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를 궁금해하는 것

by Jimeal

첫 브런치 글로는 어떤 주제가 가장 좋을까 생각하다 문득 가장 나라는 사람을 보여줄 수 있는 글을 첫 시작으로 올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처음이라 모든 것이 다 서툴고 미숙할 텐데 솔직함과 나다움, 그리고 진심은 처음이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첫 주제로 “끼니를 궁금해하는 것” 으로 선택한 이유는 아무래도 우리 일상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가장 기본적인 것이 “끼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단 나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려둘 게 있다면 난 끼니를 하루에 1끼 정도만 섭취한다.

회사원이다 보니 아침밥보다는 아침잠이 중요해서 아침을 거르고, 점심은 회사에서 먹고, 저녁은 점심에 먹은 것들이 안 꺼지기도 했고 저녁 9시 정도에 운동을 하는지라 그전에 먹기도, 그 후에 먹기도 시간이 애매해서 잘 먹지 않는다.

간혹 친구들과의 저녁약속이 있거나 몇 없는 회식을 제외하고는 정말 무엇도 입에 넣지 않는다.

그냥 이게 습관이 되어서 나에겐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는데

가끔 친구들을 만나거나 연인과 대화할 때 내가 새삼 다른 사람들과는 좀 다른 부분이 있구나 하고 느낀다.

이렇게 하루에 1끼를 먹는다고 해서 음식에 대한 애정이 없는 건 전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평범한 음식에도 쉽게 감동을 느끼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은 고작 평범디 평범한 세끼 중 한 끼 일 수 있지만 난 하루의 시작과 끝을 의미 있게 해 줄 무려 한 끼 이기 때문에

그 음식을 최대한 다채롭게 느끼려고 집중하고 노력하다 보니 아주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혀끝으로 느끼고 음미하며 이 음식이 어떤 정성이 들어간 음식인지, 어떤 노력이 들어간 결과물인지를 혀끝으로 판단하고 감동을 받기도 실망을 하기도 한다.

무튼 서론이 길었지만 나에게 끼니를 묻는다는 건 이런 의미다.


내 하루에 몇 없는 것을 궁금해해주는 것.


누군가는 너무 평범해서 묻지도 않는 그런 질문

또, 나조차도 가끔은 너무 바빠서 잊어버리게 되는 것, 오늘 하루의 끼니를 잘 채웠느냐고 물어봐 주는 것

시간이 꽤나 흘렀는데도 이 문장 하나는 계속 잊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난 그런 섬세함과 세심함이 고픈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나도 평범한 그런 게 고플 리가 없잖아!



근데 사실 우리 주변에서 없어졌을 때 가장 아쉬움이 남는 건 있을 때 내가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들이다.

너무나도 당연해서 없어질 거란 예상조차 하지 않은 것들

그래서 없어지고 나서도 며칠은 없어진 줄도 모르는 것들

그런 것들이 없어진 걸 알았을 때 비로소 서서히 아파오고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큰 것이 없어졌을 때보다도 더 고통스럽다.

큰 것이 없어지는 건 너무나도 큰 것이기에 나에게 그 빈자리가 너무나도 크게 다가올 걸 알고 있기에

없어지지 않게 영원히 내 곁에 있도록 주의와 관심을 기울여 내 예상보다도 잘 없어지지 않지만

작은 건 없어지는 것조차 상상하지조차 않았기에 없어져도 별 타격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예상치 못한 것들이 가장 아픈 법이라고 막상 없어진걸 인지했을 때 서서히 예상치 못한 고통과 그리움 괴로움이 뒤덮여 그 상처가 꽤나 오래가기도 한다.


나에게 그 끼니를 물어봐주는 사람이 사라졌을 때

난 꽤나 외로웠다.


더 이상 내 끼니를 궁금해해 주는 사람이 없구나

난 또 혼자구나

역시 인생은 혼자야

괜히 그런 친절을 베풀어주는 사람을 만나서 이런 사소한 부분도 궁금해주길 바라는 쓸데없는 욕구가 생기는거야!!

그런 친절쯤이야 나에게 해줄 사람 널렸어


그렇지만 누가 말했던 말처럼

지구에 반은 여자고 반은 남자다 이성은 널렸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더 이상 내 곁에 없다.

우린 그 남녀가 필요한 게 아니다. 그 사람이 필요한 거지.


나도 그가 필요했다.

별거 아닌 내 일상을 궁금해 주는 사람

내가 원치 않아도 내 끼니를 챙겨주는 사람

내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도 나보다도 더 내 일상의 한 부분을 중요하게 여겨주는 사람

그로 인해 나도 내 인생 구석구석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사람

내가 진짜로 필요한 시기에, 내가 뭘 필요한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뭐라도 잡고 싶었던, 그 누군가의 품이 간절했던 그 시기에

나에게 필요한 걸 주저 없이 내어줬던 사람

그리고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고 주고받게 해 준 사람

감정이란 걸 느끼게 해 준 사람

살아있음을, 인간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그 사람말이다.


이젠 늦었지만, 어차피 이젠 정말 글렀지만

그래도 고마웠다.

내 쉼터가 되어줘서, 내가 잡을 수 있는 지푸라기가 되어줘서, 내 집이 되어줘서, 내 밧줄이 되어줘서, 내 도피처가 되어줘서

덕분에 다시 살아갈 힘이 생겼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다정한 말.


오늘 뭐 먹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