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받고 싶은 날입니다.
계약이 두 건이다.
건축공사 설계변경 하나, 물품계약 하나.
담당자는 다르나
싸가지없는 건 똑같다
신축이라 어려운 건 내 몫이다
첨 해보는 일이라 헤매는 것도 감수했다.
그런데
계속되는 퉁명한 지적,
인사는 정수리로 받는 그녀들.
이 둘을 만나러 가는 일은
그냥 최강 스트레스다.
몇 번을 검토했다.
타 부서 서류까지 대조했다.
틀릴까 봐, 트집 잡힐까 봐.
그래서 감히
두 건을 한 번에 들고 갔다.
“안녕하세요 주임님~ 설계변경 돼서요.”
목소리부터 쫄았다.
앵앵거리는 소리.
비굴해서 내가 들어도 못 들어주겠다.
“주임님!!! 이렇게 주시면 어떻게요?”
조용한 사무실에
빽— 하고 울리는 고함.
순간 낭패다.
쪽팔림이 밀려온다.
실정보고서,
감리 검토의견서,
시공사 설계변경 내역서.
다 챙겼다.
진짜 빠짐없이.
“아니~ 이렇게 그냥 주시면 어떻게 편철해요.
이런 거 못 받아요.”
“책을 만들던지,
딱 사각형으로 모양을 맞춰와야죠.
다 이렇게 해와요~”
땅거미 지는 목소리로 말한다.
“건축과에 검토받았고요,
거기서는 파일로 주면 된다고 하던대요.”
“다른 과에서는 다 해가 와요.
다시 해오세요.”
계약서류가 틀린 건 없다.
단지 자기가 보관하기 불편하단다.
파일로 주겠다는데
자기는 책으로 갖고 있어야 한단다.
요즘 종이 아깝다고
다 전자화하는 세상에
이게 무슨
개뼈따구 같은 논리냐.
근데도 나는 가만히 듣고만 있다.
두 손 고이 포개 배꼽에 가져간 체
심장이 벌렁벌렁 뛴다.
잘못도 없는데
목소리가 파르르 떤다.
말이 안 나와서
도면을 반으로 접어
기존 서류 위에 올려놨다.
감쪽같은 A4.
아무 말도 없다.
…그냥
- 짜증이 났나 보다.
-재무과가 일이 많다잖아.
그다음,
두 사람 건너
물품계약 담당자.
“물품계약 건이요…”
이번엔 목소리가 아주 곡을 한다.
울다 숨 넘어가기 직전,
울음 멎고 나면
쉰소리만 남는
그 어처구니없는 소리.
“전자계약이에요?”
미리 전화했다.
여기밖에 물품이 없어서
이 계약밖에 안 된다고.
동의도 받았다.
그런데 지금 와서—
“안 될 텐데요.”
“네…? 그럼 여기 자주 와야 하는데
어쩌려고 그러는대요 아 진짜~~"
속에서는 소리친다.
—그래서 미리 말했잖아, 이 신발아.
—하라며. 괜찮다며.
—조달만 계약이냐?
—번거로운 건도 필요하면 해야지.
두 손 모아 적당히 조아린 목선
나는 여전히 공손하다
“아~~ 가세요 가세요.
지금 급한 일 있으니까 가라고요.”
“저기…”
“가라고요.
아 증말…”
그렇게
나는 재무과를 나왔다.
멍하다.
틀린 거 없이 해보려고
건축과를 들락날락했고,
계약법을 뒤져가며
구비서류를 갖췄다.
더 이상 쪽팔리기 싫어서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열 살 스무 살 어린 친구 한테난도질당하는 기분 지금까지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돌아오는 건
편철하기 힘들다는 짜증,
계약하기 귀찮다는 신경질.
그리고 나는
거기다 대고
머리 조아리고
“안녕히 계세요” 하고 앉아 있는
바보.
붕신.
그게 나다.
맞대응하고 나면 가슴이 터질 것 같고 며칠을 못 자는
사람인 걸 알고 난 후부터
참는 게 나를 위한 거라 다독였다.
내뱉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후회와 또 미안해지는 오만가지 감정에 며칠을 밤새는
사람은 그냥 삼키는 게 낫다고 여겨왔다
근데
하필
잡도리를 금요일에 당해서
주말도 탈탈 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