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이 되는 레시피

낮은 자존감은 아이를 존중합니다.

by 안녕하세요

낮은 자존감은 아이를 존중합니다.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보면 조용하고 우직하고

책임감이 강합니다.

속에서 들끓는 변덕과 감정의 요동이 놀랄 만큼

표시가 안나거든요

내색 없는 게 미덕이라고 믿고 살아왔습니다.


고백합니다.

저는 애호박 전을 한다고 둥글고 긴 애호박 하나를

자르는 것도 마무리하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대여섯 개를 자르다가

- 너무 굵나?

점점 애호박은 얇아지고요 날카로운 칼은

위태위태합니다.

- 아이고야 너무 얇다

슬슬 다시 굵어집니다.

- 채를 썰어서 전을 하기도 하던데..

그럼 저는 또 마구 채를 썰기 시작하고요

그러다 보면 정체불명의 조각들이

도마에 수북이 쌓입니다.


한 번은 업무 협조 요청이 왔습니다.

지금 처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저는 부탁한 업무에 진심으로 매달립니다.

말 그대로 협조 요청이라 다들

깊숙이 짱박아 뒀다가 임박해서

해당 부서와 협의하기 마련인데

도와달라는 말에 그렇게 열심히 합니다.

.

.

.

인정합니다.

나를 가장자리에 두고 돌리고 돌리고 있습니다.

관심받고 싶은가 봅니다.

혼자가 익숙하다면서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

.

.

그리고 노력했습니다.

노력이 삶의 희망입니다.


재활용되기 위해 발가벗겨봅니다.

패티병의 검은 뚜껑도 야무지게 플라스틱으로

분류하고 둘러싸인 비닐은

또 돌돌 말아 비닐함에 넣습니다.

남은 음료는 수돗물을 틀어 통 안을 채운뒤

마구마구 흔들어 속을 깨끗이 비워냅니다.


그럼 다시 태어난 듯 며칠간 평안하다가

또다시 칼 앞에 놓인 애호박이 됩니다.

- 어, 그냥 먹다 남은 채로 있을 것

- 아녀 그냥 속만 살짝 비울걸...


자신감은 있는데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문제가 많습니다.

척은 하면서 속은 자격지심에 결핍에

유통기한이 지난

못난이 삼각김밥 심장을 가지고 있거든요.


쓸모없다.

하찮다.

보잘것없다.

그런 줄 만 알았는데


아이들의 의견이 우선입니다.

부족한 엄마는 아이들의 생각이 뭘까를 몸짓하나 행동하나에도

관심을 기울입니다.

외로운 엄마는 아이들이 일어나가 전에 십분 일찍

아이를 보러 갑니다.

좁은 침대를 비집고 들어가 기어코 아이 얼굴옆에

비벼봅니다.

불안한 엄마는 '라떼'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행여나 과거가 들킬까 봐 지금에 충실하지요.

재미를 몰랐던 엄마는 아이들이랑 이야기하고

산책하고 보드게임을 하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습니다.


자존감이 낮은 엄마는 아이를 존중합니다.

잘만 요리하면 겸손이 될 수 있습니다.

기운 빠지는 생각 그만하고

지금부터는 레시피 공부를 해보겠습니다.




--------------------------------------------------------------------------------------------------------------------

작가님들의 글을 보며

레시피 만드는데 열일 중입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딸아~ 네 머릿속이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