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첫 주가 가르쳐 준 것

새로운 시작 앞에서 배운 것

by 딸들바라기

올해 3월은 우리 가족에게 조금 특별한 달이다.


같은 날, 나와 두 아이가 모두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되었기 때문이다.

3월 3일, 나는 새로운 어린이집으로 이직했다.

큰아이는 중학교에 입학했고, 둘째 아이도 새로운 유치원에 들어갔다.

남편만 그대로일 뿐, 나와 두 아이는 모두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셈이다.


설렘과 긴장이 뒤섞인 마음으로 맞이한 3월.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어느새 첫 주가 지나갔다.

큰아이는 중학교에 다녀온 뒤 교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들려주었고,
둘째 아이는 새로 간 유치원이 어린이집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쫑알쫑알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나 역시 나의 첫 주를 조용히 돌아보게 되었다.


이직한 어린이집에서 보낸 첫 주.

교사들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원장님과 교사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작은 배려들이
첫인상부터 마음에 남았다.

요즘은 배려라는 말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면접 날 원장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저는 교사의 인성을 먼저 봅니다.”

그 한마디에서 원장님의 생각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열한 명의 교사들이 하나같이 좋은 사람들처럼 보였다.
물론 사람은 지내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첫 느낌은 따뜻했다.

이전에 다니던 어린이집에서는
업무가 많고 교사를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 보니
교사들이 자주 바뀌었다.
면접에서도 인성보다는
당장 일할 사람을 채용하는 분위기가 더 컸던 것 같다.

그곳에서 교사 관계로 많은 아픔을 겪었던 나는
이직을 하면서 교사 간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초임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참고 맞추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모든 인간관계는 서로 맞춰 가며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이직을 하면서 여러 조건을 하나하나 따져 보았다.
집에서 너무 멀지 않은지, 주차는 편한지, 잔업 없이 제시간에 퇴근할 수 있는지,
그리고 배우면서 일할 수 있는 구조인지가 먼저였다.

교사들과의 관계는 함께 일하며 알아가기로 하고 이력서를 넣었다.
다행히 이력서가 통과되었고 면접도 바로 합격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그 조건들은 이전 어린이집에서는 충족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둘째 아이의 얼굴을 보며 그저 일을 할 수 있는 조건 하나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여러 조건을 차분히 따져볼 수 있는 안목이 조금은 생긴 것 같다.


그렇게 아이들의 적응 기간 동안 교실에는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그렇게 한 주가 지나갔다.


그리고 토요일, 대학원의 새 학기가 시작되어 학교에 갔다.

새로운 1학 차 원우들이 들어오면서
나는 어느새 2학 차 선배가 되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서로 소개를 마친 뒤
과대님의 갑작스러운 권유로
박사 원우들의 식사 담당을 맡게 되었다.


스무 명의 점심 식사를 책임지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방학 동안 몇 번이나 거절했지만
“할 사람이 없어요”는 말에
결국 봉사하는 마음으로 맡게 되었다.

인원을 파악하고 식당을 예약하고
식사가 끝난 뒤에는 커피 주문을 받고
커피숍에서 음료를 주문했다.


예전에는 앉아서 준비된 식사를 받기만 하던 나였지만
이번에는 식사를 책임지고
각자의 메뉴를 받아 주문하고 챙기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 일을 하면서 문득

그동안 식사를 담당해 주셨던 선배님을
내가 많이 도와드리지 못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영수증을 정리하고
정산 내용을 단톡방에 올리고 나서야
학교 일정이 모두 끝났다.


긴장 속에서 지나간 한 주를 돌아보며
나는 다시 한번 ‘배려’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지금 우리가 편안하게 보내고 있는 이 일상도
어쩌면 누군가의 작은 희생과 배려 위에서
조용히 이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