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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적 Jul 29. 2023

랜선 집구경, 난 반댈세

X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 봐야 아는 것들

팬데믹 이후 비대면화되는 것들이 늘어나면서 직접 가서 집을 보는 대신 버츄얼(virtual)로 확인하고 집을 정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IT관련으로는 세계 1등인 우리나라이니 당연히 싱가포르보다 앞선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한국 떠난 지 10년+인 내가 어디가 어떻게 다르다고 조목조목 집어낼 수는 없겠지만 다방/직방등 한국 부동산 중개 플랫폼 콘텐츠만 비교해 봐도 수록돼 있는 정보가 어나더 레벨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쎄미외국인인 내 입장에서 들여다보고 있으면 여러 의미로 '우아아.. 역시 한국'을 내뱉게 되는 정도라 해두자)






싱가포르에서 물리적으로 집을 보러 가는 것을 뷰잉(Viewing)이라고 칭한다. 싱가포르의 경우 코로나발생 직후 락다운(이곳에서는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라고 불렀다), 인원규제/모임제한이 있던 기간 동안에는 버츄얼뷰잉(Virtual Viewing)도 꽤 많았다.

** Lockdown: 움직임·행동에 대한 제재를 뜻하는 영어 단어로, 사람들의 이동을 제재하는 ‘이동제한령’, ‘봉쇄령’을 말한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외출 제한 및 상점들의 영업 중단 등 락다운 조치를 취했으며, 이로 인해 전 인류의 생활에는 대대적인 변화가 일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Virtual Viewing : 물리적으로 보러 가는 것이 아닌 동영상이나 VR이용한 구조도, 영상 통화등
 비대면으로 집을 보는 것을 일컫는다

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손님들에게 직! 접! 집을 보고 정할 것을 권장한다. 물론 싱가포르에 입국하면서

호텔비 아끼고 바로 입주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버츄얼로 보고 정할 만큼 '스스로를 결정력 있는 타입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유야 어찌 됐던 직접 가서 보고(세입자 본인이 어려우면 대신 봐줄 동료나 회사사람을 위임해서라도) 결정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냄새, 소음등 개인차가 있다


친구 중에도 개코라는 별명으로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 사람 하나 둘쯤 있고, 잠귀가 밝아서 조그마한 소리에도 깨는 사람이 있다. 냄새나 소리에 대한 개인차가 있는 거야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아니냐고? 맞다.

단, 여기서 간과하기 쉬운 것이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전 세입자가 '한국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마늘이나 고추가 들어간 김치 등 음식냄새 같은 건 문 열어놓으면 빠질 수 있기에 한국사람끼리라면 그렇게 큰 차이를 못 느낄 수도 있다. 한 예로 세계에서 김치냉장고가 따로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한국사람끼리는 몰라도 집 보러 간 외국인이 (한국인) 전세입자의 김치 냄새 때문에 냉장고 교체를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걸 대부분의 한국사람은 인식하지 못한다. 극찬받는 K푸드여도 익숙하지 않으면 혐오음식이 될 수도 있다.

이곳은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세입자일 가능성이 있고 행여라도 전/현세입자가 주야장천 카레를 먹는 민족이어서 '향신료'를 쓴다거나, 종교로 인해 24시간 재단에 '향'을 피우거나, 집안에서도 웍질(중국집 등에서 쓰이는)을 해서 기름냄새가 진동하거나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아 천장이나 벽을 뒤덮은 곰팡이 누린내가 코를 찌를 수도 있지만 정작 그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새로 입주할 당신에게 문제가 될 뿐.

1년 내내 높은 습도로 인해 냄새는 금세 빠지지 않기에 집 보러 갔을 때 신경 쓰이는 정도라면 다른 곳을 고르는 것이 맞다. 내 코는 금방 마비되니까 괜찮아하는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소음 역시 마찬가지이다. 집을 보러 온 다른 팀 포함해서 여러 명이 있어도 아무도 신경 안 쓰이는데 유독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확인해야 하는 손님들이 있다.(이는 곧 본인의 한계치를 초과하는 정도일 수도 있기 때문에 차이를 확인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대로변을 향해 있어서 그런지 조금 시끄럽더라고요.. 하는 손님.

실은 나나 내 동료는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그럴 수 있다. 어차피 개인 차니까.

저희가 영상통화를 걸 테니 대신 가서 봐주시면 안 되나요? 묻는 손님들도 꽤 있다. 물론 가능하다.

손님 기준에 괜찮아도 하루에도 몇 군데씩 집을 보러 다니는 우리와는 판단기준이 다르고, 통성명한 사이라고 해서 상대의 후각이나 청각을 믿고 맡기기에는 향후 본인과 가족들의 생활이 직결된 문제이니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니까 잘 아시겠죠 하지만 전문성에 취향이나 감각개인차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

중요한 건, 본인에게 맞는지 반드시 직접 확인할 것.



2. VR이나 영상에서 볼 수 없는 결함/하자


집을 빌려주는 사람, 빌리는 사람 양쪽에서 중개수수료를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는 싱가포르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중개인이 따로 존재한다(한 사람의 중개인이 양쪽을 중개할 수 없다) 여기서 약간의 입장차이가 생기는데 집주인 측 중개인이라면 집이 나가는 게(계약이 성사) 최우선시되는 목표이고, 세입자 측 중개인은 여기에 결함이나 하자가 적어야 한다는 것도 추가된다. 손님으로부터 매물에 대한 문의가 있을 경우 대개는 집주인 중개인이 찍은 영상이나 VR을 받아 전달하게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집계약이 우선인 자가 찍은 영상에 눈에 띄는 하자나 결함은 포함될 리 만무하고, 세입자 측에서는 사전에 알 방법이 없다. 그렇게 가공된 영상이나 수년 전 사진(깨끗했을 당시)으로 집을 정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높은 것이다.

또 하나는 같은 연식(같은 해 완공)의 아파트라고 해도 세입자가 어떻게 사용했느냐에 따라 낙후정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이런 부분 역시 영상에서는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려운 부분이다.

한국 "VR홈구경"에 문이 그럴듯하게 손상된 사진이 올라와있는 걸 보고 다소 충격적이긴 했다.

한국은 집주인이 수리비 부담해 주고 중개인이 양쪽 다 돌보며 중재할테니 큰 문제는 안되는 걸까.



3. 소음, 냄새, 하자나 결함, 개인 변심으로 인한 계약중지/

   취소 불가


예를 들어 상기 1,2번을 확인 안 하고 버츄얼뷰잉으로 계약을 진행했다고 하자. 이미 계약서 사인도 끝났고, 보증금에 월세까지 입금 후에 정작 입주해 보니 소음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내지는 향신료냄새로 머리가 지끈 거린다. 계약 무를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요"에 가깝다.

이미 결정된 계약에 대해서는 두 달 치의 보증금이 됐던 선금으로 낸 월세가 됐던 포기(돌려받지 못하는)하는 전제라면 일부 동의하는 집주인이 간혹 있기는 하지만, 웬만해서는 낙장불입인 것이다. 집주인은 새로운 세입자가 집을 보고 결정했는지 아닌지는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든 계약 체결을 하기로 상호 간에 결정 후에 진행된 내용이고 누군가가 등 떠밀거나 협박해서 진행된 게 아니기에 순순히 '오오 그래 시끄럽구나, 그럼 계약취소하고 돈 돌려줘야겠네' 하는 집주인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하자가 있을 경우 반드시 집주인이 수리를 해줘야 한다는 전제는 싱가포르에 존재하지 않는다. 계약진행하는 당시 사전에 수리요청을 하고 집주인이 동의했다면 이행되어야 마땅하나(이에 따라 월세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세입자 쪽에서 요청도 안 했는데 집주인이 먼저 나서서 '여기 수리해 줄게요' 같은 친절을 베풀기에는 싱가포르 물가가 너무 비싼 영향도 있다.


우리말에 'X인지 된장인지 그걸 꼭 찍어먹어 봐야 아나?'라며 눈치나 요령이 부족한 사람에게 빈정거리듯 지적할 때 쓰는 말이 있다. '딱 보면 척하고 알아야지'같은 건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제아무리 눈치 100단이어도 낭패보지 않으려면 웬만해서는 직접 찍어먹어 보고 결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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