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과 열심 중 어느 쪽?

어느 쪽에 서든 그대, 고통을 마주 할 용기가 있는가?

by 조이스랑

전업 에세이스트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 심심과 열심.

저자는 방송작가를 그만두고 에세이스트로 산지 13년, 글쓰기 경력은 21년이다.

'심심과 열심'은 에세이를 처음 쓰는 사람으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에세이 쓰며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에세이를 이렇게 쓰세요~ 안내 서적이라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에세이를 쓰게 되었단다.

방송작가로 일하는데도 통장을 '텅장'으로 표현한 걸 보면, 특출 나게 뛰어나 이름을 알린 사람 외에는 방송작가도 먹고살기 힘든가 보다. 방송일을 하는 동안 내내 위염과 불면증을 달고 살았다니, 방송 세계에서 글쓰기를 업으로 삼으면 생기는 부작용 중 하나인가.

대한민국에 에세이 붐이 일어 서점의 커다란 매대 전체가 에세이로 채워져 갈 무렵 그녀는 백수가 되었다. 그리고 일본 여행 에세이를 쓰며 에세이스트로 들어섰다. 그래, 기획을 잘해야지! 가까운 일본, 맛난 음식 먹으며 여행하며 쓴 에세이.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가까운 나라에서 음식 기행! 여행붐과 에세이붐에 딱 좋은 기획이다. 코로나에다 일본 되서리 시기에는 절대 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 땐 확실하게 통했다.


그녀의 글쓰기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무엇에 대해 쓸지 정한다.

2. 글의 제목을 붙인다.(목차를 정한다.)

3. 쓴다.

4. 쓰면서 주제를 찾는다.

5. 초고를 완성한다.

6. 논다.

7. 읽고 고친다.

8. 안 풀리면 포기한다.


목차를 정할 때는 한 권당 대략 50-60개의 제목을 뽑는단다.

초고는 최대한 자유롭게 쓰면서 빈 종이를 채우는 데 의의를 둔다. A4 용지 한 장에서 한 장 반은 되어야 글로 인정해준다고. 그 미만은 한 편의 글이라고 볼 수 없어 최소한의 분량이 채워지지 않으면 버린단다.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모를 때도 일단 쓴단다. 소재와 주제가 동떨어진 글일 경우 소재로 택할지, 주제로 택할지 고른다고. 주제가 마음에 들면 소재를 다시 찾고, 소재가 마음에 들면 글의 흐름을 수정해 주제가 드러나는 문단을 마지막에 추가해 다시 쓴다. 그렇게 해서 글이 40-50편이 되면 한 권의 분량인 초고가 된다.


2주 정도 실컷 놀고, 글을 읽고 고칠 때가 바로 가장 고통의 시간이라고. '내가 싼 똥은 내가 치워야지.' 하는 심정으로 고친단다. 그렇게 고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마감시간이 정해져 있어서이다. 몇 달간 열심히 글을 고치다 보면 감격스럽고 짜릿한 기분을 느낀단다.


아하! 마감일! 에세이스트가 먹고사는 건 다 마감일 때문이다.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원고료가 책정되어 있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완성해서 끝을 보지 않겠는가. 아마추어는? 그녀처럼 글을 고치려고 고통스러워하다 포기하기 쉽다. 아쉽게도 글이 완성되는 짜릿함은 커녕 답답하고 열 받고 괴로워하는게 전부라면? 누가 돈을 준 것도 아니고, 돈을 줄 것도 아니고. 게다가 닦달하지도 않는다. 심심과 열심 사이에서 초고를 쓰는 것도 어렵지만, 퇴고의 고통에 맞설 용기 있는 자만이 글을 완성할 수 있다.


안 쓰는 것 보다 쓰는 게 낫다. 20일 동안 쓴 실력보다 200일 연습한 글이 더 낫겠지. 200일 연습한 것보다 2,000일 연습한 글이 더 읽을만 하겠지. 하지만, 혼자서만 쓰고 읽으면? 부끄러울 일은 없겠지만 도전도 없겠지. 혼자 읽는 것 보다는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낫다.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기 위해서이다. 어제 빌려 읽었으니 오늘이 반납 기일은 아니다. 하지만, 가방이 무겁다. 다 읽은 책을 계속 끼고 있을 수 없다. 그냥 어서 책 읽은 소감 하나 적고 반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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