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밴 정성
에너지드링크를 마시고 영양제를 탈탈 털어 넣고
토끼눈으로 도착한 곳은 간사이공항
2박 3일 짧고 굵게 불태워야 한다
당분간은 바쁠 터라 이 한 몸 불살라
기억에 남는 추억으로 만들어 볼지다.
촘촘한 계획과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직진만이 답이다.
헌데
공항이 조용하다
북적대는 공항이 참으로 편안하다
내리는 순간 마음이 푸근하다
처음 온 간사이공항이 여유롭다
파워 J이 남편을 따라 새벽 3시
부터 움직인 터라 늘 공항에 오면 빨리 숙소로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지금 여기로 충분하다
양쪽 끌고 있는 캐리어와 혹시나 추울까 봐 껴입은
점퍼의 무게도 거추장스럽지 않다
여행 내내 이 편안함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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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울감과 맞닿아 있다.
거리의 사람들은 표정이 없다
시선을 앞으로 향하는 것 같은데 눈이 마주칠 일도 없다.
무언가를 지그시 바라보는 그들은 체념의 색이다
그렇다고 누굴 탓하지 않고 또 분노를 가지고 있지
않는 담담한 색이다
젊은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참빗으로 빗어 내린 것만 캍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가르마
양옆에 빗어내려 무스로 고정한 흐트러짐 없는
머리카락 속에
반듯반듯 정확하게 색칠한 화장 얼굴
그 속에 생기는 없는 단정함이 있다.
거리의 행색은 숙소에도 반영 돼 있다
문을 열자마자 침실과 분리된 한 발짝 움직이면
끝나는 신발장
거기에는 신발 털이 그리고 지저분한 신발을 담는
비닐봉지
하얀 실내화가 벽에 붙여져 있다
그 옆에는 3개의 소분된 분리수거함
그리고 욕실과 문으로 분리된 화장실, 곳곳에 숨어
있는 손바닥만 한 휴지통
작고 뭉텅한 소박함 속에 먼지 한 톨도 용납하지
않는 정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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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함이 맞닿아 있다.
우울한 미자는 날카로운 엄격함으로 스스로를
비난하는 데 힘썼다.
가혹하게 몰아세우기 바빴다.
여기는 다르다
저변에 깔린 우울함을 감추지도 구태여 알아봐 달라고 보채지 않는다
그냥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그건 그거고 또 지금은 지금인 게다
감정에 휩쓸려 지금을 망치지 않는다.
지나가다 한 끼 때우려고 들린 식당들은 놀랍다.
한 사람 앉기에 좁아 보이지만 막상 앉아보면
안성맞춤이다
라멘하나 돈카스하나 깊이가 있다. 뭔가 진하게
우러 진 느낌
하물며 편의점에서 사 먹은 주먹밥
놀이공원에서 먹는 미니언즈 샌드위치에도
든든함이 있고 기운이 난다
나는 없고 그들에게 있는
.............................................................................. 몸에 밴 정성이 있다.
그건 그거고 지금을 살아갈 줄 아는 몸이 기억하는
정성이 있다.
또 살아내고 살아지는 습관화된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