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重力)의 이동 : 고양이의 시간

무해한 무게에 기대어 쉬는 밤

by Lila

매일 밤, 단단했던 하루의 경계에 이른다. 아직 슈트의 각진 선이 흐트러지지 않은 채 소파 깊숙이 몸을 묻는다. 짙은 회색 직물은 방금까지 지켜야 했던 세상의 무게를 기억하고 있고, 창밖으로는 도시의 잔광이 여전히 빛난다. 그 빛은 나를 향해 끊임없이 다음의 움직임을 요구하는 듯하다.


창밖의 소란과 달리 이곳에는 외부의 규율보다 더 확실한 중력이 존재한다.


눈을 감으면 가장 먼저 닿는 것은 온기다. 무릎 위에 몸을 둥글게 말고 잠든 줄무늬의 무게가 부드러운 짐이 되어 나를 붙든다. 그들은 나의 직함이나 슈트의 질감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지금 내가 건네는 손길의 순도에만 반응할 뿐이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털의 감촉은 낮 동안 굳어버린 감각을 풀어헤치는 섬세한 언어가 된다. 따뜻하고 미세한 떨림이 하루 종일 머리를 채웠던 논리의 소음을 잠재운다. 팔걸이 너머 검은 고양이는 완전히 자신을 놓아버린 무방비한 자세로 이 방의 고요를 증명한다.


굳이 의식적으로 갑옷을 벗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넥타이를 조여 매던 긴장은 이 작은 생명체들의 고른 호흡이 나의 심장 박동과 포개지는 순간 자연스레 이완된다. 완벽한 휴식은 기꺼이 무방비해지는 틈으로 스며든다. 그들은 판단하지 않으며,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서로의 체온에 기댄 채 가장 온전한 현재를 둥글게 말고 있을 뿐이다.


낮의 선명했던 치열함은 램프 불빛 아래 희미한 잔상으로 물러선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슈트를 입고 도시의 파편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하겠지만, 지금은 내면의 여백을 확보하는 이 고요한 의식에 집중하기로 한다.


작은 생명의 순수한 존재 앞에서 자신의 무게를 내려놓는 겸허함. 이 밤은 고양이들의 온기로 길게 이어지며, 무너지지 않게 나를 지탱하고 있다.




이 기록은 혼자가 아니다.

같은 톤의 글이 매거진 〈마음의 각도를 풀다〉에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