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엄마 개정판을 쓰기 시작하면서 떠오른
안녕하세요.『잘 가, 엄마』 개정판을 쓰며, 다시 인사드립니다.
이 책의 첫 문장을 다시 쓰기까지, 저는 여러 번 멈췄습니다. 이미 한 번 건넨 인사를 또다시 꺼내는 일이 이렇게 조심스러울 줄은 몰랐습니다. 그때의 저는 떠나보내는 사람이었고, 지금의 저는 남겨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름의 책을 다시 꺼내 들었지만, 이 책을 쓰는 저는 더 이상 그때의 제가 아닙니다.
초판을 쓸 당시, 저는 기록하고 있다는 확신조차 없었습니다. 그저 흘러내리는 감정을 붙잡지 않으면 무너질 것 같아, 문장을 빌려 숨을 쉬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초판의 문장들은 날카롭고, 솔직하고, 때로는 서투르게 아팠습니 따. 그 모든 문장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제는 그 문장들 옆에 서서 조금 더 멀리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정판을 결심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 책이 여전히 ‘이별의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엄마를 떠나보낸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는 깨달았습니다. 이 책은 이별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관계가 남기는 흔적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떠난 사람보다, 남아 있는 시간과 감정이 얼마나 오래 우리 안에 머무는지를 말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개정판에서는 많은 문장을 고치고, 덜어내고, 다시 적었습니다. 울음이 앞서던 문장에는 숨을 고르게 했고, 분노가 가득하던 장면에는 질문을 남겼습니다. 그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장면들,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 그리고 너무 아파서 건너뛰었던 기억들을 다시 불러냈습니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책을 다시 펴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 이야기는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라고. 엄마를 떠나보낸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직 이별을 겪지 않았지만 언젠가 다가올 상실을 두려워하는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개정판은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조용히 말을 겁니다.
혹시 이 책을 읽으며 당신 자신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면, 그건 우연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했고, 각자의 방식으로 미안해하며 살아왔으니까요. 이 책이 당신에게 답을 주지 못하더라도, 질문 하나쯤은 남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질문이 당신을 조금 덜 외롭게 만들기를 바랍니다.
『잘 가, 엄마』라는 제목은 여전히 작별의 말처럼 보이지만, 이 개정판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잘 가’보다는 ‘여전히 여기 있어’에 가깝습니다. 사람은 떠나도 관계는 남고, 기억은 형태를 바꾸어 우리 곁에 머문다는 사실을, 이제는 조금 더 담담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어주는 당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 인사는 초판의 인사와는 다릅니다. 덜 떨리고, 덜 울컥하지만, 그만큼 오래 머물기를 바랍니다. 부디 이 책이 당신의 삶 한 켠에 조용히 놓여, 필요할 때마다 다시 펼쳐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이 책의 첫 장에서 인사드립니다.
그리고 여전히 말합니다.
잘 가, 엄마.
그리고 잘 지내고 있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