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_우리 모두 처음

by 진시율

_세상에 나와 처음 보는 것이 당신이라 다행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은 주머니에서

당장 전화기를 꺼내어 보세요.


이제 꺼내든 전화기로 본인을 돌봐주신

따뜻하고 감사한 분께 전화해 보세요.


나의 삶에 그나마 함께였기에

힘겨운 나날을 버티고 있는 것 일 테니


사람이 사람을 온전히 품는다는 것은

어떠한 관계든 너무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러나 세상에 나와 처음 보는 사람이

나를 품었다는 것에 감사하며, 존경하게 되었어요.


나의 엄마에게 의지를 하지 못했다면

내가 의지 했었던 사람이 있었을 거예요.

그러니 꼭 전화하세요.


수많은 사람의 무리에서도 날 알아보는 사람,

많은 것을 짊어질 때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날 걱정해하는 잔소리들로

사랑이라는 마음을 표현하던 사람.


그게 바로 날 향한


그분들의 표현 방식이자 자립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주기 위한 노력일 테니까요.

당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러기엔 그들은 우리의 한 마디에 못이 박히니까요.


이것저것 말도 듣지 않는 세상이나

상대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래도 모든 말과 모든 고통을

쏟아낼 때 받아 주는 것은 그 사람들뿐이니까요.


당신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알아주지 못해서 서운해하지 마세요.

누구보다 나를 알고 싶어 하고 다가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런 사람과의 시간들을 놓치지 마세요.

그 어떤 힘듦 속에서 허우적거린다고 해도,

한없이 나 스스로가 불행하다고 느낄 때도

그 시간들을 떠올리면서 위로받을 수 있는

시간들이었어 테니까요.


명심하세요.

이 관계 속에서는 '사랑'보다 강력한 그 무엇도 없습니다.

연인과는 다른 형태의 이 '사랑'은 그래요.


스스로의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그분들입니다.

아니라고 부정한다 해도 그분들도 처음이었을 테니까요.

당신의 보호자로 산다는 것이요.

당신이 이 세상의 삶을 처음 살아가듯

당신의 보호자도 당신의 곁에서 처음 살아보는

그분들의 부족함을 이해해 줄 수 있는 거 아닐까요?






_나의 마음이 보이지 않기에...


"엄마 나 하나만 물어봐도 돼?

그때 나한테 왜 그랬어?"


어른들은 그래요.

기억이 나지 않거나

기억이 나더라도 사과를 하지 않거나

기억과 함께 사과를 건네거나 대화를 하려는 이도 있겠죠.


혹은, 화를 내는 사람도 있을 거고요.


그러나 정말 진솔하게 대화고 싶어 하는 상대도 있어요.


내 기분만 이야기하지 않고,

상대의 기분만 듣지 말고,

내 생각만 주장하지 않고,

상대방의 생각만 우기지 말고,

그리고 언성이 높아지지 않는 대화다운 대화/

내가 하고 싶던 것은 그뿐이었는데

그걸 해 보지 못했어요.


그래서인지 점점 외로워지고

상대를 모르고 살아가니

한구석 곪아가며 살아가더라고요.


누구든 그 허함을 채우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해요.


누군가는 '다 그러고 사는데 뭐'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의 공허함의 답은 우리에게 있어요.

그 마음은 상대에게서 보이기 어렵고

상대는 마음을 보여주는 방법을 모르기에...


그러니 아프지 말아요.

그러니 미워만 하지 말아요.


나의 탄생을 기억하는

유일한 존재가 되어가며

아무 조건 없이 품어주는 사람

나의 현재와 나의 미래를 제일 걱정하는 사람

'엄마 꽃게'가 옆으로 걸으며

'자식 꽃게'에게는 앞으로 걸으라고 하는 것처럼

미래의 나은 길로 안내하고자 하는 마음이

잘못표현되었을지도 모르기에

알아보려 노력해 보면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나에게 했던 모진 말들만 기억나고,

나에게 했던 모진 행동들만 기억나며,

나에게 했던 억울한 일들만 떠오른다고 해도

그들이 없었다면 자랄 수 없었고

내가 나를 걱정하고 냇가를 고민하는 만큼

내 말을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며

언제나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과

나를 위한 감사한 일들 위로되었던 기억

따뜻한 마음도

당연하지 않다는 걸 느낄 때

그 마음을 보여주는 방법을 모르기에

조금씩이라도 표현해 볼 걸 그랬어요.






_어쩌면 서툰 삶의 시작일지도...


나를 안아주는 마음은 누구보다 나를 위함이었고

불어오는 바람에 다칠까 우려하는 마음이 멌으며

성장을 돕기 위해 이를 악물고 모르는 척도

해보았을 것이에요.


"너에게 모든 다 해 줄게!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만큼 마음껏 양껏 해보렴!!"

이라고 말하고 싶었을 마음을 꾹 누르며

마음 아파하고 미안해라는 말조차 삼켰을 것이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누구보다 상처를 받고 있음을

알면서도 티 내지 않고 그 힘듦을 본인만 알고 있으며

대신 아파했을 테니까요.

나 자신조차 나 스스로가 어렵고 힘들어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을 때에도 나의 힘듦을 먼저 알아보고 안타까움을 참는 것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던 것은 아닐까요?


엄마가... 아빠가... 처음이기에...

아 또한 자식이 처음이기에...

"나 좀 그냥 줘!!!!"라며 소리치는

나에게 퉁명스럽게 이야기는 하지만

자신이 도와줄 것을 알 수 없음에

답답하고 안타까워했을 테니까요.

그런 소리를 듣고도 밥이나 간식을 챙겨주는 것 이외에


해줄 것을 찾기 힘들기에 나름의 표현이자 위로였을 테니까.

그걸 알아보지 못한 것 또한 어려움이었으니.

나라도 알았더라면

그 조차 나는 받기만 했어요.

그렇게 은은하게 내 주위에서

언제나 나의 쉼터이자 혹은 등대가 되어주려

노력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서투르고 어색했지만 그들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어요.


무엇인가 이상하리만큼

그 단어를 들을 때는 마음은 뭉클하고

코끝은 찡하고 먹먹해지는 것이 내가 성장해 가면서

어린 나는 크느라 나만 보고,

사회 초년에는 나만 적응한다는 이유로

여유롭지 않다는 덕을 빌미 삼아가며

나만 보았으니...

이제야 보이기에 그동안의 시간들이 지나갔기에...

그렇게 먹먹하고 찡하고 뭉클해지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나는 생각보다

많이 사랑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했기에

이리 어렵게도 구구절절 풀어놓아 괜스레 부끄럽기도

이 말이 부끄러운 것조차 서툰 나이기에.


언젠가는 나를 너무 미워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으니 남남으로 살아야 하나?

그것도 아니라면 나는 그저 순종적인 로봇이 되어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서툴렀기에 표현을

의문이 아닌 분노의 외침으로 했던 거 같아요.


그저 내가 아프지 않기를 빌고

그저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받지 않기를 빌고

그저 내가 단단해지기를 빌었을 텐데...

기다렸을 텐데...


굳게 믿는 그 간절함은 나를 위함이었을 텐데

그것 또한 그저 표현이 서툴기 때문이었겠죠.

그렇게 우리는 서툴러서 서로에게 상처만 남겼었네요.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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