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는 길
3월 둘째 주 토요일, 두 번째 대학원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지난주는 1교시 오리엔테이션으로 시작했지만
오늘은 석·박사 과정 전체 오리엔테이션과 신입생 입학 환영식이 함께 있었다.
1교시 수업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한 뒤,
석사와 박사 과정 학차별로 자기소개 시간이 이어졌다.
석사 과정 원우들의 자기소개가 끝난 뒤
박사 과정 학차별 자기소개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었다.
학차별로 네 명, 다섯 명씩 함께 소개하는 다른 원우들을 보며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속에서
동기들 사이의 끈끈함이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내가 박사과정에 오기 전의 시간이 떠올랐다.
석사 4학 차를 마치고
박사과정으로 바로 올라갈지, 잠시 쉬었다 갈지
나는 꽤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때 석사 동기 선생님이 말했다.
“나도 박사로 올라갈 건데 같이 가서 으쌰으쌰 해봐요.”
사실 박사공부를 시작한 것이
단지 동기 선생님과 함께 가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나 나름대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었고
그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내딛기 위해
용기를 낸 선택이었다.
다만 동기 선생님과 함께라면
서로 응원하며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겠다는
작은 기대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석사를 졸업한 뒤 쉬지 않고
바로 박사과정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박사과정에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동기 선생님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학교에 잘 나오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우리 학차에는 나 혼자 남게 되었다.
오늘 자기소개 시간을 들으며
동기들과 함께 웃고 이야기하는 선배님들과 후배님들의 모습을 보며
잠깐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도 이런 동기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외로움을 느끼고 있던 그때,
문득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아래에 달린 댓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독립적인 연구자의 길을 걸어가는 진희선생님, 파이팅.”
짧은 한 문장이었지만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큰 힘이 되었다.
그 댓글을 남겨준 지인에게
나는 전화를 걸었다.
“항상 뒤에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요.”
내 말을 들은 그분은
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나도 논문을 써본 사람이라 알아.
이 길이 절대 쉬운 길이 아니라는 걸.”
그러면서
그래서 더 나를 응원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그분에게
오늘 학교에서 느꼈던 외로움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동기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며
잠깐 마음이 쓸쓸해졌다고.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듣던 그분은
이렇게 말했다.
“동기가 옆에 있어도 힘든 과정이야.
그런데 혼자서 이 길을 잘 걸어가고 있잖아.”
그리고 마지막에 덧붙였다.
“어차피 인생은 도꼬다이야.”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결국 각자의 인생은
누군가 대신 걸어줄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용히 마음속으로 나 자신을 다독여 본다.
혼자여도 괜찮다고.
그래도 나는
앞으로 계속 걸어갈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