 발목 펌핑 운동도 할만하다. 햇빛을 무서워하지 마라. 직업상 종일 햇빛에 노출되는 환경이 아니라면, 그깟 조금 햇빛 쬐었다고 피부암에 걸릴 가능성은 희박해. 전신에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하면, 흘리는 땀 속에서 쾌적한 기분이 들더구나. 다 귀찮으면 그냥 네 방에서 뛰어라. 층간 소음에서 자유로운 집이니까. 핸드폰 보며 의자에 앉아 있을 때는 허리를 세우고 항문 조이기를 해봐라. 마치 설사하면 큰일 날 것처럼 항문을 꽉 막고 있어 봐. 복부에 힘이 들어가면서 네 안 쓰던 근육들이 용을 쓸 거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아니?


'몇 키로 나가냐?'가 아니라 '지금 건강한가? 이렇게 생활하면 앞으로도 쭉 건강할 수 있느냐?' 생각해보렴. 유식한 말로 ‘지속가능한 건강인가?’ 따져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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