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사담당자입니다.
'으으... 억 어억'
이빨로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무서움에 당혹감에 어질 하다.
"주임님~~ 있잖아요. 지출 증빙서류를 내라고
하는데...이 사진들 그니까"
요지 없이 무턱 전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줌님~~ 열지 마세요!!!!!!"
수화기 너머에서 괴로운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째질듯한 목소리
"이미..... 열었어 아우 에휴.."
모니터 창은 지난 일 년간 돌아가신 분들의
시신으로 가득 찼다.
광고 팝업창처럼 두두두 떠버린 창
불을 끄고 누우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관들과
하얀 수의들
머리를 흔들어 보지만 더욱 선명해지는
가죽밖에 남지 않은 몰골들
그렇게 나는 2025년 1일부로
장사담당자가 됐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1월은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다.
다행히 주변과 소통하고 지내는 사람들은
지인의 발견으로 장례식장에 바로 안치되지만
가족과 연락이 끊기고 고독사 한 분들은
며칠 많게는 몇 달 후에야 발견이 되어 변사자로서
형사의 수사를 받아야 한다.
이렇든 저렇든 둘 다 가시는 길은 쉽지가 않다.
말이 무연고지 사실은 대부분
자녀나 형제 그리고 배우자가 있다
그래서 그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
유족이 얼마나 걱정할 까 싶어
만사 재치고 서둘렀다.
차가운 안치실에 주말 내내 안치 돼 있을 생각에
금요일이면 더 마음이 바빴다.
"그냥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
"휴~~ 연락 안 하는대요.. 내가 가야 해요?"
" 나는 이혼했고 우리 애들한테는 이야기하지 마요. 즈거 형제들한테 전화하세요"
"어차피 나라에서 해주는 거 뭐 있잖아요 그걸로 해요~"
- 이유가 있겠지...
- 그래도? 그래도!!
" 네 저희가 장례를 치러드리려면 선생님의 시신위임처리동의서가 필요합니다."
" 여기 멀어서 안 돼요~ "
"아~~ 그럼 선생님 제가 팩스나 메일로 보내드릴 테니 작성하셔서 우선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주시고
원본은 등기로 해주시면 됩니다. 부탁드립니다."
" 나 지금 아파서 한 발짝도 못 나가요. 수술해가 걷지도 못해. 그냥 거기서 알아서 하면 되지."
" 선생님 ~ 무연고만 가능해서요. 유족이 있으신 분들은 유족이 동의를 해 주셔야 합니다."
" 못 가요. 길이 어딘데.. 그냥 알아서"
나의 마지막 필살기
" 잠깐만요 유류품도 좀 있고요!"
끊겨버릴 듯했던 수하기는 침묵 속에 연결 돼 있다.
"유.. 류.. 품.. 이예?"
"네 유류품이요"
"....언제까지 가면 되는고? 거기 어딥니꺼?"
다음날 두 다리 멀쩡히 걸어 들어와
형제자매들의 인감증명서, 인감도장, 상속포기서 등
그 많은 서류뭉치를 내려놓는다.
"유류품은 얘?"
"네 선생님 여기..."
낚아채듯 가져간 가방을 뒤진다.
검은 봉지 속에 든 지갑을 발견했다.
- 지금 열어보면 안 되는데
- 집어던지면 어쩌지
소싸움 할 때 소가 흥분하면 쌕쌕거리던
그 가뿐 숨이 들린다.
얼굴은 지갑을 향한 채 검은 눈동자만
최대한 치켜떠서 나를 올려다본다.
크고 툭 튀어나온 눈은 눈썹 문신을 해서
더 도드라져 흰자위로 가득했다.
" 가자 택시 기다린다."
일행과 함께 사라지는 뒤를 보고 나서야 숨이 몰아친다.
42만 원이었다.
서류 발급하러 다니고
일행이랑 KTX 왕복 타고나면,
맛있는 점심 한 끼 값은 나오겠다.
땅을 파바라 십 원짜리 한 푼 나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