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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샤 pacha Jan 31. 2023

꿈에 종로서적에 가다


나는 긴 줄을 무시하고 뚫고 들어갔다. 아무도 항의하지 않았다. 들어가보니까 윗층은 공사 중이라 막혀 있었다. 정리된 책들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새로 문연 종로서적에 가는 꿈을 꾸었다.


직원하고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친구한테 다음에 만날 때 거기서 보자고 전화도 했다.

아직 윗층은 열지 않았는데도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얼마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나는 서가를 정리 중인 윗층 현장을 둘러보게 되었다. 낯익은 주인도 마주쳤다. 음악 코너에서였다. 문 닫았을 때 보관해 두었다가 다시 꺼내 정리하는 모양이었다. 스낵 코너도 문 열 채비를 한다고 귀띔해주었다. 나는 앞으로는 구하기 힘든 헌 책도 취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폴리필리의 꿈]이란 책을 인터넷에서 가격 비교하며 찾다가 사지 않고 내버려둔 채 잠들었다. 이게 변형되어 꿈으로 나타난 모양이다. 보슬이가 밤새 창문으로 들락날락해서 늘 쪽잠을 자면서 거의 매일 꿈을 꾸다시피 한다. 이번에는 제법 오랫 동안 잘 수 있었고 기분 좋은 꿈도 꾸었다. 일어나 옆을 보니 녀석이 침대 끝자락을 차지하고 잠들어 있었다. 코를 골며 잠꼬대까지 하였다. 늘 침대에 올라와 자다가 한 동안 뜸했는데 웬일로 다시 잠자리를 바꿨다. 곤히 자는 녀석을 몇 번 쓰다듬어 주고는 다시 누웠다.


이미 커텐이 훤히 비치는 아침이었다. 녀석이 들어오면서 더 열어젖혀진 창문을 닫고는 침대에 도로 누웠다.


서점 밖으로 나와 걸어가고 있었다. 안에서 대화를 나누었던 남자 직원을 마주쳤다. 다시 아는 척을 했다. 예전에 자주 들렀던 사람인데 주로 외국서적부를 찾았다고 일러주었다.


여덟 시대에 벌써 12도까지 올라가 있었다. 최고 23도까지 올라가는 황홀한 오월 초 봄날을 예보하였다.


또 잠들었다. 이번에는 고향 집이 나왔다. 무슨 영문인지 내가 친하게 지낸 여자 친구 둘과 가족들이 함께 등장하였다. 그네들이 우리 가족들과 얘기 꽃을 피우는 동안 나는 혼자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집으로 되돌아왔을 때였다. 여자 친구 둘 중 하나가 뒤돌아섰다. 놀랍게도 아는 여인이 아니었다. 이 둘을 데불고 마을 산책을 나서려는데 꼬맹이 셋이 따라나섰다.


조금 전 혼자 갔을 때 마을 앞 다리 위에서 그 외딴 곳인데도 악사가 홀연히 나타나 연주를 하고 있었다. 다시 이곳을 지나가는데 악사가 여전히 연주하고 있길래 아이들한테 동전을 주고 오라고 시켰다.

두 여인 중 한 사람을 그런 신발로는 산에 갈 수 없다고 따돌릴 속셈이었다. 잠시 후 장면이 바뀌어 한 사람은 어디 갔느냐고 물었을 때 누군가 아마 떠났지 싶다고 알려주었다. 둘이 오붓이 같이 산책하고 싶었던 여인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그리 친하지 않은 여인만 곁에 붙어 있었다.


요기가 느껴져 화장실로 갔다. 그곳에 가족들이 변소를 고친다며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고 있었다.


[폴리필리의 꿈]은 이렇게 끝난다.

폴리아가 폴리필리의 목을 껴안고 입맞춤을 하자 황홀해진 폴리필리도 폴리아한테 입맞춤을 하는 순간 폴리아는 얼굴이 새빨갛게 변하더니 영롱한 눈물을 떨구고서 향 연기처럼 하늘로 사라진다. 꿈이었다네! 1467년 5월 1일 해가 뜨면서 폴리필리는 단꿈에서 깨어난다.

저자는 책 뒷면에 이 세상 모든 일은 헛되지만 그래도 유용하고 기억할 만한 것을 썼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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