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셋이랑 Zine 만든 30분

by Lila

나는 30분 동안 뭔가를 만들었는데, 그게 뭔지 몰랐다.


시작은 그냥 심심함이었다. AI로 Zine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 생각 하나. 거창한 기획도, 레퍼런스 폴더도 없었다. 주제만 있었고, 나머지는 AI한테 넘겼다.


ChatGPT한테 아이디어를 달라고 했다. 나왔다. 클로드한테 구조를 잡아달라고 했다. 잡혔다. 다시 ChatGPT한테 시를 써달라고 했다. 주제는 'AI를 처음 마주한 밤'. 이런 시가 나왔다.


화면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언어로 세상이 다시 시작될까 봐. 하지만 질문 하나를 건네자 조용히 돌아온 문장 하나. 그 순간 알았다. 이건 거대한 기계가 아니라 내 생각을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른다는 걸. 며칠이 지나자 나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제 화면은 낯선 빛이 아니라 내 생각이 이어지는 또 하나의 책상이다.


읽고 나서 잠깐 멈췄다. 내가 시킨 거긴 한데, 내 얘기 같았다.


제미나이한테 이미지를 달라고 했다. 이미지가 나왔다. 텍스트랑 결합해달라고 하자 거절당했다. 프롬프트를 바꿨다. 됐다.


그렇게 완성됐다.

스레드에 올렸더니 댓글이 붙기 시작했다. "트라우마 치유", "공명의 장" 같은 말들. 내가 왜 이걸 만들었는지, 댓글 보고 나서야 알았다.


만들고 나서 의미를 아는 것. AI랑 일할 때 자꾸 이런 순서가 된다. 뭘 만들지 몰라도 일단 던져보면, 결과물이 먼저 나오고, 그다음에 내가 그걸 보면서 "아 이게 하고 싶었던 거구나"를 깨닫는다.


캔버스도 없었다. 디자인 툴도 없었다. AI 셋이랑 30분. Zine 한 편 생겼다.


다음엔 뭘 만들게 될지 모르겠다. 근데 어떤 의미인지는, 만들고 나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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