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버튼 하나 눌렀을 뿐인데 네오서울이 생겼다

by Lila

나는 코딩을 모른다.


HTML이 뭔지는 알고, CSS라는 단어도 들어봤다. 그게 전부다. 개발자 친구한테 "이거 어떻게 만들어요?"라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을 절반도 못 알아듣는 수준.


그런 내가 오늘 도시를 만들었다.


정확히는, 버튼을 눌렀다. Gemini Pro 캔버스에서 Vibe Coding XR을 열고, 몇 가지 설정을 건드리고, 생성 버튼을 눌렀다. 10초쯤 지났을까. 화면 안에 도시가 생겼다.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층층이 쌓이고, 그 사이로 빛이 흘렀다. 내가 머릿속에만 그려왔던 네오서울이 — 실제로 거기 있었다.


구체 하나를 터치했을 때, 네온빛 문장이 떠올랐다.


"콘크리트의 심연 속에 그대가 새긴 숨결은 누구의 것인가?"

AI가 만든 문장이다. 근데 이상하게 내 문장처럼 느껴졌다.


나는 오랫동안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웹툰을 그리고 싶었고, 음악을 만들고 싶었고, 세계관을 구축하고 싶었다. 근데 항상 어딘가에서 막혔다. 그림 실력, 코딩 실력, 작곡 실력. 내가 없는 것들의 목록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보다 항상 길었다.


그래서 나는 주로 글을 썼다. 말로 할 수 있는 것들만.


근데 지금은 말이 곧 제작이 되는 시대가 왔다.


버튼을 누르면 도시가 생기고, 문장을 입력하면 음악이 나오고, 설명을 하면 웹앱이 배포된다. 내가 한 건 언어뿐인데 — 결과물은 이미 거기 있다.


한참 화면을 들여다봤다. 저 네온 문장이 내 세계관인지, Gemini의 해석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구분하려고 했는데, 할수록 경계가 더 흐릿해졌다.


만드는 사람이냐 지시하는 사람이냐. 그 구분이 의미 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의미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오늘, 내 화면 안에 도시가 하나 생겼다.


코딩은 한 줄도 못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