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건물, 다른 하루의 시작

커피 한 잔이 허락되는 아침

by 딸들바라기

모닝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나는 늘 출근 30분 전에 도착하곤 한다.
그 조용한 시간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이
나에게는 하루의 시작이자,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이 일상이 매일 가능한 건 아니다.
아직 어린 둘째 아이와 함께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아침은 늘 작은 전쟁처럼 흘러간다.


더 자고 싶다며 칭얼대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고,
서둘러 옷을 입히고 집을 나서다 보면
내 몫의 모닝커피는 자연스럽게 뒤로 밀린다.


그렇게 어떤 날은 커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한 채
바로 하루의 일과가 시작된다.


같은 건물 안에서
아이는 원에서 죽 한 그릇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나는 모닝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의 하루와 나의 하루는 그렇게 나란히,
각자의 방식으로 열린다.


그래서 나의 모닝커피 시간은
의지로 지켜내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의 협조에 따라 허락되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하루의 시작이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지만,
그 시작이 그날의 마음을 좌우한다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우리는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지만,
아이는 그 반복이 싫다며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쓴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말해주고 싶지만, 아직은 그 의미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나이라는 걸 알기에 마음 한편이 답답해진다.


그래서일까.

때로는 나도 아이처럼 이 반복되는 하루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는 몰랐던 말들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20대 시절, 친하게 지내던 언니에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너무 지겨워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언니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배부른 소리 하지 마. 평범하게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니? 나중에 알게 될 거야.”


그 말은 한동안 잊고 살았다.
하지만 지금, 그 언니의 나이가 되어 보니
그 말이 천천히 이해된다.


무너지지 않고, 크게 흔들리지 않고,
어제와 비슷한 오늘을 살아낸다는 것 자체가
이미 꽤 단단한 삶이라는 것을.


그렇게 살아내야 하는 날들 중에서도
직장인들에게 월요일은 유난히 힘든 시간인 것 같다.
나 역시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이 되면
이상하게도 피곤함이 먼저 찾아온다.


동료 교사에게 슬쩍 말을 꺼내면,
“월요병이네요”라는 말이 어렵지 않게 돌아온다.


월요일만 잘 버티면
그 한 주는 비교적 무탈하게 흘러간다.
그래서인지 월요일은 늘 버텨야 할 날이자,
한 주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하루처럼 느껴진다.


월요일이 더 무겁게 느껴지는 건
그날부터 다시 아이들의 하루와 안전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진 한 주의 시작, 월요일.
이 하루만 무탈하게 잘 지나간다면
그 한 주 역시 큰 탈 없이 흘러갈 것이라 믿어본다.


그래서 요즘은
1년의 시작인 1월이 중요하게 느껴지고,
한 달의 시작인 1일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일주일의 출발선인 월요일,
하루를 여는 아침 시간이 더욱 소중해졌다.


아주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
크게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시작하고,
다시 일어날 힘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래서 오늘도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아주 평범한 하루에

모닝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일상에

감사함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