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갈 줄 알았던 인연

뒤늦게 만난 인연

by 딸들바라기

지난주 일요일
남편은 일을 나가고 큰아이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


집에는 나와 둘째 아이만 남았다.
점심을 먹고 나른한 마음에 잠깐 침대에 누웠다.
익숙하게 휴대폰을 들고 친한 언니들과 톡을 나눴다.


안부를 묻다가 나는 “저는 지금 침대에서 딩굴딩굴하면서 폰 하고 있어요”라고 했더니, 한 언니가 “나도 딩굴딩굴인데?” 하고 답했고, 또 다른 언니도 “나도, 나도” 하며 웃음이 이어졌다.


그때 한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바람 쐬러 갈래?”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언니, 저는 육아해야 해서 언니들만 다녀오세요”라고 했더니 언니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둘째 데리고 같이 나와. 우리가 봐줄게.”
그 말이 왜 그렇게 고맙던지.
나는 웃으며 “그럼 저 혹 하나 붙이고 나갈게요”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고 후다닥 외출 준비를 마치고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그렇게 우리는 해양박물관으로 향했다.
해양박물관에 도착하자마자 둘째 아이는 “바다다!” 하며 신이 나 뛰어다녔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아직은 쌀쌀 한 바닷바람이지만 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집에 있을 때의 나른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렇게 우리는 계획 없이, 아무 준비도 없이 나선 외출이었지만 바람을 쐬고, 구경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커피까지 마시며 그날은 참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둘째 아이는 “이모, 이모” 하며 언니들을 잘 따랐고,
언니들은 그런 아이를 자연스럽게 챙기고 사랑으로 대해주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참 따뜻해졌다.


아이를 함께 챙겨주고 이뻐해 주는 사람들 곁에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다.


언니들과의 인연은 벌써 3년이 돼 간다.
석사 과정을 하며 만난 인연이었다.


언니들과 함께 공부했던 시간 덕분에
나의 석사과정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비록 같은 동기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참 잘 맞았다.
세 사람 모두 비슷한 점이 많아서인지
자연스럽게 마음이 끌렸던 것 같다.


올해 2월, 언니들의 석사 졸업식 날.
나는 그날 반차를 내고 꽃다발을 들고 찾아가
진심을 담아 축하해 주었다.
그날의 환한 웃음과 따뜻한 마음은
지금도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많은 원우들 속에서 마음이 맞았던 두 분의 언니와는
졸업 후에도 자연스럽게 관계가 이어졌다.
박사과정을 함께 가자고 했을 때,
언니들은 “이제 공부는 그만하고 싶다”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그 누구보다 나의 선택을 응원해 주었다.


지난주 토요일, 오리엔테이션 날.
우리 학차에 나 혼자라는 사실이 유난히 외롭게 느껴졌던 날, 그 마음을 털어놓자 언니들은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고, 많이 힘들구나 하면서 잘 해낼 수 있다고, 따뜻하게 위로해 주었다.


뒤늦게 만난 인연이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무 계획 없이 시작된 하루였지만
그날의 바닷바람과 아이의 웃음소리,
그리고 언니들의 따뜻한 마음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이 인연이 앞으로도 오래,
그리고 깊게 이어지기를 바래본다.
언니들과 기쁜 일, 슬픈 일을 함께 나누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지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