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12월 5일
오늘 드디어 정식 체류증이 나왔다는 통보를 받았다. 오전에 휴대전화에 문자가 떴다. "당신 체류증이 나왔으니 225유로 수입 인지를 준비하여 약속을 잡고 찾아가시오."
올 한 해 죽 나쁜 일만 생기더니 일이 풀리기도 하네. 3월에 온 집안 유리창을 갈아끼우고 유독 가스 냄새로 꼬박 두 달 고생했다.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고 입술이 떨리며 팔다리에 근육통이 생겼다.
4월부터는 체류증 갱신하는 약속을 인터넷 통해 잡는다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7월에 가서야 가까스로 해결보았다. 산넘어산! 정식 체류증을 받아야 한시름 놓을텐데.
12월 3일. 이웃으로부터 계엄령이 선포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 무슨 황당무계한 일인가?!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이 글을 끄적이는 25년 1월 7일 아직 진행 중인 이 사건은 헐리우드 영화보다 더 극적으로 전개되어 불안하고 갑갑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나라 꼴이 이게 뭐란 말이냐! 하루 바삐 정상화가 되어야 할 텐데.
오늘 오후에는 집주인으로부터 샤워실 고치는 업체를 정했다는 문자도 받았다. 배수관이 터져 바닥으로 물이 새는 통에 한 달 반째 집에서 제대로 샤워를 못하는 신세... 물 문제가 생기면서 하루아침에 중세로 되돌아갔다.
보름 전부터 내심 부담이 되었다. 혹 제때 안 나오면 어떡하나? 연장 신청을 해야 하는데...
가체류증 기간이 24.07,23-25.01.22이라 만기일이얼마 남지 않았다. 안나올리야 없지만 그래도 걱정하지 않을 수야 있나.
12월 13일 09:55로 체류증 수령하러 가는 약속을 밥먹듯이 "쉽게" 잡았다. 며칠 뒤 동네 담배가게에서 수입 인지를 구입했다. 준비 끝!
지난해 11월 말부터 준비하기 시작했으니 꼬박 일 년이 걸린 셈.
12월 13일.
약속을 잡은 터라 쉽게 도청 출입문을 통과했다. 수입 인지와 만료된 체류증을 여권과 함께 들이밀고 지문 인식을 하고 쉽사리 10년 짜리 정식 체류증을 하사 받았다.
나보다 몇 달 먼저 갱신하고 정식 체류증을 받은 이웃 말마따나 이번이 마지막이다. 십 년 후면 고국으로 돌아가리다(?).
"내 참 더러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