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넣으면 책가방 아니야?
자유로운 영혼 둘찌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요이땅"
달리기를 하자고 혼자서 출발을 알리고 뛰어가다
삼 등신 꼬마 아가씨는 스텝이 꼬여 그만 넘어진다.
입술이 삐죽삐죽 곧 터질 울음을 장전하고 있다.
"괜찮아~ 두찌야"
넘어진 아이를 일으키며 대수롭지 않게 내뱉었다.
"괜찮아라고 하는 거 아니야.. 둘찌가 아프다잖아"
이를 지켜보던 첫찌가 조용히 혼잣말처럼 내뱉으며
첫찌의 몸을 둘러가며 입으로 약을 준다.
"호~~ 호~~"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찰나를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더불어 상대방의 생각을 함부로 단정 짓지도
가벼운 위로 따위도 하지 않는다.
첫찌와 함께는 항상 처음이라 걱정이 많다.
입학식을 하고 온 날 챙겨야 할 준비물 리스트가 한가득이다.
물티슈, 색연필, 쓰레받기(걸상에 걸 수 있게 고리를 만들어 오세요),
이름표를 다 붙여오세요 등등
위아래 대충 훑어도 15가지는 족히 넘어 보였다.
"종합장이 빠졌어.. 그건 뭐지? "
"엄마 종합장 여기 있어"
어릴 때 쓰던 스케치북을 3 등분해서 스프링으로 묶은 빳빳하고 하얀
종이 묶음이었다. 학교 앞에 있는 꿈나무태권도에서 홍보용으로 준 듯했다.
영문은 모르지만 앞에 비닐이 한 커플 벗겨져서 비닐이 너덜너덜 달랑달랑
붙어 있고 스프링도 옷에 울이 진 것처럼 삐뚤빼뚤해서 영 보기가 좋지 않다
" 문방구 가서 하 나 사자 이건 쫌 그래"
쌍꺼풀 없는 나와 똑 닮은 얇고 긴 눈매로 종합장을 넘겨보더니 나를 빤히 쳐다본다.
"엄마!! 안에는 멀쩡해 새 거야 새 거~"
엄마는 조용해진다.
담았던 말들을 입에 한가득 문채 내뱉지 않고 있다.
딸에게 혼쭐을 당하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우리 두찌는
학원에서 보조가방을 챙겨 오라고 했는데
바쁘고 게으른 엄마는 또 임박해서야 동동 거렸다.
두찌는 옷을 사고, 책을 사면 담아주던 종이가방과 비닐봉지 등이 담긴 부엌 찬장에
있는 상자를 거실 바닥에 펼쳐 놓더니 만족스러운 얼굴로 나에게 들어 보인다.
" 에이~~ 그건 장바구니야."
딱 봐도 촌빨 날리고 싼티가 나는 그냥 무료로 나눠 준 장바구니
비닐 천 같은 재질이라 야무지게 묶어서 보관했더니 더 쪼글쪼글해서 볼품없는
이마트장바구니를 아이는 펼쳐서 살펴보더니
"구멍도 안 났어. 책 넣으면 책가방 아니야?"
아이들 덕에 삶의 잣대가 많이 달라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만족을 아는 아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맞고 틀림이 없음을 알려 준 아이
함께 잘 되기를 응원할 줄 아는 아이
흔들릴 때면 갈대를 생각한다.
함께 쓰러질 듯 휘청하다가 다시 벌떡 일어나는 갈대
지치고 힘들어 그냥 퍽 엎어지고 싶을 때,
다 때려치우고 도망가고 싶을 때
아이들의 맑은 시선을 빌려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