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라
상사를 관리하라니 처음엔 무슨 말인가 싶었다. 원래는 상사가 부하직원을 관리하는거 아닌가.
그런데 직장생활을 거듭할수록, 직급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상사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할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짐을 느낀다.
어떤 조직에서는 팀원을 관리하는 것보다 상사를 관리하는데 시간을 더 쏟아부어야 할 때도 있었다.
처음으로 상사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는 두번 째 직장이었던 제약회사였다.
상대적으로 상사와 부하직원의 개념이 희미했던 에이전시에서 처음으로 In-house 로 옮겨서 일할 때였는데, 내 매니저는 차장 직급의 여자 상사였다.
제약회사 출신에다가, 경력도 나보다 두배나 길었고, 인터뷰시 인상도 좋아서 많이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다른 내용은 큰 문제가 없었지만, 입사 1-2주 후부터 힘든 점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점은 한마디로 업무 이외의 부분에서 상당히 '미성숙'한 점을 자주 보였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본인이 뭔가 힘든 점이 있으면 근무시간에 회의실로 불러 계속 하소연을 한다던가(그 힘든 점을 제공한 사람에 대한 원망도 함께) 다른 부서와 있었던 일을 시시콜콜 모두 얘기하면서 동조를 구한다던가 하는 모습이 자주 반복됐다. 한 마디로 할말 안할말 가리지 않고 종일 수다를 떨어야 하는 참 피곤한 타입이었다.
그녀는 그나마 잘 들어주는 나를 붙잡고 항상 빈 회의실로 들어가곤 했는데, 어느 순간 업무에 큰 지장이 없다면 그냥 좀 넘어가도 될 일을 민감하게 굴거나, 너무나 사람들에 대한 뒷담화 일색이라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한 몇달을 시달리다가 어느 순간 도저히 못참겠는 순간이 왔고, 나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내 바운더리를 그녀에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업무논의 중 하소연 타이밍이 왔다는 것이 느껴지면 화제를 재빨리 전환하기도 했고, 점심시간이 5분 남았음을 알리는 등(당시 나는 임산부였어서 아기가 배고파요.. 등의 제스쳐가 먹혔다) 으로 너무 멀리 삼천포로 빠지기 전에 다시 되돌리는 노력을 꽤 열심히 했던 기억이다. 그것이 내가 최초로 시도했던 보스 매니지먼트의 시작이었다. 그 이후로 직장생활을 하는 내내 상사를 매니지 해야한다는 사실을 그때 당시에는 알지 못하긴 했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회사원이면 사원과 사장을 막론하고 모두 상사가 있다.
주식회사의 사장이라면 주주가 상사이고, 전문경영인 사장이라면, 회장이든 누구든 또 그 사람 나름의 상사가 있다. 상사를 왜 '관리'해야 하는가?
제일 큰 이유는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다. 곱든 싫든 간에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내 모든 것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대상이 바로 상사다. 급여, 휴가 승인, 커리어까지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상사를 잘 '매니지-관리' 하는 것은 바로 내 직장생활을 관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상사를 관리하는 것을 자존심 상해 하거나, 귀찮아하면 안된다. 관리를 해보다가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또라이를 만날 때도 있다. 그럴때 나는 해 보는 데까지 해보다가 한계를 넘었다 싶을 때는 사표를 내고 다른 곳을 찾았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했던가.. 모든 직장인들에게 상사는 절 같은 존재다. 싫다고 무작정 사표를 내기는 어려우니, 일단은 최선을 다해서 상사를 관리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내게 상사 관리의 큰 원칙은 두 가지였다. 끔찍히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고,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미리 알려주는 것. 이 두가지는 어떤 상사를 만나든 적용되는 보스 매니지먼트의 법칙이었다. 왜 그랬냐 하면...
일로 만난 사이에서 상사가 보통 끔찍히 싫어하는 것은 한 세가지 정도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첫째, 데드라인을 아무런 사전 통지 없이 무단으로 어기는 것. 둘째, 업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가만히 있는 것. 셋째, 문제가 생길 때까지 가만 있다가 생기고 나면 나몰라라 하는 것.
위 세가지 행동은 상사의 무력감을 극대화 시킨다. 문제가 터져도 모르고 있다가 수습하거나 해결할 시기를 무기력하게 놓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도 무기력해지기를 원하지 않으므로 위 세가지 행동은 내 팀원이 제발, 절대, 반드시 하지 말았으면 하는 행동일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조금 더 한다면, 상사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Make your boss look good)이겠다. 뭐 그렇게 까지 해야하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회사도 엄연한 조직이다. 내 상사가 상사인 이유가 반드시 있다. 설사 정당하지 못한 이유라 할지라도 회사에서 나보다 더 월급을 많이 받고,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을 가진자는 그 나름의 이유가 반드시 있다. 내 직속상사가 빛나도록 해주는 것이 적극적인 보스 매니지먼트의 중요한 목적이다.
제대로된 보스라면, 본인을 빛나게 해주는 내게 그에 걸맞는 보상을 해줄 것이다. 급여인상, 승진, 커리어 매니지에 대한 관심과 지원 등등. 그게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매니지할 이유가 없거나, 극단적으로는 그 보스를 떠날 수도 있다.
보스 매니지먼트는 궁극적으로 보스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