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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적 Jul 29. 2023

싱가포르는 처음이라..

... 카더라를 믿으십니까?

내 손님의 90프로 이상은 주재원으로 싱가포르에 오는 사람들이다. 개중에 대략 20프로 정도는 싱가포르가 아니어도 '해외'거주 경험이 있고, 나머지 80프로는 처음 해외에 살러 오는 사람들이다.

익숙한 동네를 떠나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나라에서 살아야 하니 걱정되거나 신경 쓰이는 게 백만 스물다섯 가지 이상일 것이라는 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고 낯선 곳에서 모국어가 통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꽤 든든한 느낌이 들지도 모른. 그래서인지 집(부동산)과 전혀 상관없는 것들을 시도 때도 물어오는 손님도 있는가 하면, 부동산인지 통역사무실인지 헷갈려하나 싶은 손님도 꽤 있다.

기존에 본인들이 살던 곳과 비교할 기회가 없었으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름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내 입장에서는 해외 N번차인 손님들을 대하기가 수월한 것은 사실이다. 지식으로서 아느냐 모르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여태까지 본인이 알던 것만이 전부였을 테니 그 알을 깨고 나오기가 쉽지 않으리라.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생활정보는 현지로컬이 작성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싱가포리언이 굳이 한국말로 싱가포르정보를 블로그에 올릴까? 심지어 한국이랑 싱가포르는 이게 달라요..라는 차이를 한국에 살아보지 않고 말할 수 있을까? 요즘이야 유튜브로 웬만한 걸 구경할 수 있는 세상이라 해도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추측이 가미되기 마련이고 유튜브 외에도 카페 나 블로그등에서 '제가 몇 번 가보니, 몇 번 해보니,... 카더라,.. 같아요'정도의 정보가 대부분이다. 거기까지가 알 수 있는 '한계'일 뿐 그 내용들이 일반적으로 용되는 사실인지 아닌지는 별개의 문제니까.


간혹 싱입국 전부터 블로그나 리뷰를 뒤져 철저하게 예습해 오는 손님들이 있다. 향후 본인의 의사결정(집을 구하는)에 참고하여 반영한다는 점에서 훌륭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절대 그러지 못할 게으른 사람인지라 그들의 열정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문제는 열 명 중 한 명꼴로 '그런 건 대체 어디서 보시는 거예요?' 되묻고 싶어지는 내용을 들고 와 절대불변의 진리인 것처럼 우기는 경우 - 10년 이상 살면서 (퇴거 기준) 500건 이상의 매물을 봐왔지만 듣도보도 못한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다며 '싱가포르는 다 그렇다던데..' 같은.


제가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이라 싱가포르는 일 끝나고 밤에 혼자 귀가할 때 어떨지.. 저는 치안이 중요하거든요.. 물론 일본만큼 안전하다고는 들었는데 괜찮을까요?
음.. 싱가포르는 치안 좋은 편이에요. 크게 걱정하실정 도는 아닌 것 같아요


실은 그저 좋은 편이 아니라 안전한 국가 10위권에도 드는 나라이다. 굳이 짚고 넘어가 자면 일본'만큼'이 아니라 일본'보다' 안전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고 훌륭한 전문데이터가 있으면 뭐 하나. 가령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누가 누가 그랬대~" 한마디면 세상 안전한 나라여도 '나'는 불안한 것을

Safest Countries in the World 2023 - Wisevoter 발췌


'집은 좋은 것 같은데 주위에 나무가 너무 많아서 5분이긴 하지만 밤에 혼자 역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게 상상이 안 돼서요.. 나무가 적고, 빌딩이 많지 않은 주변환경에 고층인데 매우 저렴한 월세의 안전한 곳은 없을까요?'


로컬 동료에게 이 사람이 이런 거 찾아 달래는 거야 하고 설명하면 "이 나라에 그런데는 없어"

'아... 넵'




저층은 바퀴벌레가 많이 나온다고 하길래 고층으로 가려고요
건물이 연식이 오래되거나 낙후가 심하면 그럴 수 있어요. 가능성으로 따져본다면 저층이 고층보다는 높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 먹다 남은 음식을 밀봉하지 않고 방치하시면 고층이어도 바퀴벌레는 나올 수 있어요. 실제로 제 손님은 64층이었는데 벌레문제가 있었고. 9층에서도 바퀴벌레가 베란다 통해 날아들어오기도 하죠. 싱가포르 바퀴벌레는 날기도 하거든요;;  말씀하신 대로 최대한 고층인 곳으로 찾아볼 텐데 찾으시는 지역이 고층건물규제가 있는 지역이라서 몇 층정도면 괜찮으실 것 같으세요?


솔직하게 말하면 고층을 희망한다고 해서 열명이면 다 고층에 입주하지 못한다. 신축이라면 고층부터 저층까지 매물의 선택의 여지가 있겠지만, 고/중/저층 나뉘어서 나오는 게 아니기에 입맛대로 고른다는 게 쉽지 않다. 게다가 매물정보에 정확한 동호수를 기재하지 않는(개인정보 노출이고 집주인이 꺼리고 등등의 이유로) 싱가포르에서는 광고하는 중개인에 따라 임의로 층 기재를 한다. 10층 건물 중에 9층은 고층이고, 72층건물 24층은 중하층이니 이 역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집은 저층이라 그런지 바퀴벌레가 자주 나왔어요'하는(심지어 서로 안면식도 없는 사람의) 리뷰를 어디선가 접한 사람이라면 이쪽에서 아무리 설명해도 '기승전 고층' 찾기로 고생하는 경우도 종종 마주한다. 


".. 카더라(하더라)를 믿으십니까?"라고 일일이 붙잡고 물어보지 않아도 해외살이가 처음이라 불안한 사람들에게 '.. 카더라'에 대한 믿음은 이렇게나 굳건할 수 있다.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가 조금 더 있다면 덜 헤매지 않을까.

완벽 총정리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나하나 따라 하면 적어도 감을 잡을 수 있는 정보들로 채워가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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