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라이 총량 보존의 법칙

어딜가나 또라이는 항상 숨어서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by Alex in Irvine

직장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항상 느끼는게 있다.

어딜 가나 상상못할 또라이가 항상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 다닐때도 물론 반에 사고 방식이 너무나 특이하고 상식적이지 않아서 우리 말로 '상종'을 못할만한 친구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학교에서는 다 같이 배우는 입장이고, 모두 어렸기 때문에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개입으로 그래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학교 선생님들이 또라이일 경우도 있었지만, 내가 학교를 다니던 때는 선생이 학생을 대걸레로 체벌하는 것이 흔하던 때라 설사 그 또라이들이 성질을 부린다 할지라도 큰 문제로 불거지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다보니, 또라이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동료나 부하직원일 경우는 그나마 부서를 옮긴다던지, 인사발령 순간을 기다린다던지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도해볼 방법이 있다. 그런데 상사가 또라이일 경우는 정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거의 30년 가까이 일하면서 이직을 총 4번 했다. 그 4번 중에 4번이 전부다 상사 때문에 회사를 떠난 경우이다. 물론 마지막 한번은 표면적으로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사표를 냈지만, 진짜 이유를 들여다보면 역시 더 이상 그 상사를 감당해낼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은 것이었다.


첫번째 직장에서 노처녀 상사의 히스테리에 2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시달리다가, 클라이언트 사였던 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일 보다는 그녀의 이해못할 히스테리가 거의 7년을 다닌 회사에 사표를 낸 결정적 도화선이었다. 여초현상이 보이는 직장에서 웬지 모르게 남자친구가 없는 상사가 있는 가운데, 나는 재밌게 연애도 하고 일도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여자'였다. 내 '또라이' 상사는 신혼여행을 1주일만 가라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내가 안해도 될 법한 일을 꼭 해야한다는 말로 몽니를 부리면서... 업무를 가장한 괴롭힘이었다.

결국 예정대로 2주간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1달째 지난 어느 날 "난 저 여자 때문에 그만둔다"고 동네 방네 소문낸 뒤 사표를 던졌다. 직장생활에서 만난 내 첫번째 또라이 상사를 그렇게 떠났다.


두번째 직장에서 만난 상사는 더한 또라이였다. 노루 피하다 범 만난 시츄에이션이라고나 할까. (우리 조상님들은 어떻게 아시고 이런 정확한 속담을 만들어 두셨는지..) 일보다 회의실에서 수다가 더 많은, 자신감 레벨이 바닥인 컴플렉스 덩어리, 그러나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또 다른 노처녀 상사였다.

결국 1년만에 다른 기회가 생겨 이직했다.


미국으로 오기 전 같이 2년간 일했던 상사도 '또라이'까지는 아니었지만, 말이 안되는 결정을 거의 '강요' 하는 외국인 상사였다. 나름 열심히 '보스 매니지먼트'를 시도했지만 결국 지쳐하던 와중에 미국으로 온다는 좋은 핑계가 생긴 김에 헤어질 결심을 할 수 있었다.


또라이들은 이 세상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게도 총량이 보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원래 또라이가 아니었더라도, 어떤 뒤틀린 조직에서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보면 서서히 숨겨져 있던 똘끼가 발현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HR 분야에 있다보니, 이런 종류의 고민과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또라이들이 부정적인 영향력을 최대한 조직에 발휘하지 못하도록 관리할 수 있을까. 이들의 영향력은 보기보다 너무나 지대해서, 회사 입장에서는 일 잘하는 인재들을 왜 잃는지도 모르게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어딜가나 또라이는 존재하고 어차피 보존될 또라이들이라면, 조직의 힘과 선순환으로 그 부정적인 영향이 발휘되지 않도록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말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스스로가 또라이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과거에는 이직하는 방법을 택하기는 했지만(일종의 회피전략), 조금 더 경험과 경력이 쌓인 오늘 다시 생각하건데, 강약약강(강한자에게 약하고 약한자에게 강한)인 또라이 보편의 법칙을 고려해보면, 더 강하게 정면돌파할 껄 하는 후회가 든다.


또라이임이 파악되자마자 그들 앞에서 더 또라이처럼 굴어본 적은 없었다.오히려 더 예의바르게 굴었는데, 고마워하기는 커녕 호구만 잡히는 결과를 낳았다. 만약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용기를 내어 정면돌파할 수 있는 "짬밥"이 있었다면 한번 해봐도 좋을 뻔 했다. 피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정당한 방법으로 또라이들과 정면대응하는 방법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니까.


피하든 정면으로 맞서든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어딜 가나 또라이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심지어... 미국에도 또라이는 있다) 굳이 이해하려고 애쓰기 보다, 그들의 똘기가 내게 영향을 최대한 덜 미치도록 바운더리를 치는 것이었다. 특히 직장에서 만나 피할 길이 당장 없는 경우라면, 심리적으로라도 거리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바로 또라이총량보존의 법칙에 대응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그리고 그 방법이 아직은 적어도 내게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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