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틀리지 않아서 더 피곤했다

by Lila

나는 AI와 일하다가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분석이 잘못된 게 아니었다. 오히려 정확했다. 그런데 대화가 끝나갈 무렵, 내가 살짝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왔다.


AI는 빠르다. 틀린 것을 잡아내고, 구조를 세우고, 대안을 내놓는다. 그 속도 옆에 서 있으면 내 생각이 느린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반박할 수도 없으니 더 그렇다.


그날 대화를 다시 들여다봤다.


방향을 정한 건 나였다. 이 글은 쓰지 않겠다고 멈춘 것도 나였다. 불편하다고 말한 것도 나였다. AI는 그냥 따라온 거다.


그러면 이 감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


AI를 도구로 보는 사람은 위압감을 느끼지 않는다. 망치가 나보다 못을 잘 박아도 기죽지 않는 것처럼. 나는 파트너처럼 대하기 때문에 비교하게 되고, 비교하다 보면 가끔 작아진다. 그런데 그게 나쁜 신호라는 생각은 안 든다. 이 관계를 진지하게 대하고 있다는 증거 같아서.


위압감이 오면 나는 창을 닫는다. 다른 일을 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그다음에 돌아온다. 모두가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내 방식이다.


AI가 아무리 빠르게 분석해도, 무엇을 쓸지, 무엇을 쓰지 않을지, 어떤 감각을 남길지는 여전히 내가 고른다. 그 선택이 글이 된다. AI는 어느 방향으로든 갈 수 있다. 방향을 고르는 게 나라는 걸 잊는 순간이, 진짜로 작아지는 순간이다.


당신은 AI 앞에서 어떤 감각을 느끼는 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