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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루브르는 파업을 하나?

by 파샤 pacha

6월 16일(월)에 이어 12월 15일(월)에도 직원 파업으로 루브르가 하루 종일 문을 닫았다. 몇 년 전 노동 조건 개선을 외치며 파업으로 종일 닫은 적이 한 번 있었다. 그날 피켓과 플래카드를 든 직원들 행렬을 따라 문화부로 가는 길목에서 지켜보았다. 루브르 입구에서 문화부까지는 걸어서 채 오 분도 걸리지 않는다. 2016년 6월 센강 수위가 6미터에 육박하게 올라가면서 범람의 위험에 대비해 4일간(6월 3-7일) 닫은 적이 있었다. 이때 실제 센강이 범람하지는 않았다. 범람 위험에 놓인 지하층에 전시된 작품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긴다고 닫았다. 2017년 2월 3일 9:50분경 카루젤 입구쪽으로 내려오는 계단에서 순찰도는 군인을 상대로 일으킨 테러 사건으로 이미 입장했던 방문자들이 세 시간 정도 나오지 못한 사건도 일어났다. 두 달 전 "세기의 도난"이라고 부르는 사건이 일어난 날(10월 19일 일요일)과 그 다음날 월요일도 연달아 닫았다. 물론 가장 오랫동안 닫은 경우는 코로나 감금 기간이었다. 2020년 3개월 반 동안 닫았다가 7월 6일에 다시 문열었다.


그렇지만 직원 파업으로 완전히 닫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올해 들어 두 번째다. 12월 15일 파업 결정은 노조만 아니고 다른 직원들도 동참하여 4백여 명 전원 일치로 결정하였다. 17일에도 노조 회의가 길어져 결국 11:30쯤에 열었다. 종일 닫히나 조마조마했는데 다행! 12일 만에 루브르로 출근하는 날인데 닫히면 낭패... 오전 일을 12:45로 미뤄두었다. 18일 내일도 늦게 연다는 메일을 받았다. 어쨌든 노조 쪽에서는 무기한이라고 강경하게 나온다. 언제까지 갈까?

12월 18일 파업 예고로 늦게 연다는 루브르 홈페이지 공지

루브르가 문 닫으면 관람자는 포기를 하든 다시 오든 해야 한다. 그러면 가이드는? 출근했다 공친다. 일은 안 한 것도 아니면서 투어 비용은 환불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줄에서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두 시간 반 정도를 기다렸다 허탕진 적이 어디 한두 번이었나! 한마디로 루브르가 문 닫으면 가이드는 곱다시 실업자가 된다.


그럼 왜 하필 월요일에 파업을 하나? 루브르는 화요일이 휴관일이다. 그러다 보니 주중 관람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날이 월요일. 파리 일정이 짧은 방문객은 이날 아니면 루브르는 못 올 수가 생긴다. 이걸 노린 것. 노조 입장에서는 효과가 최대지만 방문자는 정말 억울하다. 오라고 광고 안해도 제발로 걸어오는 외국 관광객을 볼모로 삼아서 월요일에 파업을 한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파업을 하나?

이야기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 당연 노조 파업의 가장 큰 이유는 노동조건 개선과 임금 인상이다. 이미 올 상반기인 6월에 파업을 했지만 노조 쪽에서는 거둬들인 게 없었다. 10월에 "세기의 도난" 사건이 일어나고 여론이 노조 쪽으로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노조에서 보면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최근 15년 동안 안전 요원만 2백 명가량 줄였다고 한다. 방문객은 두 배 가량 늘어났는데 안전 요원은 반대로 줄이면 어떻게 되나? 직원 부족으로 루브르의 전시실을 돌아가면서 닫는다. 한편 직원들의 업무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예 2년 전부터 로마 조각 전시실은 작품을 다 치워버리고 공간만 남아 있다. 전시실을 닫을 경우 주로 공사 핑계를 댄다지만 공사하는 흉내도 못낼 때는 어떻게 하나? 그야말로 공사 흉내를 낸다.


26년도 예산 할당을 보면 새로운 입구 만드는데 무려 1억 유로를 책정했는데 안전 부문에는 백 8십 만밖에 안된다. 작년 프랑스 감사원 지적에서 밝혀졌듯이 루브르가 예산이 부족한 게 절대 아니다. 우선 선위를 어디에 두느냐가 문제다. 가장 시급한 작품과 시설의 유지 보수와 안전 문제가 최우선인데 새로운 입구 만드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문제 해결은 가장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교통사고가 나서 외상을 입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응급 처치를 하는 게 우선인데 먼저 새 시설을 갖춘 병원을 짓겠다는 꼴이다.


올림픽이 끝난 지 언제인데 튈르리 공원에 다시 선보인 올림픽 성화 유지 비용이 26년 한 해 동안 무려 3백5십만 유로가 들어간다고 한다. (물론 성화 제작 업체인 EDF에서 협력 비용조로 루브르에 6백만 유로를 기부하였다.) 그게 루브르 예산에서 나가는 줄 전혀 몰랐다. 미친 짓거리! 그 생각이 누구한테서 나왔나? 마크롱 대통령인가 아니면 루브르 관장 로랑스 데 카르인가? 알 수 없는 일이다! 허술한 안전 문제로 "세기의 도난" 사건을 겪고도 정신 못 차리나. 바로 얼마 전 천장에서 물이 새어 귀중한 고대 이집트 문서 보관에 문제가 생기는 사건도 일어났다.


올해 1월 28일에 마크롱이 외친 "누벨 르네상스 nouvelle Renaissance"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은 뒷전이다. 첫 번째가 새로운 입구를 만드는 것, 두 번째가 모나리자 옮기는 계획이다. 여기에 얼추 총 10억 유로가 들어간다고 한다. 계획을 실행하다 보면 보통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파리의 필하모니 공연장 건축에서 잘 보여주었다. 모나리자 전시실을 따로 만들어 옮기자는 의견은 수십 년 전부터 나온 의견이다. 루브르 동쪽 편에 입구를 새로 만들자는 의견도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이걸 구체적으로 제안한 사람은 지금의 관장이고 이걸 문제 해결인 양 떠들썩하게 공표한 이는 마크롱이다. 상원 청문회에서 누벨 르네상스를 결정하는 것은 문화부 장관인가 대통령인가 하는 질문에서 관장은 대답을 회피했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프랑스에는 문화부 장관이 없다".


새로운 입구를 만들어서 관람자를 천 2백만을 끌여들이겠다고 한다. 루브르는 2018년 사상 최대인 천 2십만을 돌파한 바 있다. 현재 루브르는 하루 최대 관람자를 3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일찍 예매하지 않으면 성수기에는 루브르 관람이 불가능하다는 말씀! 정부 예산이 깎이면서 돈이 부족해 직원을 줄이고 전시실을 돌아가며 닫으면서도 쾌적한 관람 상태 유지를 위해 3만으로 유지한다!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직원을 더 고용해서 모든 전시실을 다 열고 방문자의 편의 시설을 개선할 의지는 전혀 없다. 속사정을 알고 보면 돈이 없어 직원 고용을 못하고, 직원이 부족하니까 전시실을 돌아가면서 닫는다. 문제는 우선 순위다. 안전이나 유지 보수보다는 "누벨 르네상스"에 온 힘을 쏟아붓는데 문제가 있다.

현 관장은 전문가를 동원해서 유지 보수 공사를 점검하는데 2년을 투자한 반면, 누벨 르네상스 입안에는 두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2년간 점검한 안전 문제는 시행조차 되지 않은 반면 두 달 걸려 결정된 누벨 르네상스는 올해 10월에 이미 결선 5개 업체를 선정했고 내년 4월에 최종 수상자를 발표하게 되어 있다. 누벨 르네상스가 5년 뒤 2031년에 끝나게 되어 있다. 22-24년 2년간 의뢰한 안전 문제는 11년 걸려 2033년에 끝날 전망이다. 마크롱이 명령한 노트르담 복원 공사도 마찬가지로 5년 만에 졸속으로 끝낸 바 있다. 그러고 보면 마크롱은 숫자 5의 맹신주의자 같다. 딴 얘기지만 노트르담 안을 방문해보면 예전의 신성한 분위기는 어디로 사라지고 관광 상품으로 바뀌어버린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허접한 관광 견본으로 전락한 노트르담에 다시는 가지 않으리!


혹여 누군가 다리를 걸고 넘어질까봐 두려워서인지 누벨 르네상스 사업을 일사천리로 진행시킨다. 문제는 돈이다. 10억 유로에 해당하는 공사 비용은 어디서 나오나?

아랍에미레이트 연합의 아부다비 박물관이 루브르 이름을 빌려 쓰면서 엄청난 돈을 루브르에 낸다. 루브르는 23년과 24년에 아랍에미레이트로부터 각각 5천5백만 유로를 받았다. 결국 이쪽에서 총 2억 유로 가량이 나온다고 한다. 이 돈을 다 누벨 르네상스에 쏟아붓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자금은 어디서 나오나?


그런데 누벨 르네상스에 필요한 액수는 그야말로 파라오급이다. 몇 백만 유로 기부하는 메세나의 도움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현재 몇 백 만 유로를 선뜻 내놓겠다는 기부자도 많지 않다. 루브르의 1년 국가 보조비는 1억 유로쯤이고 입장료 수입도 대충 그 정도이다. 한편 해마다 국가 예산은 깍이는 판국에 어떻게 해결할려고 하나? 26년예산이 5백7십만 유로가 삭감되었다.

이런 터무니없는 누벨 르네상스 계획이 아니라면 다른 분야에 부족한 돈을 해결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오는 손님을 내치지 말고 받아들일 일이다. 예를 들어 현재 수요일과 금요일에 야간 개관을 한다. 하루만 더 늘인다면 상당한 돈을 벌어들일 것이다.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월요일을 야간 개관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또 다른 방법은 현행 18시에 폐관인데 19시로 한 시간 늘린다면 그 역시 상당한 입장료를 더 걷어들일 텐데...


루브르를 거의 매일 드나드는 가이드는 너무나 잘 안다. 화장실 한번 고장 나면 고치는데 며칠 걸리는지.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나면 며칠이 아니라 몇 달 간다. 방문자의 편의 시설이나 서비스 제공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입장료는 일방적으로 대폭 올렸다. 위에서도 말한 바 있지만 로마 조각 전시실은 공사도 하지 않으면서 작품은 다 치워버린지 오래다.


26년 1월 14일부터 개인 입장권이 22유로에서 32유로로 오른다. 그것도 비유럽 연합 방문자에 한해서다. 이 발상은 현 문화부 장관 머리에서 나왔다. 이 분은 문화부 업무보다 다음 파리 시장 선거에 눈독들이는 인물이다. 노트르담 대성당 구경하는 데도 입장료를 받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런 입장료 차별에 대해 15일 노조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표명하였다. 이렇게 되면 일일이 여권 검사를 해야 하는데 이걸 누가 하느냐는 문제가 생긴다. 안그래도 직원 부족에 허덕이는 루브르가 직원 충원을 얼마나 더 할지 몰라도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커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7명 이상 대그룹일 때만 예약비를 받던 것이 1-6명에 해당하는 소그룹도 예약비를 무려 20유로 지불해야 한다. 이런 예약비는 누가 부담해야 하나. 결국 방문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노릇. 한편 소그룹을 진행하는 운영자는 모객 하기가 그만큼 힘들어진다. 투어 비용 부담이 적은 대그룹 투어로 쏠릴 테니까. 가이드 투어 그룹 입장권은 여행사나 가이드만 구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그 많은 액수를 다 카드 결제해야 한다는 말. 물론 한번 구입한 입장권은 취소나 변경, 환불이 불가능하다. 몇 년 전까지 변경 가능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불가능하게 되었다. 분명 현 관장이 들어온 다음 생긴 일이다. 그룹 입장권이 28유로인데 6명을 예약한다 치면 28*6+20=188€가 된다. 가이드 투어에 참가하는 개인한테 그룹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게 하고 그룹 예약을 따로 하게 만들면 문제는 더 간단해지는데... 아무튼 소그룹을 운영하는 나로서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부아가 하늘 끝까지 치밀어 오른다. 정말 루브르 사람 괴롭히네!


다행 내일은 일이 없어서 오전에 늦게 열어도 걱정할 게 없어 좋다.


한 마디 덧붙여야겠다. 칠 분 만(9:30-9:37)에 해치운 "세기의 도난" 사고에서 잃어버린 보석류 값을 8천8백만 유로로 추산한다. 이런 사고가 일어났으면 누군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그런데 아무도 물러나지 않고 떡하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럼에도 프랑스가 망하지 않고 제대로 굴러가는 거 보면 참 신기하다. 루브르의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기사를 많이 쓰는 디디에 리크네르(Didier Lykner)의 말을 인용해보자. "프랑스에서 책임자들은 사임하지 않으며 또 해고 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떠받든다." ("Le point sur le vol des bijoux de la Couronne au Louvre", La Tribune de l'Art, 19 octobre 2025)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물러나게 해야지. 제발 프랑스 한국을 좀 본받아라!!


18일 목요일에도 11:30경 문 열었다.

19일 금요일은 12시까지 열지 않는다고 메일이 왔다. 다행 오전 일이 있는데 13시로 옮겨두었다.

이번 주 내내 파업.

19일도 11:30경에 문 열었다.

18일 15시경에 받은 메일

결국 내년 1월 5일까지 신성한 크리스마스 바캉스 기간 동안은 휴전을 선포했다. 프랑스에서 바캉스는 전쟁보다 무섭다. 무슨 수를 쓰고라도 바캉스는 즐겨야 한다.

한편 보통 연말 연초는 신청 거절하기 바쁜 땐데 황새목하고 기다리는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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