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살아내는 정성을 키우는 법

몸이 밴 정성

by 안녕하세요

에너지드링크를 마시고 영양제를 탈탈 털어 넣고

토끼눈으로 도착한 곳은 간사이공항


2박 3일 짧고 굵게 불태워야 한다

당분간은 바쁠 터라 이 한 몸 불살라

기억에 남는 추억으로 만들어 볼지다.





촘촘한 계획과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직진만이 답이다.


헌데

공항이 조용하다

북적대는 공항이 참으로 편안하다

내리는 순간 마음이 푸근하다

처음 온 간사이공항이 여유롭다


파워 J이 남편을 따라 새벽 3시

부터 움직인 터라 늘 공항에 오면 빨리 숙소로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지금 여기로 충분하다

양쪽 끌고 있는 캐리어와 혹시나 추울까 봐 껴입은

점퍼의 무게도 거추장스럽지 않다




여행 내내 이 편안함은 뭐지?

..................................................................

나의 우울감과 맞닿아 있다.


거리의 사람들은 표정이 없다

시선을 앞으로 향하는 것 같은데 눈이 마주칠 일도 없다.

무언가를 지그시 바라보는 그들은 체념의 색이다

그렇다고 누굴 탓하지 않고 또 분노를 가지고 있지

않는 담담한 색이다


젊은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참빗으로 빗어 내린 것만 캍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가르마

양옆에 빗어내려 무스로 고정한 흐트러짐 없는

머리카락 속에

반듯반듯 정확하게 색칠한 화장 얼굴

그 속에 생기는 없는 단정함이 있다.


거리의 행색은 숙소에도 반영 돼 있다

문을 열자마자 침실과 분리된 한 발짝 움직이면

끝나는 신발장

거기에는 신발 털이 그리고 지저분한 신발을 담는

비닐봉지

하얀 실내화가 벽에 붙여져 있다

그 옆에는 3개의 소분된 분리수거함

그리고 욕실과 문으로 분리된 화장실, 곳곳에 숨어

있는 손바닥만 한 휴지통


작고 뭉텅한 소박함 속에 먼지 한 톨도 용납하지

않는 정갈함


........................................................................

엄격함이 맞닿아 있다.


우울한 미자는 날카로운 엄격함으로 스스로를

비난하는 데 힘썼다.

가혹하게 몰아세우기 바빴다.

여기는 다르다


저변에 깔린 우울함을 감추지도 구태여 알아봐 달라고 보채지 않는다

그냥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그건 그거고 또 지금은 지금인 게다

감정에 휩쓸려 지금을 망치지 않는다.


지나가다 한 끼 때우려고 들린 식당들은 놀랍다.

한 사람 앉기에 좁아 보이지만 막상 앉아보면

안성맞춤이다

라멘하나 돈카스하나 깊이가 있다. 뭔가 진하게

우러 진 느낌


하물며 편의점에서 사 먹은 주먹밥

놀이공원에서 먹는 미니언즈 샌드위치에도

든든함이 있고 기운이 난다



나는 없고 그들에게 있는

.............................................................................. 몸에 밴 정성이 있다.



그건 그거고 지금을 살아갈 줄 아는 몸이 기억하는

정성이 있다.


또 살아내고 살아지는 습관화된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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