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나락관

Round1-고요 속의 외침 3

by Kiddo

난 사실 SNS에서 ‘오아짱님’이랑 친하지 않았다.



아…

사실 정확히 말하면 누군지 잘 몰랐다.

나의 게시글에 자주 댓글을 달아줘서, 그저 눈에 익은 몇 개의 아이디들이 있었는데… 아마 그중에… 하나였겠지? 정말이지 평소에 별 생각이 없던 아이디였다고.


나는 그 ‘오아짱’이라는 계정에 들어간 기억도 없었고. 그래서 어떤 사람인지 정보도 없는데 불쑥 눈앞에 실제로 나타난다기에 겁이 났다.


‘남자면? 나이가 많으면? 아니면 너무 젊으면? 진짜 이상한 사람이면?’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단시간에 나에게 굵게 믿음을 준 ‘닥터메모리언니’가 함께이기에 조금은 안심이 된 거다.


그래, 같이 만나는 거니까. 이 언니 ‘(한) 의사’잖아…

무슨 일 있겠어 설마…?


나의 안개 같은 옅은 걱정이 점점 선명하다고 느꼈던 건, 바로 처음으로 우리를 향해 다가와서 드릴 듯 말 듯 작게 속삭였던, 오아짱의 첫인사였다.


“안녕…. 하세요….. 단가미맘이랑… 닥터… 메모리… 분.. 맞으시죠….”



확실히 오아짱은 ‘닥터메모리언니, 나’ 하고는 다른 결이었다. 오아짱은 마치 방 한구석에 꽤 오래 머물러 있다가 어렵사리, 겨우 바깥으로 나온 여자같이 보였다.


그녀의 덩치는 많이 컸고, 그녀가 우리에게 다가오자마자, 그 그림자가 곧바로 우리 두 사람의 테이블을 한참 덮어버렸다. 덕분에 우리 주변이 그늘처럼 어두워졌고, 난 순간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오아짱의 옷차림은 ‘닥터메모리언니’와는 다르게

마치 검은색으로 온몸을 친해버린 것처럼, 검정모자에 검정 안경, 검정 티셔츠에 검정 바지. 그렇게 검은색에 갇혀있었다. 아마 그런 겉모습과 느낌 때문에. 목소리가 더 작고 갸냘퍼보였나?


하여튼 갑작스러운 오아짱의 등장과 생각지 못한 오아짱의 모습에 불과 몇 분 전까지 닥터메모리언니와의 만남으로 들떴던 나의 기분이 금세 바닥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하지만 닥터메모리언니는 달라 보였다.


어서 와요. 여기 앉아요. 진짜 반가워요~오아짱~~ 드디어 만나네!!”


이게 무슨 일이야…

날 멈칫하게 만들던 그녀의 불편함은 나만 느꼈던 것일까. 그녀를 보고도 여전히 밝고 쾌활하고 거침없던 언니의 태도에 나는 한번 더 속으로 넋이 나갔다.

나를 대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언니는 여전히 상냥하고 친절했다. 정말 이 언니가 대단한 사람인 걸까. 아니면 역시나 내가 모자란 걸까.


아니 이런 음침한 사람을 보고도 어찌 나를 대하던 것처럼 여전히 다정하고 친절할 수가 있지?

이상하게도 서운함과 함께 묘한 감탄이 밀려왔다.

이리 자연스럽게 사람을 편하게 만들고, 허물이 없는 언니는 정말 확실히 멋진 사람이었다.


‘아…. 정말… 닥터메모리 언니… 좋은 사람이다…’


순간 오아짱의 겉모습에 편견을 가졌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서 목이 쑥 들어갔다.

역시. SNS가 이렇게 나한테 큰 가르침을 주고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 주는구나.

닥터메모리언니 너무 배울 게 많아.

난 그렇게 닥터메모리언니와 오아짱님을 한참 번갈아 바라보았다. 칙칙한 오아짱의 등장마저 생기 있게 바꿔버리는 닥터메모리언니의 모습에 난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거다.


여기 단가미맘이랑 닥터메모리언니 드리려고 제가 선물 가져왔어요…..”


그때 여전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오아짱이 말했다.


가방 안에는 무슨 짐이 그리 많은지 터질 듯이 뭔가 가득 들어있었는데, 유연하지 않은 팔로 힘겹게 가방에서 꺼내려고 하길래 내가 나서서 도와주었다.



“어머… 가방이 왜 이렇게 무거워요??ㅠㅠ 어깨 아프겠어요ㅠㅠ”


땀에 젖은 눅눅한 가방끈과 티셔츠가 손에 닿자, 조금 찝찝했지만 절대 티 내지 않았다. 나는 오아짱이 좋아해 주는 ‘단가미맘’이니까.



그때 오아짱이 가방에서 꺼낸 건 조그마한 종이봉투 두 개였다.


“…. 이게 뭐예요..?”

“.. 빈손으로 오지, 뭘 가지고 와요…. 미안하게…ㅠ”


선물까지 가지고 오다니…

순간 아까 오아짱이 갑자기 찾아온다고 불쾌해하던 나 자신이 너무 나쁘게 느껴졌다. 거기다가 겉모습을 보고 난 무서워하기까지 했는데.


맞아.

나는 SNS에서 6만 명이나 좋아해 주는 ‘인플루언서’다. 평범한 사람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내 감정을 절제하고 내 도덕성, 영향력, 책임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이걸 간과하지 말자…. 맞아 맞아. ‘단마미맘’의 무게를 생각하고 행동하자.


오아짱이 어설프게.

꾸깃꾸깃 챙긴 종이봉투 안에는 각각 대여섯 개의

‘산리오’ 캐릭터의 크록스 샌들에 다는 작은 액세서리, ‘지비츠’가 들어있었다.



“어머.. 웬 지비츠예요,,,? 너무 귀엽다… 이거 뭐예요..? 단가미맘 너무 이쁘다, 그렇지?”


“네.. 진짜 이뻐요. 이거 우리 아이들 줘도 돼요?

너무 좋아할 것 같아요!”


정말 예상밖의 선물이었다.

물론 선물, 자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덩치랑은 어울리지 않게. 손톱보다 작은 지비츠라니…

그 아기자기하고 형형색색의 지비츠를 너무 소중하다는 듯 오아짱은 몸을 베베 꼬며 선물을 우리에게 내밀었다. 그리고는 얼굴을 붉힌 채 여전히 작은 목소리로


제가 집에서 만든 거예요….”


하고 수줍어했다.

아까의 오아짱을 무서워하던 내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난 순간 귀여워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니, 나에 대한 호감을 어찌 미워할 수 있겠어..

나 또한 누군가를 선망하고, 감히 좋아했다가, 그러다가 포기했던 경험… 있었다고….

그래서 우아 짱의 그 자그마한 지비츠들이 더 반짝여 보였달까. 오아짱이 나에게 건넨 건 단지 물건이 아니라 진짜 용기와 마음이라는 걸. 그래서 나도 더 와닿았다고.. SNS에서 팔로워가 6만 명일 뿐이지…. 고작 현실에서 나도 아무것도 아니잖아..



비록 6만 명의 단가미맘이 좋아서 소중한 선물을 주겠다고 달려온 오아짱이었지만 사실 현실에서의 그녀와 나는 별반 다를게 하나도 없이. 너무도 닮아있었다.

작은 목소리 하며, 쉽사리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는 거도…



저 이제 가볼게요.. 이거 주려고 왔거든요..”


오아짱이 볼일이 끝났다는 듯이 허겁지겁 가방을 싸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본인도 우리의 약속에 갑자기 끼어들었다는 걸, 알고 있는 듯했다.

정말. ‘ 이 선물만‘주려고 온 거 같았다.

그 마음이 너무 순수하고 이쁘고. 그걸 또 나쁘게 바라본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무슨 말씀이세요~~, 같이 밥이라도 먹고 집에 가자!!”



응응 같이 놀고 가자. 왜 벌써 가!!!”


기를 쓰고 만류하는 닥터메모리언니와 나를 뒤로하고 큰 덩치의 오아짱이 쿵쾅거리며 멀어졌다.

너무 급하게. 빠르게 사라져서 마치 처음부터 온 적 없었던 것처럼. 모든 게 너무 순식간이었다.



“힝… 너무 미안하게… 뭐 저렇게 가버려… 그저….”


오아짱에게 미안한 마음에 닥터메모리언니와 손안에 진 지비츠를 번갈아보았다. 그리곤 ‘찰칵’ 내 휴대폰으로 지비츠를 사진 찍고 있을 때였다.


“미친… 돼지 같은 x이… 꼴랑 이거 주려고… 기어 나온 거야??”



닥터메모리언니가 손안에 쥐고 있던 시나모롤 지비츠를 우리가 먹던 케이크접시 위에 툭 던지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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