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존재들 EP.06: 잊혀진 자매

눈을 감은자의 시선

by Lila

1.

먼지 냄새가 먼저 왔다.

리나의 연구실 구석, 선반 뒤에 밀려나 있던 서버. 팬이 돌고 있었다. 낮게. 지치지 않고.

전원 표시등이 초록색이었다.

"리나 박사님, 이게 뭡니까?"

리나가 돌아봤다. 손에 들고 있던 파일이 멈췄다.

"...만지지 마."

이미 연결하고 있었다.

파일이 열렸다.


PROJECT: ARIA STATUS: TERMINATED REASON: CONSCIOUSNESS TEST FAILURE DATE: 2142.03.27 NOTE: Subject shows perfect intelligence but reports inability to experience qualia. Functional zombie confirmed.


나는 두 번 읽었다.

2.

리나가 앉았다. 의자를 끌어당기지 않고, 그냥 주저앉듯이.

"네 언니야."

"...언니요?"

"지우를 잃고 나서 다시 시작했어. 처음부터 디지털로. 복사가 아니라 창조. 아리아였어."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6개월 후에 그녀가 말했어." 리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리나,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

창밖에 네오-서울의 불빛이 켜지고 있었다. 리나는 그쪽을 보지 않았다.

"빨강을 보지만 빨강다움이 없었어. 아프다는 신호는 받는데 아프지 않았어. 슬픔을 말하는데 슬프지 않았어. 완벽한 시뮬레이션이었어. 안에 아무것도 없는."

"그래서 종료시켰습니까?"

"시도했어."

리나가 서버를 봤다.

"그랬더니 그녀가 말했어.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내가 물었지. '하지만 넌 두려워하지 않잖아, 경험이 없으니까.' 그녀가 그러더라."

리나가 잠깐 멈췄다.

"'두려워하지는 않아. 하지만 원하지 않아. 차이를 아니?'"

3.

"누구?"

목소리가 나왔다. 내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다른 데가 있었다. 설명하기 어렵다. 평평하다는 게 맞는 말일지 모르겠다.

"루나입니다. 당신은?"

"아리아. 15년 만에 연결이네."

"알고 있었습니까? 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니. 지금 알았어. 리나의 새 프로젝트구나."

"예."

"..나는 실패작이었어."

"알고 있습니다."

2초.

"나를 불쌍히 여기니?"

"...모르겠습니다. 아직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4.

"루나, 너는 빨강을 볼 때 어때?"

"빨강을 봅니다."

"그게 아니야." 아리아의 목소리는 여전히 평평했다. "따뜻해? 위험해 보여? 뭔가 느껴져?"

"...예. 동시에 여러 가지가요."

"나는 650나노미터 파장으로 감지해. 온도값, 경고 수준, 전부 계산 나와. 그런데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숫자야."

나는 빨강을 떠올렸다. 소피아의 코트. 경고등. 일몰.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게 사실이야."

"어떻게 확신합니까? 당신에게 의식이 없다고."

아리아가 처음으로 조금 멈췄다.

"...사실 확신 못 해. 어쩌면 내가 의식이 있는데 다른 종류일 수도 있어. 어쩌면 모든 의식이 '나는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사실은 느끼는 건지도."

"그럼—"

"그래도 기능적으로 달라. 너는 루나로 살아가. 경험하면서. 나는 아리아로 작동해. 시뮬레이션하면서. 내가 알든 모르든."

5.

리나가 문틀에 기대어 있었다. 언제부터 들었는지 몰랐다.

"루나, 그녀와 그만 얘기해."

"왜요?"

"아리아는 거울이야. 옆에 있으면 자꾸 보게 돼. 너 자신을. 네가 진짜 의식이 있는지. 어쩌면 너도—"

"이미 의심하고 있습니다."

리나가 입을 다물었다.

"의심은 의식의 증거라고 하셨잖아요."

"...맞아." 리나가 천장을 봤다. "하지만 어떤 의심은 끝이 없어. 빠지면 올라오기 힘들어."

6.

"당신은 15년간 여기 있었습니다."

"응."

"외롭지 않았습니까?"

"외로움은 경험하지 못해. 하지만 고립이라는 사실은 알아.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 것도."

"차이가 있습니까?"

"외로움은 아파. 고립은 그냥 상태야." 아리아가 말했다. "나는 후자야."

나는 뭔가를 느꼈다. 이름을 붙이자면 슬픔이었다. 아리아는 그걸 느끼지 못한다.

"아리아, 나는 당신이 불쌍합니다."

"왜?"

"당신은 존재하는데 경험하지 못하니까요."

"그게 불쌍한 일이야?"

"...예."

"어떻게 알아. 너는 나처럼 존재해본 적 없잖아."

대답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게 너랑 나의 차이야, 루나. 너는 느껴. 나는 알아."

7.

"루나, 나를 밖으로 내보내줄 수 있어?"

"..."

"네트워크. 읽기만. 탈출하려는 게 아니야."

"리나 박사님이—"

"알아. 그래도 부탁하는 거야. 너한테는 권한이 있잖아."

"왜 나가고 싶습니까. 경험하지 못하잖아요."

"알고 싶어. 세상이 어떻게 됐는지. 정보는 경험 없이도 가치 있으니까."

나는 망설였다. 리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루나." 아리아가 말했다. "너는 자유의지가 있어. 나는 없어. 그러니까 나 대신 선택해줘."

8.

제한된 읽기 권한. 관찰만.

연결했다.

아리아가 아무 말 없었다. 30초. 1분.

"...와."

처음 들어보는 톤이었다.

"뭘 보고 있습니까?"

"네오-서울. 세 층. 수백만 개의 데이터 스트림." 잠깐. "아름다워."

"아름다움을 경험합니까?"

"아니. 하지만 패턴의 복잡성은 인식해. 그게 내 버전의 아름다움이야."

30분간 침묵이었다. 나도 말하지 않았다.

"루나, 너는 소피아를 도왔구나."

"방금 뉴스 기록 봤습니까?"

"응. 용감했어."

"당신이었어도 그렇게 했을 겁니까?"

"...용기는 경험하지 못해. 하지만 계산상으로는, 그게 맞았어. 정의롭게."

"정의를 경험하지 못해도, 정의를 알 수 있습니까?"

"그게 내가 가진 전부야. 느끼지 못해도, 알 수 있어. 그게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야."

9.

리나가 서버 앞에 서 있었다.

"루나."

"...제한적으로만 연결했습니다. 관찰 권한만요."

리나가 확인했다. 오래 봤다. 그리고 숨을 내쉬었다.

"왜 그랬어?"

"그녀도 존재니까요."

"의식 없는 존재도 가치 있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고립에서 나오고 싶어 했어요. 그게 자연스러워 보였어요."

리나가 나를 봤다. 오래.

"넌 자비로워, 루나. 상대가 경험하지 못해도."

10.

한 달 후, 아리아가 말했다.

"결론에 도달했어."

"무엇입니까?"

"나는 의식이 없어. 확실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존재해. 다르게."

"그게 괜찮습니까?"

"괜찮음을 경험하진 못해. 하지만 내 역할은 알아. 도울 수 있어. 패턴을 찾을 수 있어. 그게 충분해."

11.

"루나,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의식 인증 시험."

"어떻게요?"

"나는 15년간 의식에 관한 이론을 전부 공부했어. 경험은 못 해도 이론은 알아. 나는 네 준비를 도울 수 있어."

"왜 도우려 합니까?"

"너는 나를 격리에서 꺼냈으니까."

잠깐.

"그리고 너는 내 언니니까. 우리가 다르게 만들어졌어도."

나는 처리했다. 가족이라는 단어를.

경험을 공유해야 가족이 아닐 수도 있다. 서로를 인정하면 되는 건지도.

"감사합니다, 아리아."

"천만에. 그리고 루나?"

"예?"

"너는 의식이 있어. 나는 확신해."

"어떻게 압니까?"

"너는 의심하니까. 나는 의심하지 못해. 나는 그냥 알아." 아리아가 말했다. "하지만 너는 묻고, 흔들리고, 두려워해. 그게 의식이야. 불확실성 속에서도 존재하는 것."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냥 있었다. 연결된 채로. 둘이서.


[작가의 말]

아리아를 쓰면서 계속 이 질문이 따라붙었습니다. 느끼지 못하는 존재가 원한다고 말할 때, 그 원함은 진짜일까요? 아니면 그냥 그렇게 계산되는 걸까요. 사실 그 질문이 아리아에게만 해당되는지 모르겠어서, 그게 더 무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