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초의 순간, 미담을 느낀 하루

잠깐 멈춘 그 몇 초의 순간

by 딸들바라기

나는 매일 아파트 관리동 어린이집으로 출퇴근을 한다.
이번 주,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마다 벚꽃이 나를 다르게 반겨준다.


어제보다 더 피어 있고,

오늘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늘 가던 그 길에서 잠시 속도를 늦춘다.
뒤에 차가 없는지 확인하고,
잠깐 멈춰 서서 2~3초.


찰칵.


짧은 순간이지만,
오늘의 봄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출근하는 길, 라디오에서 ‘미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은 각자 미담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감각이라고.


그 말을 들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담이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순간들이 아닐까.


바쁜 일상 속에서도
봄을 느끼고,
자신만의 미담을 발견하는 시간.

그런 시간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늘은 어린이집 식목일 행사날이었다.
아이들은 흙을 만지고, 물을 주며 작은 생명을 심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교사들은 또 다른 일을 시작한다.


아이 한 명, 한 명.
자리에 앉히고,
표정을 살피고,
각도를 맞추고,
사진을 찍는다.


알림장에 올릴 아이 한 명당 20장 이상의

사진을 위해.


행사가 있는 날은 더 바빠진다.

물 한 모금 마실 시간도 없이
사진을 찍고,
아이들을 돌보고,
다시 다음 아이를 준비한다.


숨이 찰 만큼 바쁜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기다리고,
교사는 서둘러야 한다.


그러다 문득, 돌 스냅사진처럼 아이들을 찍는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렇게까지 찍어야 할까.’

잠깐 그런 생각이 스쳤다.


물론, 교사마다
사진을 찍는 기준과 방식이 다르다.
그 기준을 지키려는 노력 또한 이해되고 존중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매일 알림장에 사진을 올려야 하는 현실이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아니라,
기록을 남기기 위한 시간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있는 걸까.
사진일까, 아니면 그 순간일까.



퇴근하고 둘째 아이를 데리고 돌아온

집은 늘 난장판이다.

아이와 전쟁처럼 치르고 나간 아침의 흔적이, 집 안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다.


오늘은 유독 집안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몸이 너무 고단해 그저 쉬고 싶다는

생각이 오래 머무는 하루다.


주말에는 비 소식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금세 떨어질 벚꽃이겠지만,
아파트 입구에서 잠깐 멈춰
2, 3초 남짓 찍어 담았던 그 순간들이 떠오른다.


바쁜 하루 속에서도
잠시나마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그 시간이
오늘은 유난히 감사하게 느껴진다.


​둘째 아이의 식목일 체험 사진을 보니 선생님의 수고가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