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나락관

Round1-고요 속의 외침2

by Kiddo

[인스타 알림][IDoaazzang님의 댓글 ]

헐!! 지금 @doctor_memory82언니… 울산 가시는 중라던데??? 설마 단가미맘 만나러????? 대박!!!!!


[카톡 알림] [남의 편]

늦게까지 있지 말고 빨리 들어와요


좀 전에 허겁지겁 집에서 나오는 길에 내 휴대폰에

두 개의 알람이 동시에 떴다. 단연코 내 눈에 ‘먼저’

들어온 건, 남편의 카톡이 아닌 내 인스타 오아짱님의 댓글이지. 당연하잖아.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이다.

오아짱님이 어떻게 내 동선을 다 파악하고 있지?

내가 어디로 누구를 만나러 가고 있는지. 내가 내 계정에 올리지도 않았는데 너무 정확히 알고 있다.

아마도 지금 ‘닥터메모리언니’가 울산으로 가고 있다고 좀 전에 올린 글을 보고, 날 만난다고까지 예상하나 보다. 너무 대단하다 정말…


묘하게 기분 나쁘고 섬뜩했다. SNS에서의 내 작은 댓글 하나하나가 주목을 받더니, 이젠 뭐 현실의 내 행보까지 따라다니는 거야 뭐야…

하여튼 혼자 그렇게 잠깐 생각했다가, 스스로도 너무 민망하고 오글거려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여간 신기한 경험들의 연속이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공유돼버린 나의 첫 오프라인 만남. ‘닥터메모리언니와의 만남’


“아, 오아짱이 댓글 단거 봤어? 어떻게들 안 거야??! 내가 너 만나러 오는 거. 사람들 진짜 신기하지?”


현실의 나와 직접 마주 앉은 닥터메모리언니도 나처럼 오아짱의 댓글을 마침 본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나와 놀랍다고 함께 공감했다.



솔직히 앞서 말했듯… 언니의 겉모습은…

뭐,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그래, 많이 실망이었다. 아니, 솔직히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가 지금 이성이랑 소개팅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그렇게 언니의 겉모습을 내 멋대로 상상한 것도 온전히 나만의 앞서간 편견 때문이니깐. 내 탓이지.


하지만 지금까지 언니가 SNS에 올리던 사진의 느낌과 글의 분위기는, 좀 지적이며 단정하고 절제되고, 까칠한 성격일 거 같았단 말이다.

그러나 막상 만나본 언니는 오히려 털털하고, 거침이 없고, 그래, 많이 편한 모습이지...그래그래...


그렇다. 겉모습과 내면. 그 모든 걸 통틀어서.


결론은….’ 실제로 만나보니까 더 좋은 사람이었다!!.’

더 나랑 잘 맞고 어울리는. 그런 사람! 너무 다행이었다.


우린 처음 마주한 그 자리에서 거의 두세 시간을 꼬박 앉아 수다를 떨었다. 화면 너머로만 이어지던 대화가… 이렇게 언니의 표정과 음성까지 더해지니, 난 더 재미있고 신이 났다. 텐션이 하늘까지 치솟았다.

그건 언니도 마찬가지 같아 보였다. 계속 대화 중간중간 닥터메모리 언니는


단가미야. 너 너무 귀엽다. 진작 널 보러 올걸 그랬어!!”

하면서 기분이 들뜬 듯 발을 동동 굴러댔으니까.

이렇게 대단하고 똑똑한 여성이 꽤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나’라니… 난 어쩌면 정말 뛰어나고 가치 있는 사람일지도 몰라….


정말 SNS에서 사람들이 나한테 하는 그 무수한 칭찬들과 호평들이… 정말 과장이 아니라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내 2년의 sns활동 중에 드디어 마주한 오프라인 만남이, 성공적으로 무르익어갈 때 즈음.


화장실 간다고 언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난 혼자 남겨져 잠깐 휴대폰을 켰고, 그때 갑자기 도착한 SNS 디엠 알람이 날 꽤나 당황하게 했다.



[인스타 DM 알림] [ID oaazzang님의 DM ]

단가미맘, 어디예요? 저 지금 울산이에요!!



…. 무슨 일이지? …. 응???

오아짱님이 왜 나한테 이런 디엠을 보내는 거지?

우리가 만나기로 했던가??.....??

당황했지만 일단 티는 내지 않고, 곧바로 오아짱님꼐 답장을 보냈다.


DANGAMI : 울산이요? 울산에 무슨 일 있으세요?^^


그렇게 오아짱님의 답장을 기다리던 중, 마침 화장실에서 닥터메모리언니가 돌아왔고, 난 오아짱님과의 디엠 내용을 말해주었다.


응! 나한테도 아까 디엠 왔어, 오아짱. 여기로 온대. 우리가 너무 보고 싶다고. 지금 여기로 온다더라!!”






?????…….. 무슨 일이야…???

지금 우리가 보고 싶다고 여기로 온다고?

우리랑 약속도 없이?

사전에 이야기도 없이? 그냥 일방적으로 우리가 보고 싶고, 궁금하다고 여기로 온다는 거야?...

내가 잘 못 들은 건가??...


아니. 자기가 보고 싶으면 와서 봐도 괜찮다는 듯,

그게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보러 오는 그녀의 태도에 순간 난 너무 당황스러웠다. 내 마음과 의도가 소홀히 여겨진 기분이랄까. 우리의 시간을 침범하는 게 왜 이렇게 자연스럽지? 왜 당연히 우리가 반가워할 거라고 확신하지? 기괴한 기분들이 온몸을 뒤덮었다.


하지만 닥터메모리 언니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이상했다. 지금까지 나랑 그토록 많은 걸 공감했던 언니 었는데, 처음으로 이 부분은 나랑 완전히 달랐다.



당연히 오면 반가워할 거고.

심지어 멀리서 우리를 보러 와주는 오아짱에게

고마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오아짱이… 예전부터 너랑 나랑 팔로워 하고 있었는데. 마침 우리가 만난다니까 자기도 너무 궁금했나 봐. 마침 시간이 된다길래 내가 오라고 그랬어^^!!, 너무 잘된 거 같지!!?”



…..

내가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하든 간에,

난 그 순간, 닥터메모리언니에게 마냥 좋다고, 신난다고, 잘됐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난, 닥터메모리님과 오아짱님이 팔로워 하고 있는 sns의 ‘단가미맘’ 이란걸 그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같이 보면 너무 좋죠.

근데 진짜 막 급하게 달려오시고. 평소에 우리가 얼마나 궁금하시면…. “


솔직히 당장 의자를 박차고 집에 가고 싶었다.

예전부터 닥터메모리 언니가 잘 통하고 좋아서 실제로 만나고 싶었던 건 맞다. 하지만 분리하고 싶었다.

sns의 단가미맘과 현실의 나를.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구분 없이.

이렇게 누구를. 누구나. 누구와 막 편하게, 허물없이 만나고 싶진 않았단 말이다. 그것도 나도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상황이 불편하고 신경이 곤두섰다.

이 자리에 나와서 닥터메모리언니를 만난 거까지 후회가 될 지경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아플 때 그때, 누군가 우리 옆으로 슬며시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주 슬며시.. 서서히..

정말 미세하고 은근했다….

부끄러운 듯 다가와서 들릴 듯 말 듯, 겨우 들리는 소리로 속삭이는 목소리.


“안녕…. 하세요….. 단가미…. 맘이랑… 닥터… 메모리… 분.. 맞으시죠….”






오아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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