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다시 책을 펼쳤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작년 12월, 방학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
공부를 이어가던 중, 글을 쓰는 힘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12월 송년회 모임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첫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완성한 뒤 지인 몇 분께 보여드리고 피드백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감이 생겼다.
‘아, 내 글쓰기 실력이 아주 나쁘지는 않구나.’
사실 나는 책을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청소년 시절,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였다.
집안일이 많은데도 도와주지 않고 책만 본다며 엄마에게 크게 혼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나의 책 사랑은 중학생 때부터 결혼 전까지 이어졌다. 특히 추리소설을 좋아해, 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였다.
결혼 후 독박육아로 책과 멀어졌지만, 어느새 15년 만에 다시 서서히 책 속으로 돌아오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컸지만, 어떤 방향으로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양아버지의 『청일문학』 수필을 읽고, ‘이런 방식으로 나도 써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쓴 첫 글을 아버지께 보여드렸고, 아버지는 “잘 썼다”며 계속 써보라고 응원해 주셨다. 5월에 열리는 청일문학 신인작가 등단식에 도전해 보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그 이후로 생각날 때마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3편, 4편으로 조금씩 늘어갔다.
어느날 서점에서 ‘에세이’라는 장르가 눈에 들어왔고, 에세이가 무엇인지 유튜브와 네이버를 통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에세이는 일정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일상에서의 느낌과 체험을 자유롭게 쓰는 글이라는 설명을 보며 ‘일기 같은 글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어릴 적 일기를 자주 쓰던 기억 때문인지, 에세이라는 글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러다 나민애 교수님의 영상을 통해 에세이를 잘 쓰는 방법을 접하게 되었다.
‘마중물과 고인 물’이라는 비유처럼, 생각을 차곡차곡 쌓다 보면 글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는 설명이 인상 깊었다.
서점에서 에세이 작가들의 책을 여러 권 사서 읽고, 유튜브로 배우며 글쓰기에 점점 빠져들었다.
그 과정에서 ‘브런치 작가’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다.
브런치의 의미를 하나씩 알아가며, 이 공간이 카카오에서 만든 글쓰기 플랫폼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브런치의 의미와 작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을 보며, 나도 이 공간에서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그렇게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지만, 아버지는 그동안 걸어오신 길답게 청일문학 등단을 통한 글쓰기를 권하셨다.
그럼에도 나는, 글을 자주 쓰고 올리고 읽히는 과정을 통해 성장해 보고 싶었다.
결국 아버지의 만류에도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3일 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라는 알림을 받았다.
한 번에 통과될 거라 기대하지 않았기에, 기쁨보다 얼떨떨함이 더 컸다.
그렇게 책에서 시작된 글은, 어느새 나를 새내기 브런치 작가의 자리까지 데려다주었다.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책을 사지 않아도 좋은 글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요즘의 나는 그저 고맙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