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조금 다른, 우리의 주말
오늘, 큰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 오늘 친구랑 약속 없는데 바다 갈까?”
나는 잠시 망설였다.
일요일이면 늘 그렇듯, 남편은 일을 나가고
아이들과 나는 집 근처 등산로나 놀이터, 키즈카페를 가곤 했다
남편이 모처럼 일이 취소가 되어 쉬는 날이 되면
그때야 비로소 장거리 여행을 떠날 수 있었기에
나는 늘 ‘멀리 가는 외출’은 아빠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오늘,
큰아이의 말 한마디가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래! 우리끼리 가보자.”
그렇게 우리는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을 달려 월미도로 향했다.
유람선을 구경하고, 놀이기구도 타고,
그저 아이들이 웃는 모습을 따라 하루를 보냈다.
생각해 보니,
남편이 없으면 먼 거리 외출은 엄두도 못 냈던 내가
오늘은 그저 아이들만 믿고 길을 나섰다.
큰아이는 어느새 동생을 살뜰히 챙기는 든든한 존재가 되었고, 둘째는 어디를 가든 늘 행복한 아이였다.
그렇게 우리는,
아빠 없이도 충분히 즐거운 하루를 만들어냈다.
출발하기 전,
둘째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언제 와? 같이 월미도 가자.”
남편은 미안한 목소리로
“오늘은 늦을 것 같아. 대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와.”
라며 통장에 용돈을 보내주었다.
그 마음을 알기에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오랜 시간,
주말마다 일을 나가는 남편이 야속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 나가면
아빠와 함께 웃고 있는 가족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럴 때마다 괜히 우리 가족이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수없이 말했다.
“일요일 하루는 아이들과 있어주면 안 돼?”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다.
“내 일은 주말에 하는 일이어서 어쩔 수 없잖아…”
그렇게 14년을 살아오며
우리는 이 삶에 익숙해졌다.
이제는 주말이 되어도
아이들은 아빠를 찾지 않는다.
그 대신
서로를 챙기고,
서로와 시간을 보내는 법을 배웠다.
남편은 여전히 미안해하고,
나는 이제 그런 남편이 짠하면서도 고맙다.
불규칙한 일정 속에서도
일과 가족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
우리 가족의 방식은
조금 다를 뿐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 버스에서 한참을 자고 일어난 둘째 아이는 창밖을 구경하며 좋다고 했고,
큰아이는 “사람 구경 많이 해서 좋았어”라며 말해주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해서도
아이들은 여전히 신이 나 뛰어다녔지만,
나는 그런 아이들을 따라갈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힘든 하루 속에서도 조용한 행복을 느껴본다.
아빠가 없어도
우리의 주말은 충분히 따뜻하고,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