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감정 사이에서

평범할 줄 알았던 금요일

by 딸들바라기

이번 주 금요일, 나는 출근하며 홍삼 캔디를 동료교사들에게 나누어 주며 말했다.

“선생님들, 오늘 금요일이네요. 파이팅 해봐요.”

가볍게 건넨 인사였다.


금요일은 누구에게나 반가운 날이다.

교사든, 직장인이든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퇴근 후에는 ‘불금’을 즐기려 식당에 모여들고,

한 주를 마무리하며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나 역시 그런 평범한 금요일을 보낼 줄 알았다.


어린이집에서 가장 바쁜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아이들 식사 준비로 교사들은 숨 가쁘게 움직인다.

그 와중에 실수가 생기기도 한다.


나는 아이들 식판을 교실로 옮겨 배식을 하던 중,

복도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손을 멈췄다.

한 아이가 문을 열고 나가 울고 있었다.


그 아이의 담임교사는 다짜고짜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 문을 왜 안 닫았어요?”


나는 당황했지만 기억나는 대로 말했다.

“문 닫고 들어왔는데요… 아이가 연 것 같아요.”


분명 내 기억은 그랬다.

하지만 그 교사의 기억은 달랐다.


잠시 어색한 공기가 흐르고,

울던 아이가 진정된 뒤에야 점심식사가 시작되었다.


아이들 점심식사를 챙겨준 그 교사는 갑자기 교실을 나갔다 가 원장님과 함께 CCTV를 확인하고 왔다.

그리고 원장님은 내게 말했다.


“선생님이 문을 안 닫고 들어온 게 맞아요.”

순간, 나는 변명하지 않기로 했다.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꼭 확인하겠습니다.”


그렇게 사과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왜 나는 영상을 보는 그 자리에 함께 있지 못했을까.

왜 설명의 기회는 없었을까.


그래도 생각했다.

‘CCTV가 거짓말을 하진 않겠지.’


점심 이후, 원장님께서 나를 따로 불렀다.

“선생님 이런 상황에서는 ‘제가 그랬나요?’라고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게 좋아요.”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네, 맞아요 원장님. 그 상황에서 그 선생님도 아이가 나와서 울고 있어서 많이 당황하셨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그런 상황에서는 먼저 우는 아이를 달래주고, 아이가 진정이 되면 상황을 알아보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 선생님이 다짜고짜 제 탓으로 돌리는 것 같아 기억나는 그대로 말씀드린 건데,

결과적으로 의도치 않게 거짓말을 한 사람이 된 것 같아 속상합니다.”


원장님은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뒤 차분하게 말씀하셨다.

“선생님 마음도 이해해요. 하지만 그런 당황한 상황일수록 내 기억이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원장님 제가 경솔했습니다.”

오해는 제가 직접 풀겠습니다.”


낮잠 시간, 나는 그 교사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며 오해를 풀었다.


신기하게도, 그 이후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원장님은 “잘 풀어서 고마워요 선생님”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저녁 식사 중, 대학원 단톡방에 올라온 한 문장이 내 마음을 다시 흔들었다.


“식사 주문은 구글 투표로 부탁드립니다.”


나는 식사 총무로서 단톡방에 메뉴와 인원을 받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설명도 없이 올라온 그 한 문장이

나를 당황스럽게 했고, 화가 나게 했다.


결국 나는 과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식사 총무 못하겠습니다.”


말을 꺼내고 나서야,

내 감정이 꽤 쌓여 있었음을 알았다.


그날 밤, 나는 한 시간 넘게 걸었다.

걷다가, 뛰다가, 다시 걸으며

오늘 하루를 계속 떠올렸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자책과 억울함, 이해되지 않는 상황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

학원에서 큰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가 집안일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 날, 학교에 가니 선배님들이 먼저 말을 건넸다.


“혼자 식사 준비하느라 힘들죠.”

톡방에 올라온 그 글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나는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분을 직접 찾아가 물었다.

왜 그런 글을 올렸는지.


이유는 단순했다.

공지글이 묻히는 것이 싫어서였다고 했다.


나는 내 마음을 솔직하게 전했다.


“다음에는 상황 설명을 먼저 해주시면 좋겠어요.

저는 그 글을 다르게 받아들였거든요.”


그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또 하나의 오해가 풀렸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고, 오해한다.

그 오해를 그냥 두면

결국 관계가 흔들린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앞으로 계속 마주해야 할 사람이라면

내가 먼저 다가가 묻고,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는 마주하지 않을 사람이라면

굳이 나를 증명할 필요도,

오해를 풀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날의 금요일은 참 힘들었지만,

나는 하나를 배웠다.


오해보다 중요한 건

그 이후의 선택이라는 것을.




주말의 마지막 일요일.
오늘은 아이들과 웃으며 시간을 보내고,
힘들었던 마음은 잠시 내려놓는다.


내일 시작되는 한 주에는
오해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으로
조금 더 단단하게 살아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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