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 사진 뒤에 있는 하루

사진으로 전해지는 하루

by 딸들바라기

얼마 전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우리 반 학부모님의 계정을 보게 되었다.


그곳에는 내가 찍어 보낸 아이의 사진과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그중 몇 장은 흔들린 사진이었다.


댓글을 읽다가 손이 멈췄다.


“우리 아이도 오늘 흔들린 사진이 왔네요.”


그 아래 또 다른 댓글이 달려 있었다.


“선생님, 제발 사진 좀 예쁘게 찍어주세요.”
그 순간 알게 되었다.


부모에게 아이의 하루는 기록이고, 사진은 그 하루를 대신하는 기억이라는 것을.


나는 현재 다섯 명의 아이를 보육하고 있다.


사진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아이들의 안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진은 활동 위주로 찍고, 알림장에는 하루 20장 이내로 첨부한다.


하지만 다섯 명의 아이에게 각각 20장씩 보내려면
매일 하루에 200컷이 넘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중에서 비교적 잘 나온 사진을 골라
아이들 낮잠 시간에 다섯 개의 알림장과 사진을 모두 올린다.


그 시간은 늘 빠듯하다.
아이들이 낮잠을 자는 동안 다섯 명의 알림장을 서둘러 써야 한다.


사진을 정리하고, 하루를 떠올리며 문장을 적다 보면
곧 교사 회의 시간이 되거나 다음 날 수업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 된다.


회의가 있는 날이면 알림장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숨이 찬다.


회의가 없더라도 내일 수업 준비를 하고 나면
아이들은 어느새 낮잠에서 깰 시간이 된다.


그나마 회의도 없고 수업 준비도 없는 날에야
겨우 보육일지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일지를 쓰고 나면
그 역시 아이들이 하나둘 눈을 뜨는 시간이다.


알림장과 사진을 올리는 시간은
결코 여유 있는 기록의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깨어나기 전까지 허락된
아주 짧은 틈의 시간이다.


사진을 충분히 고를 여유도 없이
급하게 첨부하다 보면 흔들린 사진이 섞일 때도 있다.


그 사진들은 다시 학부모님의 인스타그램에 올라간다.


나는 초임교사다.


처음 입사한 어린이집에서 겪은 일은 아직도 생생하다.


반 아이의 생일날, 원장님은 돌스냅사진처럼 찍으라고 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0세 반 아이였다.
선생님이 아무리 재롱을 떨어도 웃지 않는 나이였다.


그럼에도 원장님은 “무조건 웃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라고 했다.


입사한 지 일주일 만에
‘나는 보육교사로 채용된 걸까, 사진작가로 채용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이직해 만 1세 반 다섯 명의 아이를 보육하고 있다.


아이 한 명 한 명을 예쁘게 찍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경력 있는 선생님들의 사진 찍는 손놀림을 보면
감탄이 먼저 나온다.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일을 잘하는 보육교사란
매일 아이의 웃는사진과 예쁘게 사진을 찍어
알림장에 올리는 교사를 말하는 건 아닐까.


어느 날 학부모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아이가 "선생님이 핸드폰 들고 찰칵찰칵 사진 찍어”라고 흉내를 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마음이 복잡해졌다.


아이의 눈에 비친 선생님의 모습이
놀이를 함께하는 사람도, 안아주는 사람도 아닌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흔들린 사진 한 장 뒤에는
안전을 먼저 생각한 선택과
다섯 명의 하루를 책임진 교사의 시간이 있다.


그 시간과 마음은
사진 속에 모두 담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