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풍경

26.01.06 아침

by 파샤 pacha

어제 오후부터 내린 눈이 녹지 않고 남아 있다. 이쪽에 내린 눈 치고는 제법 쌓였다. 영하가 유지되면서 오늘 아침에도 그대로 남았다가 햇살이 번지면서 조금씩 사라진다. 눈을 뒤집어 쓴 나무들이며 눈 덮인 풀밭을 몇 번이고 내다본다. 보슬이 모습이 떠오른다. 녀석이 누비던 영역인데... 햇살이 번지면서 월계수 잎에 달린 눈이 떨어진다. 녹아서 눈물이 되기도 하고 미끄러져 내리기도 한다.


오후 영상이 되면서 눈 녹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고향 집에서 눈 내린 다음 날 처마끝으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가 보일 듯하다. 끙끙 얼어붙은 문고리를 밀어 문종이 바른 문짝을 밀치면 쨍한 햇살에 눈부신 세상! 마당 바깥 감나무 가지 끝에서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는 눈이 보인다. 짚가리 아래 눈 쌓이지 않은 맨땅에 참새 몇 마리가 날아든다. 처마끝에 조르르르 매달린 고드름에서 똑똑 물이 떨어진다. 왠지 어린 시절 눈은 소리없이 늘 밤에만 내렸다.


눈은 지붕 위나 나뭇가지부터 사라진다. 땅바닥에 쌓인 눈은 그대로 오래 간다. 눈 내린 다음이면 양달과 응달이 뭔지 잘 알 수 있다. 그늘진 곳은 쌓인 눈이 녹지 않고 남지만 햇빛을 쬔 쪽은 금방 자취를 감춘다. 바람부는 방향도 쉽게 알아본다. 바람이 불어오는 쪽에 눈은 덮히고 다른쪽은 나무 줄기와 가지가 그냥 드러나 멋진 배색을 연출한다.


겨울에도 새파란 풀이 눈이 녹으면서 금새 머리를 디밀고 나온다. 눈이 사라지고 월계수 늘어졌던 가지가 하늘로 다시 올라가며 잎은 더욱 파랗게 빛난다. 녀석이 빛 좋은 날 저 아래서 딩굴고 놀았는데...

오후의 월계수

지난 토요일(3일) 아침에도 눈이 조금 쌓여 있었다. 그때는 땅거죽만 살짝 덮는 수준이었는데 어제 내린 눈은 밟으면 뽀드득하는 소리가 들릴 만큼 쌓였다. 요즘 이쪽은 연일 최저 영하의 날씨다.

26.01.03 우리집 앞 풍경

어제 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기차가 보통 때보다 천천히 달렸다. 역에서 내려 행여 버스를 타나 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10분을 넘게 기다렸다. 앱을 살펴본 결과 몇 분 뒤에 온다는 정보 대신 몇 시 몇 분으로 안내가 떴다. 정류장 앞 국도를 달리는 승용차들도 슬슬 달렸다. 평소보다 차량이 훨씬 적어 보였다. 지나가는 버스는 보이지 않았다. 정류장에 왔다가 그냥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래도 몇몇은 꿋꿋이 오지 않을 버스를 기다렸다. 마침내 나도 운행되지 않음을 눈치채고 눈 맞으며 눈길을 걸어 들어왔다. 미끄러질세라 조심조심 한 손에 손 가방 또 한 손에 장보따리를 들고...


* 오늘이 마침 동방박사 오신 날, 주현절이다. 올해도 우리집 갈레트 왕은 내가 선출되었다!!! 이러다가 장기 집권...

가운데가 올해의 페브
26.01.07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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