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의 사건 사고
갈수록 태산! 지난해 10월 19일 "세기의 도난" 사건이 일어났다. 얼마 지나지 않은 11월 26일 천정의 누수로 이집트 자료가 400여 점 손상되는 일이 벌어졌다. 26년 2월 10일(화) 천만 유로 빼돌린 조직 사기단이 적발되어 9명이 조사를 받고 그중 주동한 한 명은 구류 처분되었다는 기사가 2월 12일 자 파리지앵에 올라왔다. 같은 날 공사 비용이 무려 6억 6천만 유로로 추산되는 동쪽 새로운 입구 사업 수상자 발표가 연기되었다는 기사를 프랑스앵포를 통해 접했다. 이건 오랜만에 좋은 소식이었다. 바로 그 이튿날 오전 루브르로부터 일부 전시실이 닫혀 이동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메일을 받았다. 거기다가 지난해 12월 15일(월)에 시작된 직원 파업은 여전히 진행 중...
어디 이것뿐이랴. 얼마 전부터 시대순 그리스 조각 전시실에서 늘 설명하는 제우스상과 두 팔을 치켜들고 능글맞은 웃음 짓는 큐피드상도 사라져 버렸다. 로마 조각 전시실은 작품은 없어도 가끔 전시실만 열더니 며칠 전부터는 완전히 폐쇄해 버렸다. 이 전시실에서 작품이 사라진 지는 2년이 넘는다. 보르게제의 검투사가 있는 로마 조각 전시실이며 나폴레옹 3세 시절 마장 마술 경기장의 로마조각 전시실도 작품이 사라진 지 까마득하다. 꼭 공사 중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공사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이날(2월 13일) 오후 루브르에 일하러 가는 지라 동료들을 통해 수소문해 보았다. 신고전주의 전시실이 열리는지를 알고 싶었다. 나폴레옹 대관식이 있는 이 전시실이 지난주부터 닫혀서 코스를 어떻게 잡을지 고민이었다. 한 동료가 신고전주의는 18일(수)에 다시 연다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메일 내용은 드농관 쪽 전시실이 몇 개가 닫혀 16일까지 이동이 힘들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우리 의지와는 관계없이" 생긴 일이라고 덧붙이고는 현장에서 직원들이 안내해 줄 거라고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동료가 살롱카레가 닫힌다고 알려주었다. 이미 살롱카레 일부가 공사 중이라 거기 있던 소파가 사라져서 불편한 상태인데 아예 닫는다고. 이렇게 되면 정상 코스로 진행할 때 문제가 생기네. 승리의 여신상 니케를 본 다음 보통 프레스코 전시실 복도를 통해 살롱카레로 진입하는데 이게 안된다. 그러면 중세 회화 전시실을 통해 이탈리아 회화관으로 가야 하나. 그 전시실마저 닫혀 있다면? 프랑스 왕가의 최고 보석 전시실이 열려 있을 때는 아폴로 갤러리에서 살롱카레로 이동하곤 했다. 도난 사고 이후 이 전시실은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그 이후 재미 삼아 손님들을 데리고 아폴로 갤러리 앞을 보여주고 나오곤 한다.
이날 두 시간 투어와 세 시간 투어를 섞어 진행하는 날이다. 입장이 한 번밖에 되지 않아서 드농관으로 입장하게 되어 있었다. 보통 때 진행하는 코스와 정반대로. 드농관 입장해서 미켈란젤로의 노예상, 올라가서 그랑갤러리 이탈리아 회화관, 모나리자, 낭만주의. 이거 안되네. 신고전주의가 닫혀 있으니까. 그러면 낭만주의, 이탈리아 회화관, 모나리자, 다시 이탈리아 회화관 그리고 중세 회화관.
이미 손님들한테 우리가 가야 하는 중요 전시실 두 개가 닫혀서 코스가 꼬인다고 미리 귀띔 해주었다. 드농관으로 입장하려고 이동했다. 줄을 쳐놓았네. 직원이 관람자들을 쉴리관쪽으로 가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었다. 묻지도 않고 발길을 쉴리관으로 돌렸다. 잠깐 막는 거겠지. 이런 일은 늘 있는 거니까. 쉴리쪽으로 올라가서 드농관으로 이동하자. 갔는데 어라 드농관으로 가는 길목에 줄을 치고 직원 하나가 가로막고 서 있다. 드농관으로 갈려고 해요. 안 돼요. 완강하게 반응을 보였다. 계속해서 왜 안되느냐고 따졌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면서 어쨌든 안된다는 언질을 주었다. 제기, 왜 드농관 쪽으로 입장을 안 시키지! 투덜투덜하면서 쉴리관으로 입장했다. 정반대가 아니라 정상 코스로 진행할 수밖에 없네.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럼 코스를 어떻게 잡지? 살롱카레가 닫혔다는데 니케를 보고 어디로 가지?
루브르 정말 사람 괴롭혀요!
보세요. 입장료는 엄청나게 올리고 서비스 제공은 엉망이니.
니케상의 진짜 날개 쪽으로 이동했다. 보아 하니 프레스코화 전시실이 열려 있네. 맞은 중세 회화 쪽으로 사람들이 들어가고.
직원한테 가서 물었다.
살롱카레 조금 전부터 열었어요.
오케이.
문제는?
두 시간 코스 손님과 헤어지는 낭만주의에서 내려가 미켈란젤로 조각을 보여주고 죽 다시 중세 루브르까지 왔던 코스 일부를 되돌아가야 한다.
도대체 이거 뭐냐고? 두 번 입장할 수 있으면 드농관을 나가 리슐리외관으로 재입장하면 간단한데. 예약비 20유로를 받으면서 이렇게 불편하게 만드니.
중국 부부 가이드 둘이 매표창구 직원이며 표 검사하는 요원과 짜고 단체 예약권 하나로 하루에 스무 단체를 돌렸다고 한다.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프랑스며 두바이에 부동산 투자를 했다나. 10년 동안 삥땅한 액수가 천만 유로에 해당한다. 간 큰 중국인들 사기 규모도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미 몇 년 전 같은 인물인지는 몰라도 베르사유에서 그 짓을 해서 벌금 낸 사건이 있었다. 어쨌든 이 인물들은 베르사유에서도 마찬가지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한다. 검문된 9명 가운데 2명이 루브르 직원이다.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9명보다 많은 인물이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루브르 매표창구 직원 2명만 가담했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믿기지 않는다.
24년 8월 루브르를 상대로 고소가 들어왔고 24년 12월에 조사가 시작되었다. 가짜 중국 가이드 몇이 매표창구 직원을 매수하여 입장권을 구입하고 입장권 검사 없이 통과시킨다는 내용이었다. 개인 입장권은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매수는 최대 6 매이다. 10년쯤 되었나. 개인적으로 이런 경험한 적이 있다. 창구에서 개인 입장권을 6매 이상 살 수 없냐고 했을 때 창구 직원이 10유로를 요구했다. 이게 뭔가. 그때는 뭔지 몰랐는데 지금 와서 보면 중국 가짜 가이드들이 창구 직원한테 돈을 찔러주고 한 사람이 여러 장을 구입한 게 드러난 셈이다.
루브르 측에서는 직원 몇이 가담한다는 의심을 하고 조사 결과 입장한 그룹 숫자에 비해 입금된 액수가 차이 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몇 개월 경찰 조사 결과 중국 부부 가이드는 같은 입장권으로 여러 번 입장시킨 것이 드러났다. 여기에 루브르 직원의 협조가 있었다. 표 검사하지 않고 통과시키는 수법이다. 이렇게 해서 무려 같은 표를 스무 번까지 재활용을 했다고 한다.
또 다음 같은 수법을 써면서 의심을 품게 하였다. 7명 이상이면 단체 예약비를 지불하는데 지금은 올라서 90유로지만 그 전은 70유로였다. 이런 예약비를 지불하지 않으려고 단체를 찢어서 입장시킨다거나 단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닌 곳에서 기다리는 이상한 행각을 벌였다. 다음은 여러 번 본 경우다. 예약권을 구입하지 않고 12명 정도 되는 방문객을 혼자 설명하고 한 명은 그냥 옆에 붙어 다니는 식이다. 이건 물론 루브르 측에도 문제가 있다. 단체 예약권 자리를 지나치게 적게 배당을 해서 예약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여행사를 통한 한국 단체의 경우도 예약권을 많이 확보한 가이드가 단체를 죄다 맡아 돌리는 실정이다. 26년 1월 14일부터 단체 예약 시스템을 바뀌었지만 단체 예약권은 늘 부족하다. 여행사나 돈 많은 가이드가 사재기식으로 예약을 가져가면서 영세한 가이드는 위험 부담도 크고 자본이 부족해서 미리 예약권을 사둘 수 없다.
2001년부터 가이드 생활을 시작해서 2012년부터는 주로 루브르에서만 일한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루브르의 예약 변천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때는 아침 일찍 카루젤 입구쪽에 줄 서 있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단체 담당 창구로 뛰어가서 남은 예약을 따기도 했다. 전화를 통해 예약을 잡을 때 삼심 분씩 전화통을 들고 연결되기를 기다리던 적이 한두 번이었나! 이건 다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중국 단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이다. 그다음에는 예약이 열리는 날 자정을 기해 손을 떨면서 몇 달 치 예약 리스트를 보내고 가슴 졸이며 기다리기도 했다. 그리고는 사이트를 통해 예약을 잡게 되었다. 예약이 열리는 날 미친 듯이 클릭을 해댔다. 코로나가 터지고서 예약 쿼터가 줄어들었는데 끝나고 나서도 크게 늘지 않아 루브르의 단체 예약은 모든 여행사와 가이드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단체 예약권이 없으면 일을 할 수 없고 돈을 벌지 못한다. 이건 예나 지금이나 늘 마찬가지다.
바로 얼마 전 받아놓은 손님 몇 팀을 예약이 없어서 취소하는 일을 겪었다. 다 수요가 가장 많은 월요일과 수요일 오전이었다. 거의 두 달을 남겨둔 시점에서 3월 30일(월) 오전이 매진이어서 취소했다. 2월 16일(월) 세 명은 취소하고서 다른 가이드한테 연결시켜 주었다. 2월 18일(수) 오전 네 명은 오전 예약을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손님들이 오후로 옮겨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역시 취소.
지난 12월부터 한국 경제가 부쩍 나빠지면서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거의 매일이다시피 일을 해야 정상 수입을 올리는데 하루 걸러 하루 일을 하나마나다. 지금 2월 중순 설 주간인데도 일주일에 일 세 건밖에 잡히지 않았다. 요즘 두세 명 델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받아둔 일을 예약이 없어서 취소하였으니... 예약 시스템이 바뀌면서 소그룹(1-6명)도 예약을 해야 되고 예약비를 20유로 지불한다. 자리를 많이 풀 줄로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다. 대그룹(7-20명) 보다 예약 경쟁이 덜해도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예약을 잡아둘 수가 없다. 한번 잡으면 변경이나 취소, 환불이 되지 않기 때문에 미리 잡아두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 예약이 없어 일을 못하느니 꼬라박을 셈으로 4월과 5월 월요일 오전은 소그룹 하나씩 잡아두었다. 6월까지 열렸는데 위험 부담을 안아 하지 않았다.
2월 12일(목) 어쩌다가 좋은 소식도 들려왔다. 원래 2월 11일에 루브르 누벨르네상스 계획의 수상자를 발표하게 되어 있었다. 지난해 10월 5개 결선 업체를 이미 선정해 둔 상태였다. 25년 1월 말에 마크롱이 발표한 이 계획에 들어가는 경비가 프랑스 감사원의 추산으로 11억 5천만 유로다. 감사원은 이 사업 계획에 대한 재정 지원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밝힌 바 있다. 최종 수상자 발표가 무기한 연기되었다. 계획안을 면밀히 검토하기 위해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해서 연기한다고 토를 달고 어쨌거나 누벨르네상스 계획이 향후 루브르의 최우선 계획임에는 변함이 없다고 루브르 대변인은 밝혔다. 그나마 잘된 일이다. 공사는 돈이 있어야 할 수 있지 않는가. 그걸 조금이라도 메꾸려고 1월 14일부터 입장료를 대폭 인상했다. 소그룹을 운영하는 잔챙이한테 예약비를 물게 하여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었다. 방문자의 부담이 늘어났으니 모객이 그 전보다 어려워졌다. 특히 뮤지엄 패스를 쓸 수 없어 더 그렇다. 게다가 예약 자리마저 충분히 주지 않으니 더욱더 힘들어졌다. 플랫폼 여행 시장에서 상위자가 고객을 휩쓸어간다. 상위 상품이 차야 밑으로 내려오게 되어 있다. 나는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으려고 갖은 애를 다 쓴다.
이날 오전 살롱카레가 닫힌 것은 니케상에서 살롱카레로 가는 프레스코 전시실 천장에 물이 새는 사고 때문이었다. 12일 23:30에 누수가 발생, 13일 00:10에 루브르 소방대가 출동하여 멈추게 하였다. 한밤중에 난방관이 터져 물이 새면서 19세기에 제작된 천장화 두 부분이 찢어지는 손상을 가져왔다. 이걸 응급 처치한다고 닫았는데 다행 오후에 열렸다. 하루 지난 오늘까지 천정에 닿는 작업대가 치워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루브르는 안팎으로 몸살을 앓고 나는 일이 없어 가슴을 쥐어뜯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